하나원큐가 적지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팀 BNK를 꺾고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원큐는 25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BNK 썸과의 원정경기에서 63-54로 승리했다. 역대 최초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남자프로농구와 여자프로농구 경기가 동시에 열리는 '더블헤더'로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하나원큐는 BNK를 상대로 값진 승리를 챙기며 4위 BNK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줄였다(2승5패).

하나원큐는 양인영이 16득점 5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정예림이 11득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신지현이 10득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 1블록슛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그리고 역대 최초의 더블헤더가 열린 이날 WKBL 역사를 빛낸 값진 기록이 나왔다. 바로 하나원큐의 맏언니 김정은이 변연하(BNK 수석코치)를 제치고 여자프로농구 통산 득점 순위 2위로 올라선 것이다.

부상 없이 꾸준했던 통산득점 상위권 선수들
 
 김정은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챔피언 우리은행에서 최하위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김정은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챔피언 우리은행에서 최하위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남자프로농구에서는 현재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보센터' 서장훈이 통산 득점순위 1위에 올라 있다. 1998-1999시즌부터 2012-2013 시즌까지 16시즌 동안 6개 팀에서 활약한 서장훈은 통산 688경기에서 1만3231득점을 기록하며 통산 득점순위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라있다. 작년 12월 1만 득점 고지를 밟은 라건아(KCC 이지스)가 언제까지 뛰어난 기량을 유지하며 KBL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지가 서장훈 기록 경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현역시절 '바스켓퀸'으로 불리던 정선민(국가대표 감독)이 415경기에서 8140득점을 기록하며 통산 득점 부문 1위에 올라있다. 현역시절 9번의 챔프전 우승과 7번의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여자프로농구의 '지존'으로 군림한 정선민은 득점에서도 평균 19.61득점을 기록하는 독보적인 활약으로 통산득점 1위의 성적을 유지하며 은퇴했다. 어느덧 정선민이 은퇴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녀의 득점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정선민 은퇴 후 그녀의 기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선수는 현재 BNK의 수석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변연하였다. 현역시절 '변코비'로 불릴 만큼 슛과 득점에 일가견이 있었던 변연하는 2016년까지 삼성생명 비추미(현 블루밍스)와 KB스타즈에서 활약하면서 545경기에 출전해 평균 14.43득점으로 7863득점을 기록했다. 변연하는 지난 2008년 국내 선수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에 해당하는 46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현역 시절 '탱크가드'로 불리며 KB스타즈와 금호생명 레드윙스, 신세계 쿨캣, KEB하나은행(현 하나원큐) 등에서 활약했던 김지윤은 169cm의 작은 신장과 포인트가드라는 포지션의 한계에도 많은 득점을 올렸다. 1993년 실업팀 SKC에 입단해 프로 원년부터 2012-2013 시즌까지 활약한 김지윤은 통산 470경기에서 7020득점을 기록하며 통산 득점 순위 4위, 평균득점에서는 정신민에 이어 2위(14.94점)에 올랐다(400경기 이상 출전선수 기준).

현재 BNK를 이끌고 있는 박정은 감독은 통산 486경기에서 6540득점을 기록하며 통산 득점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역시절 오직 삼성생명에서만 활약했던 WKBL의 대표적인 '원클럽우먼' 박정은 감독은 득점에 특화된 스코어러가 아닌 경기운영과 수비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올라운드형 선수였다. 그럼에도 통산 득점 5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박정은 감독이 현역 시절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변수 없으면 다음 시즌 후반 1위 등극 가능
 
 김정은은 통산 득점 2위에 오른 BNK전에서 14득점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하나원큐의 승리를 견인했다.

김정은은 통산 득점 2위에 오른 BNK전에서 14득점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하나원큐의 승리를 견인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통산 득점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공통점은 최소 15년, 최대 2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정상급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신세계에 지명돼 스무 시즌째 큰 부상 없이 꾸준히 WKBL의 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정은이야말로 이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김정은이 25일 WKBL 통산 득점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신세계와 하나은행 시절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기도 쉽지 않았던 약체의 '외로운 에이스'였다. 김정은은 2010-2011시즌과 2011-2012 시즌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고 국가대표에도 단골로 선발됐지만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진 못했다. 하지만 2017년4월 고향팀 우리은행 우리원으로 이적한 후 첫 시즌에 곧바로 챔프전 우승과 챔프전 MVP의 감격을 동시에 누렸다.

그렇게 우리은행에서 활약한 여섯 시즌 동안 두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강 팀의 맏언니로 편안한 선수생활 후반부를 보내던 김정은은 지난 4월 친정팀 하나원큐로 복귀했다.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 분위기를 살리고 후배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싶다는 맏언니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이적이었다. 김정은은 하나원큐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복귀전에서 삼성생명의 이해란과 충돌해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3일 후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입가의 부기가 덜 빠졌음에도 마우스피스를 끼고 경기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하나원큐는 개막 4연패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5번째 경기에서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챙겼고 25일 BNK전에서 두 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특히 김정은은 1쿼터 4분50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변연하 코치 앞에서 변연하 코치의 기록을 넘어 통산 득점 2위(7864점)에 올라섰다.

김정은은 지난 10월30일 미디어데이에서 "통산 득점 1위는 선수생활 마지막 목표"라며 통산 득점 1위 등극에 대한 욕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시즌 7경기에서 10.4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김정은이 지금의 득점력을 유지한다면 다음 시즌 후반 정도면 정선민의 기록을 넘어 통산 득점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하나원큐의 든든한 맏언니 김정은은 자신의 개인 기록 달성 만큼 후배 선수들의 성장과 팀 성적 향상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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