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왼쪽)가 2024년 1월 14일 일요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첫 라운드 경기 후 크로아티아의 디노 프리즈미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왼쪽)가 2024년 1월 14일 일요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첫 라운드 경기 후 크로아티아의 디노 프리즈미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이기기는 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첫 라운드였기에 노박 조코비치의 리액션은 특별했다. 자기보다 18살이나 어린 새내기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최고 실력자 노박 조코비치는 만원 관중들의 환호성을 프리즈미치에게 정중하게 유도한 것이다. 첫 세트 중간에도 프리즈미치에게 라겟 박수를 보낸 조코비치는 세트 스코어 3-1로 끝낸 직후에도 진심을 담아 프리즈미치를 격려했다. 그만큼 프리즈미치의 첫 번째 그랜드 슬램 도전이 특별했던 것이다.

남자 프로 테니스 현역 최고의 실력자 노박 조코비치(세계 랭킹 1위, 세르비아)가 한국 시각으로 14일 오후 5시 16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1라운드에서 18살 새내기 디노 프리즈미치(178위, 크로아티아)를 4시간 1분 만에 3-1(6-2, 6-7tb5-7, 6-3, 6-4)로 이겼다.

2세트 타이 브레이크, 프리즈미치의 놀라운 집념

개인 통산 25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의 첫 라운드 상대가 나이 차이만으로도 딱 절반인 어린 선수(18살)이기에 3시간도 안 되어 싱겁게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프리즈미치는 비록 주니어부 기록이기는 하지만 2023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유망주였던 것이다. 첫 세트를 노박 조코비치가 6-2로 가져갔지만 세 번째 게임에서 프리즈미치가 보여준 포핸드 크로스 앵글샷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이 볼이 빠져나간 직후 조코비치는 프리즈미치를 향해 라켓 박수를 치며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한 그의 실력을 인정했던 것이다.

게임이 거듭되면서 자신감을 얻은 새내기 프리즈미치는 두 번째 세트에서 더 놀라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과감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2세트 첫 게임을 따낸 프리즈미치가 네 번째 게임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가져오면서 3-1로 앞서나갔다. 왼쪽 옆줄을 따라 뻗어나가는 포핸드 크로스 위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특히 두 번째 세트부터 두 선수의 서브 대결이 본격적으로 불을 뿜었다. 조코비치가 여섯 번째 게임을 183km/h 서브 에이스로 끝내더니 바로 다음 게임을 프리즈미치가 199km/h 서브 에이스로 끝낸 것이다. 결국 두 번째 세트는 게임 스코어 6-6으로 타이 브레이크가 이어졌는데 여기서는 보는 이들 모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랠리가 꽤 길게 이어졌고 그때마다 프리즈미치에게 환호성이 쏟아져 내렸다. 

21개의 랠리가 이어진 열 두 번째 포인트에서 조코비치의 포핸드 크로스가 왼쪽 옆줄 밖에 떨어지고 말았다. 타이 브레이크 점수 7-5로 프리즈미치가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에서 세트를 따낸 것이다. 그 상대 선수가 살아있는 전설 노박 조코비치이기에 더 놀라울 수밖에 없다.

3세트에서는 두 선수가 서로 상대방의 서브 게임을 따내는 끈질긴 경기 운영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주인은 6-3으로 노박 조코비치였다. 새내기 프리즈미치의 기세에 그대로 끌려갈 수 없다는 경각심이 조코비치의 눈빛에서 보일 정도였다.

그때부터 집중력을 더 끌어올린 조코비치의 기세는 4세트로 이어져 4-0까지 달아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프리즈미치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여섯 번째 게임에서 네트 상단에 맞고 공이 넘어가는 행운도 따라온 프리즈미치는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낸 뒤, 바로 다음 자기 서브 게임까지 지켜내 3-4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이 된 열 번째 게임에서 노련한 네트 앞 플레이로 3개의 매치 포인트 기회를 잡은 노박 조코비치가 결국 네트 가까이에서 기막힌 백핸드 크로스 앵글샷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코트에서 한숨을 돌린 조코비치에게 쏟아지는 관중들의 환호성을 겸손하게 프리즈미치에게 넘겨주는 조코비치의 손동작은 또 하나의 감동 순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노박 조코비치는 2라운드에서 알렉세이 포피린(43위, 호주)-마크 폴만스(156위, 호주) 승자와 만나게 된다.

2024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1라운드 결과 
(1월 14일 오후 5시 16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노박 조코비치 3-1(6-2, 6-7tb5-7, 6-3, 6-4) 디노 프리즈미치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조코비치 11개, 프리즈미치 7개
더블 폴트 : 조코비치 1개, 프리즈미치 7개
첫 서브 성공률 : 조코비치 60%(77/129), 프리즈미치 68%(84/123)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66%(51/77), 프리즈미치 65%(55/84)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62%(32/52), 프리즈미치 31%(12/39)
서브 최고 속도 : 조코비치 208km/h, 프리즈미치 207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조코비치 193km/h, 프리즈미치 188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조코비치 155km/h, 프리즈미치 149km/h
위너 : 조코비치 40개, 프리즈미치 31개
언포스드 에러 : 조코비치 49개, 프리즈미치 42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47%(8/17), 프리즈미치 44%(4/9)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67%(50/30), 프리즈미치 44%(8/18)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40%(49/123), 프리즈미치 35%(4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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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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