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2.06 10:37최종 업데이트 24.02.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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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슬로우레터 2024년 2월 6일

1. 오늘 아침 신문, 엇갈린 논조와 기사 가치 판단.
2. 뇌물 준 사건은 유죄, 뇌물 줘서 합병한 사건은 무죄.
3. 이재용의 승리는 윤석열의 완패다.
4. 엘리엇 소송에 미칠 영향은?
5. 가장 욕먹지 않을 선택, 연합 위성정당이란 출구 전략.


6. 새로운 게임의 룰, 누가 웃을까.
7. 의원 꿔주기? 정의당이 1번?
8. 야쿠르트 아줌마의 노인 돌봄 30년.
9. 무상 교통, 불가능한 게 아니다.
10. 용산에 100층 랜드마크.

11. 아파트 옥상 69cm 잘라내기.
12. "스타벅스가 서민들 오는 곳은 아니지 않나."
13. 애 낳으면 1억 원? 세금이 4000만 원.
14.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15. 정년을 올려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
16. 악어가 입을 벌리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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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신문, 엇갈린 논조와 기사 가치 판단

- 두 가지 놀라운 뉴스가 있다. 이재용(삼성전자 회장)이 불법 승계 사건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고 이재명(민주당 대표)은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무죄'를 강조했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19개 혐의 다 무죄",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한국일보 제목도 같다. 중앙일보는 "이재용 경영권 승계 모두 범죄 증명 없다"고 풀어썼고, 국민일보는 "족쇄 풀린 이재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 한겨레는 "이미 뇌물 공여죄 처벌 받았는데… 이재용 불법 승계 아니라는 법원"이란 제목을 내걸었다. 경향신문은 제목에 "부당 합병 증거 부족"이란 설명을 넣었다.
-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민주당 준연동형 유지"가 톱이다. 국민일보는 "결국 위성정당 꼼수"라고 뽑았고 한국일보는 "돌고 돌아 준연동제… 또 위성정당 판친다"고 뽑았다. 동아일보 편집도 독특하다. "또 48cm 투표지"라며 지난 총선 때 투표용지 사진을 1면에 내걸었다.

[쟁점과 현안]

뇌물 준 사건은 유죄, 뇌물 줘서 합병한 사건은 무죄

- 이재용이 박근혜에게 뇌물을 준(국정농단)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가 확정됐는데 뇌물을 주고 합병을 밀어붙인(불법 승계) 사건은 무죄로 1심 선고가 났다. 두 재판 결과가 충돌한다.
- 핵심 쟁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부풀렸을 가능성이다. 법원은 "경영권 강화와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 두 재판 결과를 종합하면 뇌물은 유죄지만 뇌물을 안 줬어도 합병이 가능했을 거고 애초에 합병이 불법이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 한겨레는 "모든 게 합법적이었다면 굳이 형사처벌 위험을 무릅쓰며 권력자에게 뇌물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은 "이재용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것은 불변의 사실"이라면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지만, 피고인이 다른 사람이었어도 이렇게 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는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국가를 대표하는 간판 기업을 이렇게 괴롭히고 발목 잡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 일각의 반기업 풍조와 일부 검사들의 비뚤어진 공명심과 수사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병 전 ⓒ 슬로우뉴스(이정환)

   

합병 후 ⓒ 슬로우뉴스(이정환)

   

2024년 현재. ⓒ 슬로우뉴스(이정환)

 

이재용의 승리는 윤석열의 완패다

-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렸던 친윤 검사들이 이 사건의 수사 책임자들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이복현(금융감독위원장)과 한동훈(당시 서울중앙지검 부장)이 수사했던 사건이다.
- 박용진(민주당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들이 대통령 되고, 법무부 장관이 되고 재판 중인 재벌 총수가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니 사법부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엘리엇 소송에 미칠 영향은?

- 한국 정부가 1400억 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인데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소송(ISD)을 내서 승소했고 한국 정부가 취소 소송을 낸 상태다.
- 동아일보가 "이재용의 무죄 판결을 계기로 현재 진행 중인 취소소송에선 한국 정부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했지만 투자자 소송은 1심으로 끝나고 취소 소송은 법리적 공방이 아니라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만 성립된다.

가장 욕먹지 않을 선택, 연합 위성정당이란 출구 전략

-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이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었는데 민주당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고 비례대표 공천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조국당'과 '송영길당' 등 떴다방 정당이 난립할 가능성도 있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 않지만 병립형으로 퇴행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제한적이라도 준연동형의 취지에 맞추려면 소수 정당에 대한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논리적 근거도 없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 이낙연(새로운미래 대표)은 "정치 양극화의 폐해를 극대화하는 망국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겠어요?”라고 최초 발언한 2023년 11월 28일 ‘이재명'(유튜브) 동영상. 2024년 2월 5일 위성정당 창단을 선언한 광주 기자회견문에도 유사한 문구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했다.?동영상 20분~21분 사이.? ⓒ 이재명


[더 깊게 읽기]

새로운 게임의 룰, 누가 웃을까

- 이재명의 제안은 정당 득표율의 절반을 채워주는 절충안이다.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정당 득표율이 10%면 30석을 받아야 하지만 절반인 15석을 채워준다. 만약 지역구에서 5석을 확보했다면 나머지 10석을 채워준다.
- 경향신문은 "소수 정당 문턱이 병립형보다는 낮지만 위성정당이 금지된 조건과 비교하면 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기형적인 연동형과 위성정당의 재탕-삼탕을 통해 '진보끼리 의석 나눠 먹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양보는 많아 봐야 2~5석이고 민주당과 연대할 새진보연합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거라고 전망했다. 녹색정의당의 피해가 크고 국민의힘은 손해볼 게 없다.

의원 꿔주기? 정의당이 1번?

- 현역 의원들이 위성정당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정당 투표에서 6석의 정의당이 기호 3번으로 맨 위 칸을 차지하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으면 1번과 2번은 비워둔다.
- 지난 총선 때는 미래통합당 의원 17명이 미래한국당으로 옮겨가 기호 4번을 받았다. 더불어시민당은 8명의 의원을 확보해 5번을 받았고 정의당은 6명으로 6번을 받았다.

[해법과 대안]

야쿠르트 아줌마의 노인 돌봄 30년.

-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홀몸 노인 돌봄 사업이 30년을 맞았다.
- 프레시 매니저들이 날마다 안부를 전하는 홀몸 노인이 지난해 9022명으로 늘었다. 프레시 매니저 1만 1000명 가운데 50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 집 앞에 유제품이 쌓여 있으면 주민센터나 119에 신고한다. 고독사를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홀몸어르신 돌봄사업에 참여한 야쿠르트 배달원과 어르신. ⓒ hy

 
무상 교통, 불가능한 게 아니다

- 6만 20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는 모호한 가격이다. 출퇴근할 때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400원 정도 손해를 본다. (1400원×왕복×22일=6만 1600원) 물론 주말 나들이가 많으면 이익이겠지만 이정애(한겨레 부장)는 "이 정도 인센티브로 현재 대중교통을 정기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까지 동참하게 만들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 만약 1만 원 무제한 교통 패스를 도입하면 6조 원 정도 예산이 필요한데 총선 공약으로 나온 철도 지하화 예산이 최대 100조 원이 넘는다는 걸 돌아보면 크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수도권 자동차 통행량이 10% 줄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179만 톤 준다. 500MW 화력 발전소 하나를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다.
-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안 될 이유부터 따지지 말고, 일단 상상의 날개부터 펴보자."
 

기후동행카드. ⓒ 서울시 제공.


[오늘의 TMI]

용산에 100층 랜드마크

- 삼성동 코엑스의 2.5배 규모로 초고층 수직 정원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용적률을 170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45층에 1km 길이의 공중 보행로도 만든다. 오세훈(서울시장)이 "여의도와 노들섬을 잇는 삼각 형태가 서울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비가 51조 원에 이른다. 2010년 계획과 비교하면 20조 원이 늘었다.
- 중앙일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크다"면서 "초고층 건물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만큼 민간 분양도 숙제"라고 지적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상상도) ⓒ 서울시 제공


아파트 옥상 69cm 잘라내기

- 공항 인근의 김포시 고촌읍 '양우내안에' 아파트. 고도 제한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일부 철거 명령을 받았다. 입주도 미뤄졌다.
- 약간의 오차는 허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공항 인근에서는 감리 단계에서 철저히 점검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 박문서(서울대 교수)는 "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면 시공사와 감리사의 책임"이라면서 "깎아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고 지방정부와 공항공사를 비롯해 관련 기관들이 조정과 보상 계획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우내안에 아파트. ⓒ 양우건설 제공.


"스타벅스가 서민들 오는 곳은 아니지 않나"

- 한동훈이 서울 경동시장을 찾아서 한 말이다.
- 원문은 다음과 같다. "이 스타벅스는 사실 업계의 강자잖아요? 굉장히. 여기가 서민들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니죠. 그렇지만 이곳이 경동시장 안에 들어와 있죠. 이곳의 한 잔, 모든 아이템 당 300원을 경동시장 상인회에 제공하는 상생 협약을 맺은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식의 상생 모델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여기) 왔습니다."
- 경동시장에 있는 스타벅스 경동시장점은 커피 한 잔에 300원을 지역 상생 기금으로 환원하고 있다. 맥락을 살펴보면 취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서민 주제에 스타벅스에 가서 미안하다"는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2024년 2월 5일 경동시장을 방문한 한동훈(국민의힘 비대위원장) ⓒ 국민의힘


애 낳으면 1억 원? 세금이 4000만 원

- 부영 그룹이 출산 장려금 제도를 도입했다. 자녀 1명에 1억 원을 지급한다. 증여세로 보면 세율이 10%고 근로소득으로 보면 최대 38%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근로소득으로 보는 게 맞다는 관측이 많지만 결국 세무 당국의 판단에 따라 다르다. 
 

아이 낳으면 1억 원. ⓒ 부영그룹 제공.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 이대근(우석대 교수)은 "사람들이 실망하는 건 실수가 아니라 실수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윤석열은 KBS와 단독 대담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이대근은 "명품 가방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난맥과 실정, 무능의 상징이 됐다"면서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재명이 이런 말을 했다. "권투 경기에서 우리는 칼을 들지 말자고 했는데 상대가 칼을 들고나오면 최소한 냄비 뚜껑이라도 들고 막아야 하지 않겠나."
- 이대근은 "이재명의 정치 역량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연동형이니, 병립형이니 하는 것은 명품 가방 사과와 마찬가지로 부차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국정을 바꿀 의사가 없는 윤석열 사과가 무의미하듯, '이재명 민주당'을 환골탈태할 전망이 없는 선거제 발표는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정치 혐오를 가속하는 정치인의 껍데기 사과와 약속 파기. ⓒ 게티이미지

 
정년을 올려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

- 어차피 퇴직 연령이 2022년 기준 49.3세다. 정년퇴직자가 2016년 36만 명에서 2022년 42만 명으로 늘어난 반면 조기 퇴직자는 41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늘었다. 정년 양극화 현상이란 말까지 나온다.
- 호봉제 시스템에서 초임 대비 퇴직 직전 임금이 3.3배라고 보면 한 명의 정년 연장이 신입 사원 3.3배의 인건비 지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 일본은 자동 승봉을 폐지하면서 생산성과 성과에 연동한 임금 체계를 도입했다. 61~65세 노동자의 경우 생애 최고 임금 대비 50%의 임금, 10%의 기업(퇴직)연금, 그리고 25%의 노령연금과 정부 지원금을 더해 85%의 소득을 보장한다.
- 이지만(연세대 교수)은 "정년 65세 연장 정책은 노(임금체계 개편)·사(인력 총량과 인건비 총액 증가)·정(연금개혁)의 사회적 협력을 통해 고통과 비용이 분담될 때 실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년 65세 연장은 가능할까? ⓒ 게티이미지

 
악어가 입을 벌리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

- 일본의 세입과 세출 곡선을 나타낸 악어 그래프라는 게 있다. 일본은 1990년 이후 세입이 급격히 줄고 세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입을 쩍 벌린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 마나고 야스시(일본 주계국장)는 "재정 상황이 악화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고령화(노인 인구 14%) 사회에서 초고령화(노인 인구 20%) 사회로 진입한 게 한국은 7년, 일본은 10년, 미국은 15년, 프랑스와 영국은 39년과 50년이다.
- 조민근(중앙일보 에디터)은 "고령층이 늘어나면 단순히 복지 비용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고령층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고 개혁도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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