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07 06:33최종 업데이트 24.03.0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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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2020년 4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전투표 절차를 문제삼으며 한달 가까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박해 의도에 관심이 쏠립니다.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날인을 해야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인데, 지금까지 문제없이 진행됐던 것이어서 의구심이 커집니다. 선관위는 장시간 투표 대기와 유권자 불편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강성 보수 지지층의 부정선거 의혹을 반영한 것으로 여권에서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 기선잡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지난달 23일과 전날 선관위 사무차장을 불러 사전투표소에서 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어 투표용지를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본투표에서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직접 도장을 찍는 것처럼 사전투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건데, 여당이 선관위 고위인사를 연이어 호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국민의힘은 부정투표 논란 소지 차단을 이유로 대지만 여권의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힘, 총선 앞두고 사전투표 기선잡기 

사전투표용지 직접 날인 요구는 한 위원장이 지난달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며 본격화됐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후 여러차례 사전투표 날인 문제를 거론하며 선관위를 향해 "국민들이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를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한 위원장 주장의 근거는 공직선거법 158조 3항 '사전투표 관리관이 투표용지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뒤에 선거인에게 교부한다'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전에 관인이 인쇄된 투표용지를 배부하고 있으니 위법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선관위의 입장은 다릅니다. 사전투표 용지를 날인으로 한 것은 사전투표의 특성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본투표와 달리 관내뿐 아니라 관외 선거인도 투표가 허용돼 투표인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전투표소의 경우 관내와 관외 투표구역과 동선이 달라 여러 대의 투표용지 발급기가 설치되는데 관리관이 돌아다니며 도장을 찍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관리관이 직접 날인할 경우 투표절차가 길어지고 유권자 대기시간이 늘어나 큰 불편과 혼란이 초래된다고 선관위는 주장합니다.

선관위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사전투표 날인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이미 공직선거관리규칙 84조 3항에서 사전투표 관리관 도장을 인쇄날인하도록 정했다는 겁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도 공직선거법의 날인 의무대신 인쇄가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많은 사전투표를 통해 관리 매뉴얼 등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확고한 방침입니다.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의 사전투표 날인 문제 제기가 총선을 앞두고 보수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사전투표와 관련된 부정선거 의혹은 그동안 강경보수 인사 등이 번번이 제기했던 사안입니다. 앞서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되면서 선거 관련 소송이 줄을 이었습니다. 대부분 사전투표 및 개표 조작 등 선거부정을 이유로 제기된 유사한 소송이었는데, 법원에서 인용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일각에선 여권의 이런 주장이 사전투표가 야당에 유리하다는 인식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전투표 날인으로 투표 대기시간이 늘어나면 젊은층의 사전투표 참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반대로 보수 지지층의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을 불식시켜 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유불리를 따져 선거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선거에 혼란을 키우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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