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제발" 미얀마 시위에 등장한 부끄러운 이름

[미얀마에서 온 사진 - 6월 1일] "군부 지원 멈춰달라" 국제사회에 호소

등록 21.06.02 12:00l수정 21.06.02 12:00l소중한(extremes88)

군부의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이 6월 1일 양곤의 카마윳(Kamayut) 지역의 흘레단(Hledan) 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현수막에 "포스코는 제발 국가행정평의회에 지원을 멈춰주세요(POSCO please stop support SAC)"라는 문구가 답겨 있다. 국가행정평의회(SAC)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정권의 최고통치기구이다. ⓒ MPA

 
6월 1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흘레단(Hledan) 시장. 수많은 미얀마 청년들이 손가락 세 개를 추켜세운 채 행진에 나섰다. 사진을 전해온 미얀마 현지 사진기자 모임인 MPA(Myanmar Pressphoto Agency)는 이들이 "군부독재와 군사정권의 노예 교육에 항의했고 소수민족을 향한 지지를 내보였다"고 전했다.
 
그런데 이들이 든 현수막 사이로 익숙한 글씨가 눈에 띄었다. 영어로 적힌 한국 최대 철강기업 "POSCO(포스코)"였다.
 
"포스코는 제발 국가행정평의회에 지원을 멈춰주세요(POSCO please stop support SAC)."
 

군부의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이 6월 1일 양곤의 카마윳(Kamayut) 지역의 흘레단(Hledan) 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 MPA

 
SAC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정권의 최고통치기구로, 미얀마 시민들은 이 기구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말아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군부가 미얀마경제공사(MEC)와 미얀마경제지주사(MEHL)를 통해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실효적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왜 미얀마 시위의 현수막에 등장한 걸까.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은 지난 4월 16일 "미얀마 법인(Myanmar POSCO C&C)의 합작파트너사인 MEHL과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고자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강판은 1997년 MEHL과 합작해 미얀마 법인을 설립(포스코강판 70%, MEHL 30%)했는데, 이번 쿠데타 이후 군부정권에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의 합작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밝힌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은 5월 26일 "합작 관계 종료 발표 당시 포스코강판은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에 대해 향후 지속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이 전혀 없다"라며 "군부가 지속적으로 무고한 시민을 학살·고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작 관계 종료가 빠른 시일 내에 완료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모임은 또 다른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를 향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들은 "미얀마 야다나 가스전 사업의 운영사인 초국적 자원개발기업 토탈(Total)이 지난 5월 12일 미얀마 군부의 돈줄로 꼽히는 합작 법인에 대한 배당금 지급 중단을 결정했다"며 "미얀마 슈웨 가스전 사업의 운영사인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8.5%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지금까지 어떠한 실효적 조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데타 세력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올해 약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대금을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여기에는 포스코가 지급하는 배당금(2015~2019년 기준 매년 2000~4000억 원)도 포함돼 있다"라며 "이는 군부가 경제적 토대를 공고히 하고 시민을 학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군부의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이 6월 1일 양곤의 카마윳(Kamayut) 지역의 흘레단(Hledan) 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 MPA

  

군부의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이 6월 1일 양곤의 카마윳(Kamayut) 지역의 흘레단(Hledan) 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 MPA

  

군부의 쿠데타 및 독재에 저항하는 미얀마 청년들이 6월 1일 양곤의 카마윳(Kamayut) 지역의 흘레단(Hledan) 시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 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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