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울 사람은 울지 않고

기마켜니의 세상보듬기

등록|2008.05.13 14:25 수정|2008.05.13 14:25
두 가지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중에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

한두 아이만 빼고 모든 어린이들의 손이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갑자기 외쳤다.

“근데 선생님, 오른손을 들어요? 왼손을 들어요?”

선생님은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 손이라도 좋아.”

또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떤 아이가 계단을 급히 내려오다가 넘어졌다. 볼에도 피멍이 들었고 팔뚝도 온통 긁혀 피가 이곳 저곳에서 흘렀다. 그러나 그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 갈 길을 갔다.

그러나 사태는 곁에서 지켜보던 친구에게서 나타났다. 곁에 있던 친구가 피가 흐르는 것을 보자 엉~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다친 아이가 사라진 후에도 그 아이는 계속 그 자리에 서서 슬피 울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아이를 달래려고 왜 우느냐고 물었다.

“친구가 넘어졌어요. 피가 많이 나요. 굉장히 아플 거예요. … 엉- 엉-” 이리 저리 둘러보아도 다친 아이는 없었다.
“그 친구 어디 있는데?”
“집에 갔어요.”

소고기냉동 소고기,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 김학현


문제의 핵심과 주변

우리는 삶을 살면서 전자와 같은 경우를 종종 만난다. 문제의 핵심은 이름을 쓸 줄 아느냐 모르느냐에 있다.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른손을 들 것인가 왼손을 들 것인가를 놓고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정력을 낭비한다.

10대 학생들이 거리고 촛불을 들고 나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그들이 거리로 나간 것이 전교조의 부추김 때문이란다. 지금 문제의 본질은 전교조가 부추겼느냐 학생들 스스로 나갔느냐 하는 게 아니라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소가 들어와 학생들의 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 아닌가에 있다.

대통령의 미국방문과 어울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개방되었다. 정부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제 툭툭 털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한다. 근데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울고 있다. 상처를 입은 정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국민들이 떠들어대는지 이해가 안 되는 눈치다.

물론 전자의 경우든, 후자의 경우든, 그냥 생각이 좀 달라서 그렇다 하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그리 넘어갈 만하진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 써주는 안정성 보고서를 읽어줄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어떻게 안전한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능동적으로 밝히고 긍정적인 결과든 부정적인 결과든 내놓아야 할 때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이젠 정부가 자기주장을 할 상황은 아니다. 국민의 주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그래도 우리는 병든 소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프다! 외치는 이들이 있음이 희망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