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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속리산은 '과태료', '하지마라' 천국?

산에 오른 이 남자의 삐딱한 시선

등록|2008.10.14 13:23 수정|2008.10.14 14:00

▲ 국립공원관리공단 화북분소 주차장에서 본 속리산의 모습입니다. 이곳마저도 '쓰레기투기 집중단속'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 김학현


그리 가까운 곳도 아닌데 글쎄 연속 두 번씩이나 속리산에 갔다 왔네요. 가을이 한창 물들고 있기에, 날씨 또한 산에 오르기에 안성맞춤이기에, 요새 산행을 자주하게 되네요. 산이 날보고 자꾸 오라고 부르니 어떡해요. 그래요. 집에 있자니 좀이 쑤셔 하는 수 없이 지난 13일도 산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가끔은 산에 가서 다른 걸 본답니다. 제가 삐딱해서인지도 모를 일이죠. 남이 안 보는 걸 보는 것도 꽤 재미있습니다. 이번 문장대 산행은 정말 그런 것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경치도 봤습니다. 문장대에서 내려다 본 속리산은 꽃밭인지 단풍 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랍니다. 근데 제 눈에는 딴 것도 보이더라고요.

주차비 5000원, "비싼 거 아닙니다"

▲ 속리산국립공원 화북분소 쪽 안내도입니다. ⓒ 김학현


대부분 속리산에 오를 때는 보은 법주사 쪽으로 오르죠. 저도 그렇게 오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색다른 코스를 택했습니다.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 화북분소가 있는 상주 쪽에서 오르기로요.

이곳에서 문장대까지는 3.3km밖에 안 됩니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짧다는 것 외에. 짧으니 가파를 것이란 점도 감안하고요.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다는 것은 다 아시죠? 근데 차를 몰고 화북분소 쪽으로 가는데 중간에 무슨 매표소가 있더라고요.

보무도 당당하게 한 아저씨께서 차를 세우세요. 섰죠. 표를 끊으라는 거예요. "무슨 표요?" 했더니 입장표를 끊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이렇게 말했죠.

"국립공원입장료는 없잖아요?"
"예, 국립공원입장료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차는 하셔야지요?"

조금은 비아냥조여서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물론 비아냥조라는 것은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주차비가 5000원이라는 거예요. 주차비가 좀 비싼 것 같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지지 않겠다는 듯 말씀하시데요.

"이게 주차비만이겠습니까? 관리를 해야 하니까 그렇죠. 비싼 거 아닙니다."

주차비를 주고 노란 주차영수증 하나 달랑 받았습니다. 문화재관람료 영수증에는 사찰 사진이라도 있고, 예전의 국립공원입장료 영수증에는 산 그림이라도 있었습니다. 관리원의 말대로라면 국립공원입장료 없앤 이유가 뭘까요? 주차료를 올리고 문화재관람료를 대폭 인상할 거면 그냥 국립공원입장료 때가 훨씬 쌌습니다. 다행인 건 이쪽은 문화재관람료는 없더라고요.

'1차 20, 2차 40, 3차 60만원'

▲ 문장대 바로 아래 걸린 현수막입니다. 단연 돋보이는 현수막입니다. ⓒ 김학현


보은 쪽으로는 상가단지에 주차공간이 많기에 평일에는 굳이 공원주차장에 주차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상주 화북 쪽은 상가도 잘 발달해 있지 않지만 거리가 좀 되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에 올랐습니다.

얼마나 단풍이 아름다운지. 한참 취해 오르는데 '흡연금지, 위반하면 과태료 부과'라는 현수막이 자연과 어울리지 않게 걸려 있더라고요. 그전에 이미 등산길 옆에, '주차금지, 위반하면 10만원의 과태료부과'라는 안내문이 있는 걸 보고 오른 터라 기분이 좀 그렇더라고요.

모든 문구들을 정확하게 외우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였습니다. '이곳은 자연송이 입찰지역입니다. 채취금지, 고발당할 수 있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취사금지, 야영금지, 어길 때에는 취사 30만원, 야영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과태료 최저 5만원, 최고 100만원', '임산물 채취금지' 등.

온 산이 '과태료부과', '하지마라' 천국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현수막이며 가장 희한한 현수막은 단연 '흡연금지' 현수막이었습니다. '흡연금지' 현수막 중에 가장 높은 곳(문장대 바로 밑)에 걸린 현수막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 화북분소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중간 지점에 걸린 '흡연금지' 현수막입니다. ⓒ 김학현


'흡연금지, 위반 시 과태료부과, 1차 20, 2차 40, 3차 60만원'. 참 재미있지 않아요? 단연 돋보이는 현수막이었습니다. 지나던 등산객이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떻게 첫 번째인지 세 번째인 안데?" 제가 들리지 않는 속말로 대답했습니다. "컴퓨터에 입력 하나 보지요."

그렇게 '하지마라', '과태료 어쩌구'라고 써다 건 사람은 마음이 편했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런 짓을 저지르기에 그랬겠습니까. 그런 걸 십분 감안해도 국립공원 안에 이런 캠페인 문구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으니. 그냥 저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오른 보은 쪽에선 이런 현수막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데 정신을 팔고 오르내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데 쓰레기는 상주 쪽이 더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산은 같은데 관리가 특별해서 그런 건가요? 똑 같은 국립공원인 속리산이 보은 쪽과 상주 쪽이 많이 달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로, 국립공원속리산 주차비는 소형이 5000원입니다. 법주사 쪽 문화재관람료는 일반인이 3000원입니다. 국립공원입장료 받을 때는 공원입장료 1600원, 문화재관람료 2200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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