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만평시] 지금은 체념할 시간

<경향> 12월 5일 김용민의 그림마당

등록|2008.12.05 10:52 수정|2008.12.05 10:52

▲ <경향신문> 12월 5일자, 김용민의 그림마당 ⓒ 김용민


마지막 잎새
셋, 둘, 하나
간드랑간드랑 목숨을 연명하고도
초겨울의 하얀 눈 때문에 산뜻하지 않던가.

뜻 모를 고통에 몸부림치고
그만 아는 똥고집에 희생당해도
올드보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갇힌 자의 주제를 알았기 때문이려니

울 엄마, 울 아빠
‘서민’이란 틀에 갇혔음을 알 때
직불금 부당수령으로 온 나라가 뒤집히고
1% 그네들을 위한 세금감면 폭탄이
우리 집 앞마당에 떨어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을 것임을

그 작은 구멍으로 세상 보려 하지마라
눈물 머금은 눈동자로 그리 보지마라
헝클어진 매무새는 1%가 무조건 싫어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

잠시 후 우리나라가 그리 세계적이라며 자랑하던
인터넷은 눈두덩이 부어
올드보이, 네 곁으로 올 것이다.

이젠 살 판 났다.
그 1%가
이젠 살 판 났다.
<조중동>이
그들의 수영장에 물이 슬슬 채워지고 있으니
그들의 놀이터에 놀이기구가 하나하나 들어오고 있으니
KBS는 가라.
YTN 비키거라.
조중동이 나간다.

엄마!
아빠!
지금은 체념할 시간인 걸
지금은…

오늘 저녁엔 만두나 먹자.
덧붙이는 글 신문에 실린 만평을 보고 평론을 시 형식으로 적은 글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