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연기대상이 파업과 무슨 상관이지?

<조선일보>의 억지춘향식 MBC 때리기 보도

등록|2009.01.02 12:10 수정|2009.01.02 12:10

▲ <조선닷컴>에 실린, "MBC 연기대상도 장삿속 무슨 자격으로 파업하나"의 기사 ⓒ 조선일보



"MBC 연기대상도 장삿속, 무슨 자격으로 파업하나" 비난 댓글 수만 개 쏟아져… "말로만 공정성 외치지 말라"

<조선일보>1일자(종합A14면)과 자사의 인터넷신문 <조선닷컴>에 올려놓은 기사의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고 MBC 노조를 중심으로 한 언론노조의 총파업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인가 생각이 들어 이 기사를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이 웬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린가. 너무 재미있어 그 기사를 단숨에 읽고 말았다.

지난달 30일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는 <에덴의 동쪽> 송승헌과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이 공동으로 연기대상을 받았다. 이 시상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 수상에 대하여 "상업적 계산에 따른 공정치 못한 시상"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보도가 아니라도 대부분 시청자들이 그리 생각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대하여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나도 그 의견에 동조하니까.

그런데 적어도 1등 신문임을 자랑하는 <조선일보>가 이리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엮을 줄은 몰랐다. <조선일보> 기사는 한 시청자의 반응을 이렇게 옮겨 놓았다.

한나라당의 방송 관련 법 개정안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를 두고, "이번 사건으로 장삿속만 따지는 MBC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방송사가 어떻게 공공성을 운운할 수 있느냐?"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삿속에 밝은 MBC여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시상식을 했으니, 그런 방송사가 주장하는 공공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말일게다. '장삿속'이라는 말은 MBC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터. 그럼 <조선일보>는 '장삿속'에서 자유로운가?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MBC를 물고 늘어지는 속내에는 혹시 자신의 '장삿속'은 없을까? <조선일보>는 대다수의 국민이 거대신문사나 재벌이 방송을 소유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한다는 것을 알기는 아는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문·방송법 개정안에 대하여 반대가 57.8%, 찬성이 22.6%이다.

작금의 <조선일보>가 MBC를 향한 '밥그릇' 운운이나 '공공성' 운운하는 기사들은 자신의 '밥그릇'을 불리고자 하는 것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연기대상과 MBC노조 파업이 무슨 상관?

<조선일보> 기사의 논리적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사 후반부를 보자.

"'다음'에 글을 올린 'kim님'은 '공영방송을 지켜내겠다고 하는 MBC의 파업을 절대 지지했다'며 '그런데 공정하지 못한 어제의 시상식을 보고 뭐라 해야 할지, 말로만 공정을 외치지 말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서 "'핌핌님'은 '연기대상 이런 식으로 막 줘 놓고 MBC는 파업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이제 MBC에 관련된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말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인가? 누리꾼이야 시상식이 맘에 안든 것에 대해 얼마든지 이런 항의성 글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조선닷컴>이 이 글을 그대로 받아 적고 공공성과 연기대상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기사화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연기대상'과 MBC 노조의 파업이 과연 무슨 상관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연기대상을 노조가 결정한 것도 아닌데. <조선일보>는 그냥 '연기대상'만 때리면 된다. 억지춘향식 짜맞추기 기사는 그만 봤으면 좋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