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종교가 문제인가? 종교의 권력화가 문제인가?
[리뷰] 학술논제 엮은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
▲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 무엇이 문제인가?> 표지 ⓒ 동연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종교편향적이라고 한창 시끌벅적할 때, 누군가 말했다.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란 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자신의 신앙을 지키겠다는데 왜 야단들인가?"라고.
대통령이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에 맞게 살겠다는데 그 누가 이의를 제기한단 말인가.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그건 오해다. 그건 억지다. 대통령의 종교를 탓하는 게 아니라 그가 휘두르고 있는 종교권력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학술대회 '현대사회와 종교권력'
<종교권력>은 제3회 기독자·불자 교수 공동학술대회에서 발제된 주제와 논찬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이다. '현대사회와 종교권력'이라는 주제로 2008년 4월 18일 오후 1시부터 성공회 서울대성당 프란시스 홀에서 학술대회가 열렸다. 2006년에는 '인류의 스승으로서 붓다와 예수', 2007년에는 '오늘 우리에게 구원과 해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학술대회의 대부분이 그렇듯 무미건조한 지식들의 성찬일 거라 생각하고 책을 들었다. 하지만 비록 내가 기독교인으로 불교에 대하여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평이한 문체로 나열된 종교권력의 시시비비에 대한 논의는 꽤 흥미를 유발하게 만들었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장인 김성은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종교가 비대해지고 대형화하면서, 이에 따른 종교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시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점검하고, 자성하는 학문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함"(5쪽)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인 김용표 교수는 "초기불교와 초기기독교는 세속권력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불교와 기독교의 역사에는 종교와 권력이 밀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종교의 자정운동이나 개혁운동이 이러한(초기) 복원의 원리에서 그 운동의 방향성과 당위성을 찾아볼 수 있다"(8쪽)고 했다.
종교의 벼슬이 닭 벼슬만도 못하다?
권오성 목사의 지적대로, 우리사회는 ‘닭 벼슬만도 못한 종교’(15쪽)를 지켜보며 한숨을 짓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섬김의 종교 자리에 권력의 종교가 자리 잡고부터다. “박해받던 교회가 박해하는 교회로, 민중들과 약자를 돌보아야 할 종교가 특권층의 종교로, 피안적 종말론적 교회가 차안적 세속적 종교로 변질”(65쪽)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만 예로 들어도, 처음엔 박해받던 기독교가 313년 로마제국의 공인을 받고 권력속으로 들어간 뒤 십자군 전쟁과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논리로 발전하면서 현저히 권력화 되었다. 종교의 권력화는 다시 말해 종교가 세속화되었다는 의미며, 종교의 세속화는 결국 타락했다는 말이다.
종교가 시장논리에 내팽겨쳐지는 순간 종교는 추락하고 말았다. 빛과 소금이 아니라 어둠과 쓴맛을 몰고 다니는 종교, ‘종교적 도그마와 신앙심으로 포장된 인간욕망’(89쪽)에 치우치는 종교, 자본주의 경제의 시장논리를 종교적 신념으로 삼는 종교가 판을 치고 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의 세계화 과정에서 기독교는 사회적 연대성,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의 세계화의 정신을 망각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자신을 일치시킴으로써 기독교의 본래성에서 일탈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었다.(81쪽)
이와 같은 손규태 교수의 지적은 이미 너무나 잘 아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내용에 대하여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비영성적이란 매도를 받기 일쑤다.
불교 또한 이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불교에서는 통치자를 ‘선출된 자’라는 뜻의 ‘마하쌈마따’라고 하는데, 만약 마하쌈마따가 민의에 반하여 비민주적인 통치행위를 할 경우, 그는 통치자의 직위에서 언제든지 쫓겨나지 않을 수 없다.”(32쪽) 하지만 실제에서는 비민주적인 마하쌈마따가 많았으며 그렇다고 물러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 종교의 모습이다.
교단의 종교권력화
불교(조계종)에서 종정과 총무원장의 대립구도로 빚어진 숱한 사건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강행사건이나 송월주 총무원장 3선 강행사건은 이미 유명한 불교의 종교권력화 사건이다. 교단의 권력집중이 ‘재정의 비공개’와 맞물리면서 불교계의 금권화를 가속하고 있다. 김경집 교수는 아래와 같이 지적한다.
권력집중은 결국 많은 출가 승려들이 본사중심의 행정단위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3인 이상 공동생활을 하여야 하는 승가의 본분에서 벗어나 도심 포교당 개설이라고 하는 개인적 영역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불교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라 할 수 없다.(112쪽)
기독교 또한 이런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늘날 대형교회에서 일어나는 교회세습은 ‘제왕적 권위’를 지닌 담임목사의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욕망”(143쪽)에 기인하고, 한국교회에서는 이런 권위주의 바이러스가 널리 퍼져 있다. 연합기관의 장이나 교단의 총회장(감독)이 되기 위해 돈을 뿌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 정도로 ‘돈의 정치학’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다.
“개신교는 우리나라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공공의 적이 아닌가”(133쪽)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무서운 집단, 종교권력, 혹은 우리사회에서 유일하게 남은 성역, 여전히 절대권력을 누리고 있는 종교계” 등의 표현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급기야 교단 내에서는 성이 안 차는지, 기독교 정당 만들기에 돌입하는가 하면, 뉴라이트 운동 등을 통하여 기득권 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운동들은 미국의 ‘신기독교우파’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금처럼 안티 기독교 세력이 번성한 적이 없었고, 지금처럼 시민사회에 의해 ‘사회적 왕따’를 당한 적이 없었고, 지금처럼 교세가 감소한 적이 없었다.(164쪽)
이진구 교수의 이런 표현에 귀 기울이고 이제 종교는 멈춰 서서 자기 비움, 낮아짐의 실천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다. 본래의 종교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의 순기능을 상실한 종교의 권력화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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