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지나는 차 막고 관람료 받는 데가 있다? 없다?

[섬진강여행②] 길목 문화재관람료와 성삼재 시간제 주차장

등록|2009.03.19 11:56 수정|2009.03.19 11:56

▲ 성삼재 주차장에서 내려다 본 지리산 한 봉우리의 모습이다. ⓒ 김학현



▲ 노고단을 오르다 반대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다. ⓒ 김학현




숙소의 이부자리 때문에 찜찜하게 일어난 아침, 마을 이장님의 기상나팔 마을방송 때문에 여느 여행 때보다 일찍 일어난 아침, 일찌감치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했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하는 꽃구경 나들이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지리산을 지나친다는 건 국립공원 지리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전남 구례에서 전북 남원으로 뚫린 지리산 성삼재를 넘는 길로 들어섰다. 성삼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노고단을 오를 심산으로. 이부자리의 찜찜함보다 더한, 이장님의 마을방송보다 더한, 그야말로 더 '독한 놈들(사람을 말함이 절대 아님)'을 만날 줄은 출발할 때만 해도 몰랐다. 이 글은 그 '독한 놈들'이 주 메뉴다.

내 경우, 여행의 목적은?

여행을 왜 하는 걸까. 뭐, 사람마다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내 여행은 대강 세 가지 정도의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건강을 위해서다. 둘째는 쉼 때문이다. 셋째는 아내와의 데이트를 위해서다.

건강을 위하는 여행이기에 걸어야 할 코스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어야 한다. 노고단은 이런 첫 번째 요건에 해당하는 코스다. 건강만 위한다면, 들길을 걸어도 되고, 집안에 틀어박혀 러닝머신 위에 몸을 실어도 된다. 하지만 굳이 좋은 강산이나, 풍경이 있는 야외로 나가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건강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쉼은 육체의 쉼도 쉼이지만 영혼의 쉼이라는 게 맞다. '목회'라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벗어나고플 때 여행을 떠난다. 성도들이 들으면 정말 '믿음 없는 소리'다. 그러나 목사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선생님 ×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럼 목사의 ×는 어떨까? 하하하.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 자체가 고도의 스트레스다. 실은 다른 이의 영혼을 보살피느라 자신의 영혼은 고갈상태에 빠지는 게 목사란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각종 문제들로 목사의 손길을 바라는 성도들에게서 때론 좀 떨어져 있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택하는 게 여행이다. 근데 이 여행은 하루 정도 밖에서 자는 게 좋다.

그래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는 새벽기도(지금 시무교회에서는 아침기도회이지만)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까. 성도들에게 새벽기도회 참석이 힘들다면 목사에게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쁨만으로도 자유롭다. 영혼의 힘이 팍팍 솟는다. 하하하.

내 여행은 혼자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목회자들과의 그룹여행이거나 혹은 옆에 그림자 같은 아내가 항상 같이하는 여행이다. 아내와의 여행은 다른 말로 하면 데이트다. 오고가는 차 안에서의 대화, 그간 하지 못했던 미안한 말들, 하다못해 그간 듣지 못했던 유행가(목사가? 그렇다)라도 같이 들을 수 있는 게 우리 둘의 여행이다. 결혼 27년차 부부의 데이트, 이만하면 됐지 않은가.

도로 막고 관람료 받는 데? 있다

건강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고단을 향하여 차를 몰았는데 이 무슨 황당 케이스란 말인가? 9시 5분경, 길 한 복판에 사람이 떡하니 서 있다. 차를 가로막고 서서 입장료를 내란다. 도로 옆을 보니 현수막이 걸려있다.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도로'라는 거다. 어? 언제부터 우리나라 도로가 문화재가 되었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산을 좋아하다보니 등산을 하려면 고연히 보지도 않는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는 일이 종종 있어 불만을 가질 때가 적지 않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낼 때만 해도 묻혀서 내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공원 입장료가 사라진 요즘도 엉뚱하게 절에 돈을 내고 국립공원인 산에 오르는 게 아무래도 그렇다.

▲ 선교사 별장이었다고 알리는 표지판이다. ⓒ 김학현



▲ 초기 선교사들의 별장이 무너진 모습 그대로 서 있다. ⓒ 김학현



근데 이번에는 도로를 막고 그 문제의 문화재 관람료를 내란 거다. 어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노고단을 오르려면 그 길을 가야 하는데. 거금의 통행료(정확히는 문화재 관람료다. 하지만 내겐 도로 통행료일 뿐이다)를 주고 천은사를 왼쪽 옆구리로 흘끔 보았다. 흘끔 보는 것치고는 너무 비싼 문화재 관람료다 싶다. 옆에서 아내가 이런다.

"9시 5분인데 벌써 출근해서 돈을 받네? 조금만 일찍 왔어도 안 낼 수 있었는데."
"그래? 9시부터 받는 거야?"
"잘은 모르지만…."

그러나 돈 받는 일인데 8시나 7시라면 몰라도 9시부터 시작할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찜찜함을 덧붙이고 노고단을 향했다. 하지만 노고단만은 말이 없다. 입장료를 냈건 안 냈건 상관이 없다. 자연의 호흡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잘 정돈된 등산로, 여기저기 붙어 자신의 삶을 맘껏 누리는 겨우살이, 온갖 새들의 노래, 흔들리는 나무들의 춤사위,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둬 시간을 오르내리니 송글송글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이쯤 하면 운동은 되었다 싶을 때 우린 하산했다.

또 닥친 난제, 성삼재 주차장 주차료

노고단을 오르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처럼 성삼재 주차장에 차를 댄다. 노고단에 오르지 않는 사람들은 성삼재 주차장을 목적지로 삼아 주변에서 사진 몇 컷을 찍고 가기도 한다. 지난핸가 신문에서 성삼재 주차장을 생태 보존을 위해 생태주차장으로 복원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국환경생태학회(책임연구원 김동필 부산대 교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성삼재는 3단계에 거쳐 복원된다고 한다. 우선 올해 생태주차장으로 조성하고 단계를 거치면서 주차장을 완전히 폐쇄하여 본래의 지리산 성삼재로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주차를 하는 것도 몇 해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둬 시간 남짓 등산을 하고 내려왔다. 다른 국립공원은 들어올 때 주차증을 주는데 이곳은 없었다. 눈치 빠른 아내가 꾸무럭대는 내게 그러지 말고 빨리 나가잖다. 아니나 다를까. 성삼재 주차장은 시간제 주차장이었던 것. 오, 이런! 3400원의 주차료를 내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후!

둬 시간 정도였으니 그렇지 5-6시간, 아니면 8시간 정도였으면 그 엄청난 주차료를 어떻게 하나? 10분 단위로 받는다는데. 대부분 산은 등산을 하려 치면 그 정도의 시간은 걸리는 법.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하루 종일 세워도(다른 국립공원 주차장은 그걸 전제로 하고 있다) 3000원 정도인 주차장에 비해, 이곳은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친환경주차장 만드는데 돈이 필요해서 그런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지리산은 아름답다. 지리산은 말이 없다. 지리산은 돈을 안 받는다. 그런데, 지리산에 있는 도로는 돈을 받는다? 지리산에 있는 주차장은 장사를 한다? 허. 여행목적이 자꾸 흐트러진다. 관람료와 주차료 때문에 또 찜찜하다.

▲ 노고단 산장에서 탁자 위에 카메라를 놓고 우리 부부가 폼을 잡아 보았다. ⓒ 김학현



▲ 노고단을 오르는 길에 있는 등산 안내표지판이다. ⓒ 김학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