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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권력, 섹스가 그렇게 좋아?

[영화 읽어주는 목사 8] <돈의 맛>, 세 마녀의 덫에 걸린 교회 보는 듯

등록|2012.06.27 13:39 수정|2012.06.27 13:39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어느 누리꾼은 <씨네21>에 <돈의 맛>을 본 소감을 이렇게 적었다. "재벌문제, 노동문제, 외국인노동자, 법의 사유화문제 등 해결할 난제들을 다 모아놓은 영화"(isy****)라고. 그럴 듯한 지적이다. 임상수 감독의 머리는 꽤나 복잡했던 듯하다. 115분 동안 그 많은 사회 이슈들을 관객으로 하여금 떠올리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돈의 맛>을 보는 내내 세 마녀의 덫에 걸린 교회의 모습이 보였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영화 속에서 작금에 매스컴에 올라 난도질당하는 교회의 처절한 핏소리가 아우성치니 어쩔 수 없이 난 목산가 보다. 하긴 자동차를 몰고 시골길을 가다가도 자그마한 예배당 용마루에 꽂힌 십자가밖에 안 보이는 위인이니 어쩌랴.

▲ <돈의 맛> 포스터 ⓒ 휠므빠말


지난 5월 17일 개봉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이 사회에서(특히 한국에서) 돈이란 무엇인지, 그와 맞무는 섹스와 권력의 탐욕이 얼마나 영악한지 드러내 보려고 무던히 노력한 흔적이 돋보이는 영화다. 임상수 감독의 그런 몸부림이 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건 사실이나, 이 사회는 그래봤자 소용없을 거란 게 슬프다.

그래도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임상수 감독처럼 나도 메신저이고 싶다. <돈의 맛>을 본 지 꽤 흘렀는데 이제야 글을 쓰는 것은 오늘날 무딜 대로 무딘 교회가 들을 귀가 있겠느냐는 자괴감 때문이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태복음 5장 13절)

세상의 소금? 그래야 한다. 그런데 교회를 보고 소금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 명인지 그게 궁금하다. 이미 세상의 진정에 귀 막은 지 오랜 것 같은 교회, 소금이며 빛으로 다가가기는커녕, 세상에게 빛이 뭔지, 소금이 뭔지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교회, 더더욱 가관인 것은 그래도 정신 못 차리는 교회, 아! 그게 너무너무 나를 슬프게 한다.

# 돈 맛 본 교회, 구원의 길은 있는가?

"몇 다발 주머니에 넣어 둬. 맛 좀 봐 둬."

주영작 실장(김강우 분)이 윤 회장(백윤식 분)의 지시로 비밀금고에 들어가 돈뭉치를 담을 때 윤 회장이 주 실장에게 한 말이다. 주 실장은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일은 포기한 채 돈의 냄새만 맡는다. 정말 돈 맛을 본 것이다. 얼마나 많은 돈이 쌓여있는지 주 실장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로부터 주 실장은 돈의 노예가 되어간다. 돈 맛을 본 자가 돈 맛을 아는 거다. 윤 회장이 돈 맛에 취해 백금옥(윤여정 분)과 결혼했듯 서울대학을 나온 수재 주 실장은 돈 맛에 취해 놀아나기 시작한다. 윤 회장은 자신이 돈에 취해 잘못 살았음을 감지하고는 자살이라는 출구를 선택한다. 돈에게서 해방되는 길은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는 그렇게 돈 맛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그 돈 맛에 취해 버린 윤 회장의 인생을 주 실장이 답습하고 있다. 마치 재벌의 부를 편법 승계하여 아들에게 회사를 슬그머니 넘겨주듯이. 대형교회의 아버지 목사가 감내한 위대하고 큰 사명감(?)을 그의 아들이 승계하듯이. 그것을 보고 배웠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런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런 것은 영화에서는 윤 회장도, 주 실장도 그런 돈 맛에 마냥 취하고만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벗어나려고 노력하거나 벗어난다. 이는 현실사회와 현실교회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임상수만 제공할 수 있는 고도의 영화적 센스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건 뒤탈이 없습니다."
"뒤탈 없는 돈, 그런 돈은 없습니다."

▲ 돈 맛 본 교회 구원의 길은 있는가? ⓒ 휠므빠말


법망에 걸려 든 윤철(온주환 분)을 구출하기 위해 돈으로 법을 매수하는 장면에서 나온 말이다. 맞다. 돈으로 다 되는 세상이지만, 그렇게 세상이 돌아가지만, 뒤탈 없는 돈이 정말 있을까? 사회에서는 그런 이들이 가끔 검찰에 불려나오기도 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들은 여전히 돈 맛을 누리며 자유롭게 산다.

몇 십억의 은퇴비, 수억대의 연봉, 교회를 목사들 맘대로 사고파는 행위, 교회공금 횡령혐의로 구속된 목사 이야기, 총회장이 되기 위해 돈 봉투를 돌리는 일, 돈 맛을 본 교회는 이렇게 돈 맛에 취해가고 있다. 이젠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도 태연하게 심드렁할 수 있는 게 교회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젠 교회에서 이슈도 아니다. 왜? 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다 그런 건 아니다. 말해 봐야 소용없는 일부 목사들과 교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게 아주 일부라 해도, 돈에 취한 그들을 구원할 길이 없으니 얼마나 심각한 일이냐.

# 권력 맛에 휘둘리는 교회, 누가 주인인가?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주영작은 어디에 내놓아도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소유한 인재임에도, 돈과 권력, 정확히 말하면 돈으로 쌓은 권력 앞에서 자신을 버리고 철저히 무릎 조아린다. 그저 노예가 되어 윤 회장, 특히 실질적 권위인 백금옥 여사가 하라는 대로 한다. 자율적 노예라고나 할까.

돈의 맛에 길들여지고 권력 앞에 고개 숙이는 또 다른 주영작, 그들은 말하리라. '잠시의 치욕을 견디고 나면 부를 움켜쥐게 될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나도 다른 이들을 노예로 부리며 살 것이라'고. 돈이면 법도 움직일 수 있다. 돈이면 군부도 움직일 수 있다. 돈이면 국민도 움직일 수 있다. 돈이면 목사도 움직이고, 돈이면 성도도 움직이고, 돈이면 교회도 움직인다. 더 나아가 돈이면 하나님도 움직인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그렇게 돈에 취하여 산다.

"니들은 그냥 무릎 꿇고 허리 조아리며 살아."

주영작이 재벌 아들 윤철과의 싸움에서 철저히 깨진 다음 외국인 사업가 로버트(달시 파켓 분)에게 듣는 말이다. 재벌 아들을 누가 두들겨 패줄 수 있을까? 주영작이 나섰다. 그러나 철저히 터진다. 한 대도 못 때린다. 누가 재벌을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누가 권력을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대형교회를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누가 감독을, 누가 총회장을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천하의 호기를 띤 임상수도 그렇게 주영작을 신나게 두들겨 맞은 채로 내버려 둔다.

감독 선거로 불거진 감리교 사태, 이제 이렇게 진정되는 듯하여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몇 년 동안 별들(?)의 몸짓과 입질에 휘둘려 왔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그들에게 줄을 대고 권력 맛을 누리려는 이들에 의해 이리로 저리로 왔다 갔다 했다. 돈으로 하든, 학벌로 하든, 정치라인으로 하든, 그게 무엇이든지 대단한 수단을 동원하여 별의 자리에 앉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한국교회, '니들은 그냥 무릎 꿇고 허리 조아리며 살아'라고 별들이 외치는 소리에 취한 사람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누가 주인인가?"

윤 회장은 재벌 회장의 유산을 물려받은 아내 백금옥 여사가 주인인 줄 알았다. 주 실장은 윤 회장과 백금옥 여사를 비롯한 그 집 식구들이 주인인 줄 알았다. 그러기에 윤 회장과 백금옥 여사의 딸 윤나미(김효진 분)에게도 깎듯이 90도로 허리를 굽힌다. 그 집에 살지만 그 집의 사람들의 삶의 틀과는 다른 삶을 살아내는 나미에게도 말이다. 지금 한국교회가 요구하는 하나님의 사람은 바로 나미 같은 사람이다. 교회 속에 있지만 교회를 더럽히는 족속들과는 다른 사람 말이다.

영화에서는 윤 회장도, 주 실장도 백금옥이 제시하는 돈과 권력의 주변에서 누리는 호사를 거절하는 쪽으로 회심한다. 윤 회장은 자살이라는 극단 처방으로, 주 실장은 이직이라는 희생 처방으로. 진정한 주인이 돈과 권력을 움켜 쥔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은 것이다. 한국교회는 권력의 그늘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똑같은 원리로 벗어나야 한다. 주인이 돈이나 권력을 쥐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아니다.

돈 많은 교회도, 대형교회도, 총회장도, 감독도 아니다. 차라리 몸을 아낌없이 주어 모든 것을 버린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한국교회는 이제 취한 권력에서 깰 때다. 늘씬 얻어맞으면서도 정신 못 차리면 하나님은 기다려 주지 않으실 거다. 언론의 매를 맞는 게 아니고, 세상의 매를 맞는 게 아니고, 하나님께서 직접 매를 드실 때는 이미 늦게 될 것이다.

# 섹스 맛에 취한 교회, 치부 도려낼 수 있을까?

▲ 섹스 맛에 취한 교회, 치부 도려낼 수 있을까? ⓒ 휠므빠말


재벌의 섹스 탐닉, 정말 가관이다. 윤 회장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에바(마우이 테일러 분)와 사랑에 빠진다. 주영작이 어머니뻘인 백금옥의 성노리개감이 되었듯이, 에바 또한 신분상승에의 불타는 욕망이 윤 회장의 탐닉에 몸을 맡긴다. 물론 임상수 감독은 에바와 윤 회장의 에로티시즘을 사랑으로 묘사하는 센스까지 가미한다. 에바와 불륜에 빠진 윤 회장을 돈과 권력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인물로 묘사하자면 호구지책이었을 것이다.

철저히 버림받은 에바는 풀장에서 시신으로 떠오르고, 윤 회장 역시 그의 에로티시즘이 사랑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풀로 뛰어든다. 나미는 주 실장을 사랑한다. 하지만 주영작이 이미 어머니 백윤옥에게 치욕적으로 몸을 허락한 것을 알고는 어머니에게 화를 낸다. 임상수 감독은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함으로 영화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성공한다.

진정한 사랑과 속물적 에로티시즘, 그런 게 있다면, 영화는 그런 걸 굳이 선 긋고 있다. 나미와 주영작의 러브라인이 사랑이고, 백금옥과 주영작의 섹스가 에로티시즘만 있는 강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윤 회장과 에바의 섹스는 불분명하다. 처음에는 사랑이 아닌 것처럼 묘사되다가 진정한 사랑으로 결론을 내려고 한다. 무언가 작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쨌든 섹스라는 테크닉을 통하여 영화를 성공으로 이끌려는 다분한 의도가 깔린 영화다. 재벌과 권력, 돈과 섹스, 참 맛깔 나는 테마들을 얼버무리며 끈적거리는 애욕으로 시작하여 말랑말랑한 멜로드라마의 색깔로 덧입히며 에로틱한 면에서도 성공하려는 임상수만의 흥행적 기질이 덧보인다. 항공기의 화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나미와 주 실장의 섹스 신으로 그간의 끈적거림이 확 만회되고 만다.

돈, 권력, 섹스, 이 식상한 코드가 교회에서도 난무하니 문제다. 교회의 여자 청년들과 전도사를 수년간에 걸쳐 성추행한 목사, 몇 년 동안 상습적으로 장애인들을 농락한 파렴치한 목사, 성도들과의 성추행 때문에 교회를 옮겨 간 목사가 또 그 추태를 벌여 또 다른 교회로 옮겨 갔다는 이야기, 여관에서 성도와 놀아나다가 들켜 난간에 매달렸다 떨어져 죽은 목사,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잘 나가는 청년 목회자의 성추행 사건 그리고 교회 이임, 그가 요즘에 교회를 개척한다고 하는 이야기…. 언제쯤 교회는 성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왜 교회는 이들을 치리하지 못할까.

영화는 윤 회장과 주영작이란 인물을 통하여 돈과 섹스의 유착관계를 진정한 사랑이란 등식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교회는 그렇지 못하다. 그저 개인적 치부라 여겨 덮어두려고만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들추면 극소수의 교회에서 벌어지는 스캔들을 침소봉대하는 사탄의 세력이라고 매도한다. 반기독 세력이라나, 안티크리스천이라나. 허. 할 말이 없다.

돈 맛, 권력 맛, 섹스 맛, 이런 맛에 취하면 죽는다. 개인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다. 하물며 교회야 말해 뭣하겠는가. 영화 <돈의 맛>은 작금의 교회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다. 교회여, 성도여, 목사들이여! 세상 얘기로만 듣지 말고 우리 얘기로 귀 기울이자.
덧붙이는 글 <돈의 맛> 감독 임상수, 김강우, 백윤식, 윤여정 출연, 제작 휠므빠말, 2012. 5. 17. 개봉, 상영시간 115분.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당당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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