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에스프레소,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서평] 이탈리아 커피를 말하는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
가을비 오는 날엔
습관처럼 창가에 기대어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잠시동안
빗속을 걸어가는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젖은 손을 쓸쓸히 내미는
창밖의 희미한 얼굴
언제나 빗물 같은 그리움으로
어디론가 그렇게 흘러갔었다
이채의 <가을비와 창가의 커피>라는 시 일부다. 가을비가 며칠 동안 내려서 일까. 손에 든 커피가 더욱 추억으로 나를 이끈다. 창가에 멍하니 앉아 연인을 고대하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을까.
커피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가 변신해 여러 종류의 커피 레시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커피를 좀 더 알기 원하는 사람은 에스프레소부터 공부해야 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꽤 전문적인 에스프레소 테이스팅 책을 손에 들었다.
루이지 오델로가 쓴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이 그것이다. 루이지 오델로는 이탈리아에스프레소협회(IENI)의 회장으로 기술혁신과 테이스팅, 감각분석과 관련한 전문가다. 카를로 오델로가 책의 편집을 맡았는데, 카를로 오델로는 '오델로 M&L'에서 집필 및 편찬 업무를 담당하고 <The Taster>저널의 편집을 맡고 있다.
테이스팅의 목적... 성분 분석과 감각 지도 작성
이 책은 테이스팅부터 시작한다. 앞뒤가 바뀐 것 같은데 맛을 말하고 나서 맛을 좌우하는 다른 요소들을 공부하도록 돼있다. 테이스팅 커피, 커피의 맛, 테이스팅 카드, 커피 테이스팅의 지침까지 총 네 과에서 테이스팅을 다루고 커피 나무, 커피 빈, 커피 지리학 등 기초 분야를 다룬다. 이어 블렌딩과 로스팅 기법, 에스프레소 만드는 법을 다룬다. 테이스팅을 중심으로 글을 꾸려 보았다.
커피의 맛을 보고 그 맛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커피의 맛은 다분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커핑'은 쉽게 말하면 커피의 맛을 보는 작업을 말한다. 커핑은 커피콩의 향, 추출된 커피의 향, 맛, 냄새, 뒷맛, 밀도 등을 따지고 아로마, 바디감, 향미, 신맛, 단맛, 쓴맛 등을 데이터 화하는 작업이다.
에스프레소 테이스팅 역시 커핑과 비슷하다. 커피의 맛을 보고 데이터 화하는 작업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어떻게 이탈리아 식으로 맛보고 평가하는가 하는 면에서는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이 독보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89쪽밖에 안 되는 소책자 값이 2만 1000원이나 한다.
이 책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법과 그 감각을 적절히 기록하는 법, 그 의미를 해석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테이스팅은 이탈리안 에스프레소(tazzina)의 감각적 특성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정확한 테이스팅을 위해서는 먼저 자연광이 드는 쾌적한 환경과 함께 다른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고, 실내 온도는 20도에서 25도를 추천한다.
테이스터는 숙면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여야 하고, 오전 10시부터 정오,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테이스팅을 해야 한다. 또한 컵도 너무 큰 컵은 피하고 자기로 된 에스프레소잔을 사용해야 외형이나 후각적 판단, 미각적 판단, 온도 감지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테이스팅의 목적은 ▲ 올바른 원재료 수급을 위한 정확한 성분의 확인 ▲ 재래식 커피 재배와 생산기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점에 대한 진단 ▲ 동일한 커피의 품질 안정성 평가를 위한 참고 및 비교 자료로 사용되는 감각지도의 작성 ▲ 커피에서 느껴지는 균형감, 원두의 품질, 바리스타의 기술을 판단함으로써 만족도에 대한 기준 정립을 세우기 위해서다.
테이스팅의 데이터화... 테이스팅 카드
에스프레소를 갓 뽑으면 80도 정도 되는데 좀 식혀 65도 때 테이스팅을 해야 한다. 외형을 볼 때는 ▲ 색상, 색감, 명도 ▲ 크레마 질감의 밀도 ▲ 크레마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의 지속성을 본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에도 좋은 크레마는 잔에 남는다.
수천의 향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긍정적인 향과 부정적인 향을 구별해야 한다. ▲ 긍정적인 향은 커피 로스팅 향, 초콜릿 향, 꽃의 향, 과일 향, 구운 빵 향 등이고, ▲ 부정적인 향은 짚 향, 풀 향, 스모크 향, 리아또 향(페놀을 연상시키는 향), 산패취, 고인 물 향, 땅콩 향, 젖은 삼베 향 등이다.
맛은 대체로 ▲ 미각적 요소에서 단맛, 신맛, 쓴맛으로 대별되고 ▲ 촉각적 요소에서 입자감(작은 입자들이 혀에 접촉했을 때 느끼는 감각), 수렴감(미각신경의 단백질 감소로 혀에 일시적 마비를 일으키는 것), 부드러움으로 나뉜다.
책은 모든 맛과 향의 테이스팅을 데이터 화 함으로써 보편성과 일반성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탁월하다. 먼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트라이얼 카드'에 영역1(왼쪽)과 영역2(오른쪽)를 두어 각각의 맛과 향에 점수를 주는 방식을 소개했다.
영역1에는 ▲ 시각적 요소로, 크레마 색상의 농도와 질감을 ▲ 후각적 요소에서, 후각적 감도와 로스팅 향의 강도를 ▲ 미각·촉각적 요소에서, 바디감, 신맛, 쓴맛, 떫은맛을 ▲ 향의 여운에서 긍정적 향의 정도와 부정적 향의 정도를 0에서 9까지의 점수를 주게 한다.
영역2에서는 ▲ 시각적 요소에서 외형의 매력을 ▲ 후각적 요소에서 섬세함을 ▲ 미각·촉각적 요소에서, 밸런스를 ▲ 향의 여운에서 풍부함을 10단계로 체크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영역2에는 빈칸을 두어 테이스터의 주관적인 맛과 향을 기입하고 점수를 주게 함으로 모든 감각적 분석을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커피테이스팅협회의 '커피 감각 분석 카드'를 작성해 데이터화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카드를 사용하든 시각 평가를 통해 다크 브라운의 호피 무늬를 가진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가려내고, 후각 평가를 통해 강하나 안정되고 은은한 향을 찾아야 한다.
미각·촉각 평가에서는 쓴맛을 기본으로 다른 맛들이 조화를 이룬 것을 찾아야 한다. 향의 여운 평가에서도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여운이 깊고 풍부해 달콤한 꽃 향이 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커피의 생산지나 로스팅, 에스프레소 머신과 추출 방법 등을 대강 알려준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숫자들(Numbers not to forget)'은 주목해 봄 직해 소개한다.
▲ 3kg- 플랫버 그라인더로 하루 최대한 그라인딩 할 수 있는 커피 양 ▲ 하루 3번- 적어도 하루 3번 테이스팅 하라. ▲ 6일- 호퍼 청소는 6일을 넘기지 말라. ▲ 6.5g- 에스프레소 한 잔의 최소한의 커피량 ▲ 9프랑스 경도- 물의 경도 ▲ 9bar- 최적의 수압 ▲ 30초- 서빙시간 ▲ 60분- 그라인딩한 커피를 디스펜서 안에 놓는 최대의 시간 ▲ 60mL- 에스프레소 컵의 평균용량 ▲ 90℃- 추출 적합온도
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인가?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된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테이스팅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모든 맛을 데이터화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통하여 우리가 맛있게 먹는 커피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오늘은 창밖을 보며 멍 때리고 앉아 지나가는 모든 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어떨까?
습관처럼 창가에 기대어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잠시동안
빗속을 걸어가는 누군가의 연인이 되어
젖은 손을 쓸쓸히 내미는
창밖의 희미한 얼굴
언제나 빗물 같은 그리움으로
어디론가 그렇게 흘러갔었다
이채의 <가을비와 창가의 커피>라는 시 일부다. 가을비가 며칠 동안 내려서 일까. 손에 든 커피가 더욱 추억으로 나를 이끈다. 창가에 멍하니 앉아 연인을 고대하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을까.
커피하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가 변신해 여러 종류의 커피 레시피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커피를 좀 더 알기 원하는 사람은 에스프레소부터 공부해야 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꽤 전문적인 에스프레소 테이스팅 책을 손에 들었다.
루이지 오델로가 쓴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이 그것이다. 루이지 오델로는 이탈리아에스프레소협회(IENI)의 회장으로 기술혁신과 테이스팅, 감각분석과 관련한 전문가다. 카를로 오델로가 책의 편집을 맡았는데, 카를로 오델로는 '오델로 M&L'에서 집필 및 편찬 업무를 담당하고 <The Taster>저널의 편집을 맡고 있다.
테이스팅의 목적... 성분 분석과 감각 지도 작성
▲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루이지 오델로 지음 / 졸리카페코리아 펴냄 / 2012. 5 / 89쪽 / 2만1000 원) ⓒ 졸리카페코리아
커피의 맛을 보고 그 맛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작업이 아니다. 커피의 맛은 다분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커핑'은 쉽게 말하면 커피의 맛을 보는 작업을 말한다. 커핑은 커피콩의 향, 추출된 커피의 향, 맛, 냄새, 뒷맛, 밀도 등을 따지고 아로마, 바디감, 향미, 신맛, 단맛, 쓴맛 등을 데이터 화하는 작업이다.
에스프레소 테이스팅 역시 커핑과 비슷하다. 커피의 맛을 보고 데이터 화하는 작업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어떻게 이탈리아 식으로 맛보고 평가하는가 하는 면에서는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이 독보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89쪽밖에 안 되는 소책자 값이 2만 1000원이나 한다.
이 책은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법과 그 감각을 적절히 기록하는 법, 그 의미를 해석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테이스팅은 이탈리안 에스프레소(tazzina)의 감각적 특성을 찾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정확한 테이스팅을 위해서는 먼저 자연광이 드는 쾌적한 환경과 함께 다른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하고, 실내 온도는 20도에서 25도를 추천한다.
테이스터는 숙면하고 기분이 좋은 상태여야 하고, 오전 10시부터 정오,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테이스팅을 해야 한다. 또한 컵도 너무 큰 컵은 피하고 자기로 된 에스프레소잔을 사용해야 외형이나 후각적 판단, 미각적 판단, 온도 감지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테이스팅의 목적은 ▲ 올바른 원재료 수급을 위한 정확한 성분의 확인 ▲ 재래식 커피 재배와 생산기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점에 대한 진단 ▲ 동일한 커피의 품질 안정성 평가를 위한 참고 및 비교 자료로 사용되는 감각지도의 작성 ▲ 커피에서 느껴지는 균형감, 원두의 품질, 바리스타의 기술을 판단함으로써 만족도에 대한 기준 정립을 세우기 위해서다.
테이스팅의 데이터화... 테이스팅 카드
에스프레소를 갓 뽑으면 80도 정도 되는데 좀 식혀 65도 때 테이스팅을 해야 한다. 외형을 볼 때는 ▲ 색상, 색감, 명도 ▲ 크레마 질감의 밀도 ▲ 크레마가 사라질 때까지의 시간의 지속성을 본다. 커피를 다 마신 후에도 좋은 크레마는 잔에 남는다.
수천의 향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긍정적인 향과 부정적인 향을 구별해야 한다. ▲ 긍정적인 향은 커피 로스팅 향, 초콜릿 향, 꽃의 향, 과일 향, 구운 빵 향 등이고, ▲ 부정적인 향은 짚 향, 풀 향, 스모크 향, 리아또 향(페놀을 연상시키는 향), 산패취, 고인 물 향, 땅콩 향, 젖은 삼베 향 등이다.
맛은 대체로 ▲ 미각적 요소에서 단맛, 신맛, 쓴맛으로 대별되고 ▲ 촉각적 요소에서 입자감(작은 입자들이 혀에 접촉했을 때 느끼는 감각), 수렴감(미각신경의 단백질 감소로 혀에 일시적 마비를 일으키는 것), 부드러움으로 나뉜다.
책은 모든 맛과 향의 테이스팅을 데이터 화 함으로써 보편성과 일반성을 지향한다는 면에서 탁월하다. 먼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트라이얼 카드'에 영역1(왼쪽)과 영역2(오른쪽)를 두어 각각의 맛과 향에 점수를 주는 방식을 소개했다.
영역1에는 ▲ 시각적 요소로, 크레마 색상의 농도와 질감을 ▲ 후각적 요소에서, 후각적 감도와 로스팅 향의 강도를 ▲ 미각·촉각적 요소에서, 바디감, 신맛, 쓴맛, 떫은맛을 ▲ 향의 여운에서 긍정적 향의 정도와 부정적 향의 정도를 0에서 9까지의 점수를 주게 한다.
영역2에서는 ▲ 시각적 요소에서 외형의 매력을 ▲ 후각적 요소에서 섬세함을 ▲ 미각·촉각적 요소에서, 밸런스를 ▲ 향의 여운에서 풍부함을 10단계로 체크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영역2에는 빈칸을 두어 테이스터의 주관적인 맛과 향을 기입하고 점수를 주게 함으로 모든 감각적 분석을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커피테이스팅협회의 '커피 감각 분석 카드'를 작성해 데이터화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카드를 사용하든 시각 평가를 통해 다크 브라운의 호피 무늬를 가진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가려내고, 후각 평가를 통해 강하나 안정되고 은은한 향을 찾아야 한다.
미각·촉각 평가에서는 쓴맛을 기본으로 다른 맛들이 조화를 이룬 것을 찾아야 한다. 향의 여운 평가에서도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여운이 깊고 풍부해 달콤한 꽃 향이 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커피의 생산지나 로스팅, 에스프레소 머신과 추출 방법 등을 대강 알려준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숫자들(Numbers not to forget)'은 주목해 봄 직해 소개한다.
▲ 3kg- 플랫버 그라인더로 하루 최대한 그라인딩 할 수 있는 커피 양 ▲ 하루 3번- 적어도 하루 3번 테이스팅 하라. ▲ 6일- 호퍼 청소는 6일을 넘기지 말라. ▲ 6.5g- 에스프레소 한 잔의 최소한의 커피량 ▲ 9프랑스 경도- 물의 경도 ▲ 9bar- 최적의 수압 ▲ 30초- 서빙시간 ▲ 60분- 그라인딩한 커피를 디스펜서 안에 놓는 최대의 시간 ▲ 60mL- 에스프레소 컵의 평균용량 ▲ 90℃- 추출 적합온도
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인가?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된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테이스팅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모든 맛을 데이터화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통하여 우리가 맛있게 먹는 커피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오늘은 창밖을 보며 멍 때리고 앉아 지나가는 모든 연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어떨까?
덧붙이는 글
<에스프레소 이탈리아노 테이스팅>(루이지 오델로 지음 / 졸리카페코리아 펴냄 / 2012. 5 / 89쪽 / 2만1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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