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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국민은 부자가 될 수 없다, 왜?

[책 뒤안길] 화폐 독점의 기만 알려주는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등록|2015.04.07 11:42 수정|2015.04.07 11:45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2013년 연봉이 0원이라고 한다.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소득이 진짜 0원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연봉을 안 받는지는 모르지만,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에서 배당받는 돈만 해도 1년에 1758억 원에 달했다(2014년 기준)."<나는 국가로부터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2015, 하승수) 6쪽

어떤 사람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돈을 긁어모은다. 어떤 사람은 밤낮없이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이를 두고 단순히 불공평한 사회라고 넋두리를 한다.

자동차 VS. 걷기... 게임이 안 된다

▲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크로바르트 지음 / 배진아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2005. 3 / 1만4000원) ⓒ 청림출판

그런데 이는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며 국가만 똑바로 마음먹으면 이런 불공정은 사라질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화폐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그 화폐가 국가에 의해 생산 관리된다. 국가는 발권은행을 통하여 화폐를 생산하고 은행은 국가의 비호 아래 돈을 좌지우지한다.

이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다. 똑 같은 지점을 목표로 하고 출발선에서 어떤 이는 걸어서 출발한다. 다른 이는 자동차를 타고 출발한다. 누가 먼저 골인 점에 다다를까? 토끼와 거북이 운운하며 성실한 자가 이길 수 있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동화에나 나오는 이야기지 현실은 아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서 목표지점에 당도하면 이미 자동차로 온 사람은 몇 시간 전에 도착하여 식사까지 마친 상태일 수 있다. 이런 불공정이 경제 시스템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그런 시스템이 화폐제도이다. 화폐를 선점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싸움은 항상 선점한 자가 승리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자동차를 탄 사람과 걷는 사람이 똑같은 '부의 축적'이란 게임을 시작했다고 하자. 다시 말해 이건희 회장과 평범한 대한민국 일반국민이 시합을 했다고 하자. 누가 이기겠는가? 국가와 시민의 게임은 어떨까? 은행과 개인의 게임은 어떨까? 재벌과 시민의 게임은 어떨까?

이미 답이 뻔한 무의미한 게임이다. 그런데 이런 시합을 국가가 나서서 붙이고 있다. 화폐를 독점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국가가 말이다. 국가가 화폐를 독점한 시스템 하에서 속된 표현으로 뼈 빠지게 일한다고 시급 5000원인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범위를 넓혀 서민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럴 확률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주는 책이 있다. 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크로바르트의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화폐이론이 잘 정리된 책인데, 서민이 왜 부자들의 리그에서 이길 수 없는지를 잘 가르쳐 준다.

국가의 화폐 독점이 문제다

우리나라는 재벌이라는 특별한 부자들이 사는 나라다. 대부분의 재벌은 국가와 정권이 만들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한민국의 태동기에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적산가옥 등을 불하받는 과정에서 특혜를 입었다. 그들의 부는 대를 이어오고 있다.

박정희 정권도 권력유지를 위한 정치자금을 이들 부자들에게서 공급받으며 공생했다. 이후의 정권들이 모두 그런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정권에 밉보이면 망하게 된다. 국가와 부자, 이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돈과 국가, 돈과 부자들 그리고 국가와 부자들, 이들의 연결고리는 쉽게 끊어질 수 없다.

특히 화폐에 관한 한 국가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다. 돈을 찍어내는 권한이 국가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을 분배하는 것도 국가의 권리다. 나라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내놓고 어떤 이는 그 길로 갈 수 있게 하고 어떤 이는 못 가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차를 타고 게임에 참가한 사람과 걸어서 게임에 참가한 사람의 이야기는 부의 축적이라는 길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이유는 화폐 시스템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를 신뢰하지도 않으면서 돈을 찍어내는 권리를 정치인에게 맡긴다. 오스트리아 출신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파이에크는 "국가가 화폐를 다뤄 온 역사는 끝없는 기만과 사기의 역사"라고 규정했다.

"지폐의 도입은 정부가 화폐제도에 대한 지배권을 점진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핵심 요소였다. 과거에는 금화나 은화를 주조하는 일을 세공사가 수행했다. 하지만 지폐가 도입된 이후로는 국가가 이 영역에 대한 독점권을 강탈해 갔다. (중략) 더 많은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 화폐와 금의 결합관계는 점점 느슨해졌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57쪽

본래 돈은 금화였다. 그게 태환화폐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금 보유와 관계없이 불환화폐로 바뀌었다. 책은 여기에 화폐제도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발권은행이 정치자금, 국채, 대출 등이 포함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화폐를 발행하는데, 이는 국가의 통제 하에 있다. 그러니까 국가는 화폐에 관한 한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자유경제만이 살길이다

전혀 태환 가치가 없는 화폐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은행들은 국가의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차를 타고 시합에 나가는 것처럼 은행과 돈을 선점한 자들이 더 돈을 축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드자동차의 헨리 포드는 "이런 금융시스템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독점한 화폐 시스템은 악화(나쁜 돈) 제도이고, 이 폐해가 심각하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돈을 수중에 먼저 넣은 자가 잘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마치 주식투자자들 중에 정보를 먼저 안 사람이 수익률 게임에서 승리하듯 말이다.

"새로운 돈을 제일 먼저 확보한 사람들이 이전 가격으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중략) 새로 만들어진 돈이 당신에게 도착할 무렵이면 그 돈을 제일 먼저 손에 넣은 사람들은 이미 그 돈을 쓰고 투자까지 다 끝마쳤다. 그들은 부동산을 구입하고 주식에도 투자를 한다. 이후 당신 차례가 올 때쯤이면 그 토지를 당신이 사기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버린 상황이다."-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86쪽

제일 먼저 돈을 손에 넣는 자들이 누구일까. 국가, 은행 그리고 대기업 관련자들이다. 책은 채무자들도 이 그룹이라고 말한다. 과감히 은행을 이용하여 돈을 선점한다는 면에서 빚을 진 기업들이 이에 속한다는 뜻이다. 정권의 비호만 있다면 채무자가 돈을 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하여 책은 "대출 확장을 통한 화폐 생성은 기만적 경기호황을 불러온다"는 말로 정리한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 이런 말 들어보던 말 아닌가. 국가가 빚을 권하고 있다. 국가의 기만적 통화정책의 슬로건쯤 되는 말이다. 복지를 위해 세금 대신 국채를 발행하는 것 역시 국가의 독점적 화폐 시스템이 낳은 결과다. 자본주의 국가의 화폐 독점, 통화 시스템에 매스를 가하는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이론에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부패나 타락이 아니라, 화폐제도에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본 루트비히 본 미제스의 의견은 다른 각도로 국가를 보는 눈을 주문한다. 국가의 개입은 더 많은 개입을 낳고 결국 국가권력의 팽창으로 이어진다. 국가가 자동차 길을 뚫어놓고 몇몇 특권자만 지나게 한다면 이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누구는 걷는데 누구는 자동차를 타고 경제 시합에 참가하는 게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야 한다. 그런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요, 공평 사회다. 모두가 걸어서 경제라는 시합을 한다면 일반국민도 부자가 될 수 있다. 국가는 태환 가치가 없는 화폐를 무한정 찍어내는 화폐독점을 버리고, 자신의 정치적 구미를 따라 특정인에게 선점토록 하는 제도와 결별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필립 바구스와 안드레아스 마크로바르트 지음 / 배진아 옮김 / 청림출판 펴냄 / 2005. 3 / 1만4000원)
※책 뒤안길-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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