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야스쿠니 신사의 두 얼굴, 가소롭다

[책 뒤안길] 권철 사진작가의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

등록|2015.08.23 19:38 수정|2015.08.23 19:38
여보! 이번 8·15 광복절을 전후로 제주도를 시끄럽게 했던 사건을 알고 있소. 일본에서 20여 년 활동하던 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제주에 안착하면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제주목관아 관덕정에서 자신이 10년 동안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사진 전시회를 여는 것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소동이었다오.

이 사진작가는 간드락소극장과 함께 15~16일 이틀간 전시회를 기획하고 제주시에 장소사용 허가신청을 해 제주시는 이를 허락했소. 지난 10일 있었던 일이지요. 그러나 제주시는 13일 돌연 사용허가를 취소하고 말았소. 그 취소 이유가 참 우스워요.

관덕정은 항일운동의 성소인데 이곳에서 야스쿠니 사진전을 한다는 것은 역사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광복회 제주지부가 강력히 항의했기 때문이라고 하오. 제주지역 신문에 따르면 광복회는 "광복절 날 관덕정에서 일장기, 야스쿠니 사진을 내건다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다. 차라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을 전시해라. 사진작가가 일본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지요.

야스쿠니, 사진전 때문에 제주를 시끄럽게 하다

▲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패전일에 마치 승전이라도 한 듯 욱일기를 들고 참전했던 때를 기리는 퍼레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야스쿠니> 갈무리) ⓒ 권철


여보! 여론의 호도가 참 무섭다오. 광복회의 오해와 그 오해를 그대로 옮긴 제주지역 신문들의 논조에 당황한 제주시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전시회 장소 사용허가를 전격 취소했다오. 그런데 내가 이번에 이 사진작가의 그때 전시하려던 사진들을 엮은 사진 에세이집을 읽었다오. 내용은 광복회의 오해와 언론의 오도와는 정반대였소.

야스쿠니가 얼마나 군국주의의 본거지인지, 일본이 야스쿠니를 내세워 극우주의로 얼마나 깊숙이 달려가고 있는지, 일본의 야욕을 알려주는 책이었소. 야스쿠니를 선전하는 책이 아니라 야스쿠니의 군국주의 망령을 알리려는 사진집이지요. 권철 작가의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컬처북스>이 그 책이라오.

여보, 늦게 잘못을 깨달은 김병립 제주시장은 17일 오전 허가취소가 실수임을 인정하고, 주최측과 권철 작가 그리고 시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소. 바로 그 문제의 사진집을 대하며 야스쿠니는 일본 자국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참 골칫거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소.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야스쿠니가 갖고 있는 음흉한 진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오.

사진작가 권철은 그걸 여실히 까발려주고 있소.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스쿠니 신사 말이오. 권 작가는 일본에서 사진 공부를 하고 1994년부터 20년간 일본에서 활동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라오. 특히 도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초를 찍은 사진집으로 '고단샤 출판문화상 사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오. 포토에세이 <텟짱, 한센병에 감사한 시인>으로 2014년 도쿄 북페어 '지금 꼭 읽어야 할 책 30권'에 선정되기도 했다오.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던 권 작가가 제주에 안착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의 일이라오. 권 작가는 이미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에서 알려진 분이라오. 그가 야스쿠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부키초와 같은 거리에 있어 오며가며 사진을 찍으면서부터라고 하오. 그런데 그게 겉보기와는 달리 음흉한 무엇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야스쿠니, 두 개의 얼굴

▲ 책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 표지 ⓒ 컬처북스

여보! 권 작가의 이번 책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의 두 얼굴을 폭로하는 내용이오. 야스쿠니는 벚꽃 만개할 때면 관광객이 몰리고, 일본인들의 일상적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겉으로 보는 얼굴이 그 첫 번째 얼굴이라오.

"벚꽃이 한창일 때는 행락객들로 넘친다. 마치 유원지 같고 어떨 때는 야시장과도 같은 분위기이다. 일반 참배객들도 꾸준하나, 평범한 시민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과 가정의 복락을 빌고, 벚꽃을 즐긴다."(본문 74쪽)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이웃들이 염려하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이 겉모습이지요. 마치 한국의 여느 절과도 같은 풍경이오. 때론 평화를 상징하는 흰 비둘기를 300여 마리 하늘로 날리는 평화와 참회의 퍼포먼스도 행하는 곳이라오. 2015년 봄에도 "행락객과 참배객들로 만원이었고, 벚꽃도 절정이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평화롭게만 보였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소.

여보!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라오. 곳곳에 욱일기가 내걸리고, 때만 되면 일본의 총리 등 고위관리들이 참배를 하는 곳이오.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깃발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비슷한 개념인 거지요.

"신사 곳곳에서 욱일기의 잔재를 볼 수 있었다. 욱일기는 아시아 주변국들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상징이다. 흰색과 붉은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그 욱일기가 신사 행사장 곳곳에 변형된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섬뜩했다. 군국주의의 망령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본문 7쪽)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

여보! 일본의 군국주의의 망령인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천황을 위해 전사한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신사로, 단지 그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오. 그 안에는 '유슈칸'이라는 군사박물관이 있고, 특히 A급 전범 14위가 합사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오. 겉으로는 종교 법인이어서 정교분리 원칙에 의하면 정치인이 참배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짓이라고 하오.

여기서 "은연중 전쟁을 정당화하고 미화해, 그네들의 치욕적인 과거사를 세탁하고 있다는 사실"(11쪽)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게지요. 2005년 도쿄 도지사 극우파 이시하라 신타로가 망언을 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공식적으로 신사를 참배한 이래, 야스쿠니가 세계적인 이목거리가 되었다오. 그들은 패배한 전쟁을 종전일로 기리며 성전(聖戰)으로 치부하는가 하면, 전범재판을 승자들의 정치적 보복이라 여기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소.

여보! 같은 맥락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안전 보장 관련 법안'을 통과시킴으로 영구히 전쟁을 포기한 나라를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말았소. 제2차 대전 패배와 함께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는 나라를 선포했던 일본이 패전 70년이 된 지금 어디에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오.

이는 야스쿠니의 두 얼굴, 바로 그 모습이지 않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록조차 교과서에서 지우고, 강제·강요가 없는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억지 논리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오. 야스쿠니 같은 두 개의 얼굴을 들이밀고 추태를 보이는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낳은 결과지요. 야스쿠니는 "군국주의의 음험한 망령이 도사리고 있는 곳"(17쪽)이란 작가의 말은 일본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 된 것 같소.

우리나라 등 주변국과 일부 지각 있는 일본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안달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소. 제주에서 일었던 해프닝이 다시는 없기 위해 야스쿠니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야겠소. 야스쿠니의 두 얼굴, 참 가소롭지 않소.
덧붙이는 글 <야스쿠니- 군국주의의 망령>(권철 지음 / 컬처북스 펴냄 / 2015. 8 / 135쪽 / 1만5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이 글에서 말하는 ‘여보’는 내 아내만이 아닙니다. ‘너’요 ‘나’요 ‘우리’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