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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MBC를 위한 투쟁, 이제 시작이다!

[인터뷰] 72일간의 기록 - 박광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여수MBC지부장

등록|2017.11.27 09:37 수정|2017.11.27 09:38
김장겸 MBC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월 4일 총파업에 들어간 MBC 노조가 김장겸·고영주 해임이라는 승리를 안고 지난 15일 업무에 복귀했다. 총파업 72일 만의 기쁨이다.

이번 총파업에서 지역 낙하산 사장 철폐를 들고 투쟁을 이어온 지역 MBC는 여전히 끝나지 않는 투쟁을 하고 있다. 여수 MBC 노조 박광수 지부장을 만나 총파업에 들어가기 전 1차 인터뷰(8.29. 오마이뉴스 기사)에 이어, 2차 인터뷰를 순천광장신문 사무실에서 가졌다. - 기자 말

(이전 기사 :   "무자격 낙하산 철폐" 지역 MBC 노조의 절박함)

박광수 지부장은 지난 14일 파업승리 보고대회에서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였다고 한다. 1996년 입사해서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한 수차례의 파업을 경험한 그였지만 이번 파업만큼은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 서울 총파업집회에 참석한 박광수지부장과 조합원들 ⓒ 여수MBC노동조합


이명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만의 첫 승리

"MBC에 입사한 지 21년 동안 크고 작은 투쟁이 있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동안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은 파업과 투쟁을 이어왔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번 총파업 투쟁은 방송환경이 참혹하게 망가진 상황을 만든 보수 정권 이후 사실상 첫 승리이다."

특히 박광수 지부장은 지역 MBC 낙하산 사장 철폐를 들고 싸운 것을 이번 투쟁의 특별한 의미라고 말한다.


"이번 파업은 낙하산 사장의 폐해에 대해 전국적으로 주목받게 한 첫 투쟁이었다. 서울 사장의 점지를 받은 지역 낙하산 사장 철폐에 대해 전국 MBC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끌어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역으로 보자면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한 여수MBC의 첫 파업이었다."


심원택 퇴진! 사장선임구조를 광장으로!

▲ 9월 26일 여수MBC 사옥 앞에서 진행한 심원택 사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 ⓒ 여수MBC노동조합




MBC 노조는 업무에 복귀했지만 지역 MBC 노조는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5.18 북한군 개입설은 팩트일수 있다, 비싼 돈 들여 세월호를 왜 인양하는지 모르겠다" 는 망언으로 여수MBC 구성원을 비롯해서 광주전남 시민사회에 큰 분노를 샀던 심원택 여수MBC 사장 퇴진투쟁은 이어지고 있다.

"월요일마다 출근 대면 투쟁을 하고 있다. 심원택 및 보도 편성 간부들의 반성과 각성 촉구하는 피케팅도 매일 사무실에서 전개하는 중이다. 김장겸 해임 이후 새로운 MBC 사장이 선임되면 지역사 사장도 해임 수순을 밟을 거로 판단된다."

현재 MBC 사장은 공모 과정을 거쳐 12월 7일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최종 결정된다고 한다. 그 이후 지역 MBC 사장 선임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될 전망이다.

"지역사 사장 선임 관련해서 지역MBC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장 공모지원자 공개'이다. 예전처럼 서울사장이 자신의 친소관계에 의해 낙점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최소한 '정책설명회'를 개최하라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과정을 통해 지역 MBC 사장 선임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요구이다. 향후에는 '최종 후보자 선정 시 지역 구성원들의 동의 절차'를 달라는 요구까지 할 수 있어야 된다. 지역 사장 선임부터 방향 전환을 하자는 것이다. 밀실 선임구조를 광장으로 가지고 나와야 한다."


"반성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시민 홍보 활동뿐만 아니라, 노동·시민사회단체, 지역 모임을 다니면서 공영방송 MBC의 모습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2012년 130일 파업했을 때와는 달리 '반성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여수·순천·광양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 자리를 많이 가졌다. 정말 많은 채찍과 쓴소리를 들으면서 반성과 더불어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추후 분석해서 회사 측에 제공하고 보도자료도 낼 예정이다. 여수MBC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 MBC의 위치를 알아보는 계기,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 9월 13일, 여수MBC지부가 순천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여수MBC노동조합


파업집회, 여수 석창사거리 아침 선전전, 연대집회 참여 등 여느 파업과는 달리 다양한 파업프로그램과 일정 속에서 72일을 보낸 조합원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언제였을까?

"3차례의 가두 행진이었다. 순천에서 한번, 여수에서 두 번 진행한 가두행진은 저를 비롯한 조합원들도 처음으로 경험했다. 민주노총 지원을 받아 집회 신고를 하고 도로 한 쪽으로 전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두시간 가량 행진한 것이다. 여수에서 두 번째 했을 때는 경남, 목포, 광주지부와 함께해 더욱 의미 있는 행사였다.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고, 응원해주는 모습에 많은 에너지를 충전 받았다."

▲ MBC노조 경남지부, 광주지부, 여수지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수 시내 거리행진. ⓒ 여수MBC노동조합


"지역방송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많은 이들이 MBC 총파업 승리 이후, 공영방송 MBC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9년 동안 파괴되었던 공영방송 MBC가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번 투쟁 이후 공영방송 MBC를 바로 세우는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 '반성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 현수막을 들고 여수 석창사거리에서 아침 선전을 진행하고 있는 여수MBC지부 조합원들 ⓒ 여수MBC노동조합


"핑계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봐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지역 MBC가 공영방송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지배구조가 있었던 거다. 9년간 MBC를 지배했던 이들은 지역을 도외시했다. 방송제작을 위한 인력과 재원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지역 MBC를 수익구조에 충실한 지사의 개념으로 본 것이다. 지역사 사장에 대한 경영평가 내용으로도 알 수 있다. 방송은 뒷전, 기자와 피디는 줄어들고, 방송의 독립성은 꾸준히 억압되어 왔다. 그런 상황속에서 지역민들을 만족할 만한 기능을 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구성원들도 모습은 반성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지역 MBC가 지역 언론 완전체로 설 수는 없을 것이다. 인력과 재원도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이번 파업이 지역방송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이뤘다는 점에서 성과가 크다. 지역 공영방송 MBC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은 건강한 지배구조이다. 이를 위해 서울 사장 선임제도에 준하는 수준의 지역사장 선임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토양 개선에 힘쓸 터"

박광수 지부장은 지배구조를 바꾸는 문제는 공영방송의 기본 골격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그것만큼 중요한 과제는 공정방송을 위한 내부 토양을 바꾸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총파업은 승리로 귀결되었지만 건강한 언론환경을 만드는 문제는 산적해 있다. 특히 적은 인력문제와 더불어 젊은 기자들이 소신껏 일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토양을 바꿔야 한다. 내부에는 여전히 김재철·김장겸 체제에 기생하는 언론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장이 누가 되더라도 공정방송을 실천한 건강한 내부 토양을 구축해야 한다."

▲ 심원택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심원택 사장 집무실 앞에서 투쟁중인 여수MBC지부 ⓒ 여수MBC노동조합


"내부적으로 노조 내 기구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아래 민실위)를 강화할 예정이다. 노동조합부터 스스로 민실위 모임을 주 1회 개최하고, 우리가 만든 방송을 리뷰하고 타사 방송과 비교하고 서로를 비판하며 공정방송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또한, 방송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기구인 '공정방송협의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사장이 선임되고 노사관계가 정상화되어 단협이 복원되면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계약직 방송작가들의 눈물겨운 연대는 '방송작가 분회'로 열매 맺어!

▲ 9월 28일 여수MBC 방송작가 다섯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작가들과의 간담회에서 전두환 미화와 5.18 폄훼 발언을 한 심원택 사장'에 대해 증언했다. ⓒ 여수MBC노동조합




총파업 기간 중 전국적으로 많은 감동적인 사연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언론노동자들의 연대는 눈물겨웠다. 뉴스데스크 계약직 리포터들의 사직, 방송작가들의 지지 성명 등 자신들의 생존권보다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 대열에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특히 여수MBC 소속 6명의 방송작가들은 '여수MBC 심원택 사장, 전두환 미화 5월 폄훼 발언 증언 기자회견'을 열어, 심원택 사장의 행태 앞에 용기를 내서 진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들 방송작가들은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분회'를 결성하여 드디어 언론노조 조합원이 되었다. 박광수 지부장은 "심원택 사장 기자회견의 감동과 고마움을 넘어, 6명이 프리랜서 방송작가들과 같은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이번 파업의 정말 아름다운 결실이다"라며 심경을 전했다.

"지역 공영방송 MBC 재건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

▲ 조합원들과 백운산 산행. 박광수지부장은 "72일동안 한 몸으로 싸워온 조합원들이 없었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었을거라"고 말한다. ⓒ 여수MBC노동조합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지역민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자세를 바로 고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부족한 역할을 해 온 여수 MBC 노동자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또다시 호소드릴 수밖에 없는 것은 공영방송 지역 MBC 재건에 더욱 관심을 기울려 달라는 것이다. 지역 언론에 근간이 될 수 있는 공영방송 MBC, KBS가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공기가 될 수 있도록 채찍질해 달라."

언론노동자로 21년을 살아온 박광수 지부장은 지역에 중견 언론인으로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번 총파업 투쟁을 통해 지켜볼 눈들이 더 많아졌다는 부담도 없지 않다.

72일 동안 다양한 연대 활동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변하게 하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취재와 연대 활동이 다르지 않다는 소중한 경험을 한 그는 앞으로 더욱 부지런을 떨 예정이란다. 그의 부지런한 행보에 다시 한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순천광장신문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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