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1일 오후 5시 42분]
"북한 요리가 남북을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에 있는 '위쿡'에서 북한음식 두부밥을 소개한 탈북여성 제시 킴(31)이 말했다.
제시는 북한음식을 연구해 상품화하고 이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날 <오늘은 내가 이북요리 요리사> 쿠킹클래스에서는 통일과 남북한 문화에 관심 있는 내외국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두부밥 조리 시연에 이어 직접 조리하고 시식하면서 북한요리 체험을 공유했다.
1990년대 등장한 북한음식 두부밥
두부밥은 바삭하게 튀긴 두부 안에 밥을 넣은 북한 국민음식이다. 두부밥은 언뜻 유부초밥과 유사하다. 세모 모양으로 자른 두부를 기름에 튀겨 칼집을 내 그곳에 초밥 대신 밥을 넣어 만든다. 여기에 매콤한 양념소스를 발라 먹는다.
제시 킴에 따르면, 두부밥은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북한 전통음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종의 구황식품인 셈이다. 제시 킴은 두부피에 흰밥 대신 곤드레밥을 넣어 영양과 형태를 보다 개선했다. 이를 두고 북쪽의 두부와 남쪽의 곤드레 나물이 합쳐진 음식이라 설명했다.
제시의 시연에 이어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팀을 이뤄 조리에 들어갔다. 한 외국인 부부는 평소에 함께 음식을 만들었는지 능숙하게 작업했다.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조리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조리가 끝난 후 팀들은 자신들이 만든 두부밥을 서로 비교하면서 제시의 품평에 귀를 기울였다. 맛은 담백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참가자 대부분 두부밥이 처음이지만 북한음식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시식하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제시의 탈북과정과 남한에서의 적응 등으로 이어졌다. 제시는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23세에 남한에 들어왔다. 제시는 7~8세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으며, 큰집이어서 대소사 음식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두부밥 레시피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것이다.
제시가 태어난 '양강도 혜산시'는 압록강 인근 백두산 관문이다. 이곳엔 감자가 유명한데 감자 전분을 활용한 냉면과 장국수를 자주 먹는다고 했다. 제시는 "70여 년 분단을 통해 북한은 전래 음식이 가정마다 그나마 보존되고 있지만 남한은 집밥이 거의 사라지거나 여러 형태로 변형된 것 같다"면서 "따라서 북한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시는 한국외국어대 재학 때 학생들에게 북한 음식을 소개하는 '쿠킹클래스'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크자 이에 자극받아 북한 음식과 문화를 본격적으로 알리기로 다짐했다.
음식과 요리로 소통하는 남과 북
학교에서 '두부밥 먹어봤어' 한 마디에 서로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서 북한음식과 문화가 남북의 대화와 소통에 긴요한 매개체라는 것을 확신했다. 2019년부터 쿠킹클래스를 통해 선보인 두부밥은 펀드를 통해 이미 상품화 되었다. 두부밥에 필요한 특제양념소스도 버섯 등 천연재료를 배합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과 위협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런 소식과 정보는 북한 내부에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 대부분 모르고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만큼 북한이 통제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쪽은 북의 미사일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메시지의 지속적인 전파를 강조했다. 남한 사정에 어두운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정보야말로 남한 현실을 깨우치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26세에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고 전하자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한다. 북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제시는 탈북민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되레 이를 활용해 남북이 하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쿠킹클래스의 이름을 <한반도를 잇는 음식>이라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제시 자신은 의식하지 않지만 탈북민들이 남한사람들의 오해와 선입견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서로간의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남한에는 탈북민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인식이 있지만 탈북민 스스로의 자립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점에서 제시는 그 한계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사례이다. 제시는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 3시간 쪽잠을 자면서 일했다. 한때는 과로로 쓰러져 발견되지 않았으면 생명을 잃을 뻔 했다고 한다.
남한에 온 지 8년 차인 제시는 나름 정착에 성공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시키친'을 창업해 '코리안드림'을 이룬 듯 보인다. 그러나 그의 꿈과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향후 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제시는 탈북민들에게 전하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이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 자신의 끼와 실력을 살려 뭔가 도전하고 성취할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킹클래스에 참가한 미국인 부부는 "북한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시식까지 하면서 색다른 북한문화체험을 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쿠킹클래스 프로그램 스탭으로 활동하는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김승현(22·동국대 2년) 대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북한 음식을 통해 교류하는 시간이 즐겁고 남북한 차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킹클래스는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솔직한 대화를 원하는 청년들을 위한 통일 이야기의 장'을 주제로 주최한 2022 UNI FORA(2022.11.14.~27)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다. 포라(Fora)는 포럼(Forum)의 복수형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토론의 장을 의미한다.
"북한 요리가 남북을 소통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시는 북한음식을 연구해 상품화하고 이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날 <오늘은 내가 이북요리 요리사> 쿠킹클래스에서는 통일과 남북한 문화에 관심 있는 내외국인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두부밥 조리 시연에 이어 직접 조리하고 시식하면서 북한요리 체험을 공유했다.
1990년대 등장한 북한음식 두부밥
▲ 북한음식, 두부밥, 형태는 유부초밥과 유사하다. ⓒ 이혁진
두부밥은 바삭하게 튀긴 두부 안에 밥을 넣은 북한 국민음식이다. 두부밥은 언뜻 유부초밥과 유사하다. 세모 모양으로 자른 두부를 기름에 튀겨 칼집을 내 그곳에 초밥 대신 밥을 넣어 만든다. 여기에 매콤한 양념소스를 발라 먹는다.
제시 킴에 따르면, 두부밥은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북한 전통음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종의 구황식품인 셈이다. 제시 킴은 두부피에 흰밥 대신 곤드레밥을 넣어 영양과 형태를 보다 개선했다. 이를 두고 북쪽의 두부와 남쪽의 곤드레 나물이 합쳐진 음식이라 설명했다.
제시의 시연에 이어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팀을 이뤄 조리에 들어갔다. 한 외국인 부부는 평소에 함께 음식을 만들었는지 능숙하게 작업했다. 서로 손발을 맞춰가며 조리하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조리가 끝난 후 팀들은 자신들이 만든 두부밥을 서로 비교하면서 제시의 품평에 귀를 기울였다. 맛은 담백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참가자 대부분 두부밥이 처음이지만 북한음식을 이해하는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두부밥을 소개하는 탈북출신 제시 킴 ⓒ 이혁진
시식하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제시의 탈북과정과 남한에서의 적응 등으로 이어졌다. 제시는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23세에 남한에 들어왔다. 제시는 7~8세부터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으며, 큰집이어서 대소사 음식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두부밥 레시피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것이다.
▲ 두부를 기름에 튀기고 있다. ⓒ 이혁진
▲ 두부밥 양념소스를 만들고 있다. ⓒ 이혁진
▲ 두부밥에 넣는 곤드레밥 ⓒ 이혁진
제시가 태어난 '양강도 혜산시'는 압록강 인근 백두산 관문이다. 이곳엔 감자가 유명한데 감자 전분을 활용한 냉면과 장국수를 자주 먹는다고 했다. 제시는 "70여 년 분단을 통해 북한은 전래 음식이 가정마다 그나마 보존되고 있지만 남한은 집밥이 거의 사라지거나 여러 형태로 변형된 것 같다"면서 "따라서 북한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시는 한국외국어대 재학 때 학생들에게 북한 음식을 소개하는 '쿠킹클래스'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크자 이에 자극받아 북한 음식과 문화를 본격적으로 알리기로 다짐했다.
음식과 요리로 소통하는 남과 북
▲ 두부밥 요리실습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실습하고 있다. ⓒ 이혁진
학교에서 '두부밥 먹어봤어' 한 마디에 서로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서 북한음식과 문화가 남북의 대화와 소통에 긴요한 매개체라는 것을 확신했다. 2019년부터 쿠킹클래스를 통해 선보인 두부밥은 펀드를 통해 이미 상품화 되었다. 두부밥에 필요한 특제양념소스도 버섯 등 천연재료를 배합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실험과 위협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런 소식과 정보는 북한 내부에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 대부분 모르고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그만큼 북한이 통제사회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쪽은 북의 미사일 위협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메시지의 지속적인 전파를 강조했다. 남한 사정에 어두운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정보야말로 남한 현실을 깨우치는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26세에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고 전하자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한다. 북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제시는 탈북민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이야기했다. 되레 이를 활용해 남북이 하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쿠킹클래스의 이름을 <한반도를 잇는 음식>이라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제시 자신은 의식하지 않지만 탈북민들이 남한사람들의 오해와 선입견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서로간의 공감대 형성을 강조했다.
남한에는 탈북민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인식이 있지만 탈북민 스스로의 자립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점에서 제시는 그 한계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사례이다. 제시는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하루 3시간 쪽잠을 자면서 일했다. 한때는 과로로 쓰러져 발견되지 않았으면 생명을 잃을 뻔 했다고 한다.
남한에 온 지 8년 차인 제시는 나름 정착에 성공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시키친'을 창업해 '코리안드림'을 이룬 듯 보인다. 그러나 그의 꿈과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향후 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다.
제시는 탈북민들에게 전하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한국이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 자신의 끼와 실력을 살려 뭔가 도전하고 성취할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킹클래스에 참가한 미국인 부부는 "북한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고 시식까지 하면서 색다른 북한문화체험을 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쿠킹클래스 프로그램 스탭으로 활동하는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김승현(22·동국대 2년) 대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북한 음식을 통해 교류하는 시간이 즐겁고 남북한 차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쿠킹클래스는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 '솔직한 대화를 원하는 청년들을 위한 통일 이야기의 장'을 주제로 주최한 2022 UNI FORA(2022.11.14.~27)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다. 포라(Fora)는 포럼(Forum)의 복수형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토론의 장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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