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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등록|2023.04.03 10:00 수정|2023.04.03 10:00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책 표지. ⓒ 디플롯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한국어판은 2021년 7월 출간 이후 한국 독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022년 가을, 한국을 방문한 브라이언 헤어 박사는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한국인들에게 여러 해 동안 큰 사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독자들은 '따뜻함'이라는 감정선과 만나게 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최재천 교수는 '아직도 성악설과 성선설 사이에서 흔들리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연한 논리로 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은 참 오랜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 가축화

이 책에서는 '자기 가축화(self-domestication)'라는 개념을 언급하며, 친화력은 자기 가축화를 통해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가축화 연구를 통해 우리 종의 초강력 인지능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자기 가축화 가설이 우리와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우리 종의 경향을 극복하는 해법으로서의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다. 자기 가축화 연구를 통해 친화력이 동물들의 인지능력, 특히 협력과 의사소통 측면에서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근거가 하나둘 쌓이고 있음을 밝혔다.

마음 이론

심리학에서 말하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즉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정교한 방식으로 타인과 협력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동물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도 마음 이론이 적용된다. 동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모두 눈을 마주치고 다정한 목소리를 낼 때 더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동작과 목소리를 통해 '선의'인지 '악의'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추론하는 능력은 협력적 의사소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을 알아보기 시작하며서 마음 이론 능력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협력적 의도를 이해하는 일이 호모 사피엔스의 모든 능력이 발달하기 위한 기초라면, 그 능력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사람의 진화에서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중 아주 중요한 일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5쪽)

가축화된 마음

마음 이론에서 발생하는 아주 섬세한 능력 하나가 있는데, 누군가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틀린 믿음(False Belief) 능력(111쪽)이다. 이 능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잃기 전까지는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인지능력 중 하나인 '자제력'이 우리 삶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물론 자기 가축화 과정이 시작될 때부터 극도의 자제력을 지녔던 것은 우리 종뿐이다. 이 과정을 겪으며 감정반응을 더욱 억제함으로써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우리의 능력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123쪽).

​핵심은 발달

친화력 상승이 자기 가축화 징후를 촉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핵심은 발달이다. 발달 속도나 시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몸체 유형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회적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발달 기간의 연장 여부에 따라 협력적 행동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발달 패턴은 사람뿐만 아니라 보노보, 침팬지 등의 동물에서도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종에게 일어난 친화력 선택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것은, 우리 종이 보노보처럼 전반적인 포용력만 강화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종은 집단 구성원의 정의를 확장시킨다(158쪽).

우리는 모르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그들을 그냥 참고 견뎌주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서로를 돕는다(159쪽)는 점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친화력

친화력이 우리 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은 새롭지 않다. 하나의 종으로서의 우리가 더 똑똑해졌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이 두 생각 사이에 놓여 있는데, 사회적 관용이 높아지면서 인지능력, 특히 의사소통 및 협력과 관련한 기능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165쪽).

타자에게 친절한 우리 종의 특성은 보노보와 일치하지만, 사람의 경우 이 친절함은 특정 타인에게만 해당된다. 우리는 집단 정체성을 토대로 타인을 판단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사랑이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기도 한다(187쪽)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에게는 연민과 공감 능력이 있다. 이러한 본성을 함께 예측하고 개발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에는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야겠다.

다양성

가장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국가와 민족, 인종, 성 정체성이 섞인 활기 넘치는 공동체를 이루는 공간이다. 이 다양성이 사람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며, 혁신과 경제적 성장을 이끌고 사회의 관용을 강화시킬 것이다(280쪽). 도시는 서로 다른 배경과 다양한 관점 및 경험을 지닌 삶들이 자유롭게 섞여 생각을 교환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283쪽). 서식지가 바뀌어도 우리의 본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관용을 베풀면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랜 연구와 분석과 관찰 끝에 세상에 나온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은 독자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여, 이 지구를 함께 나눠 쓰고 있는 인간과 동물들이 더 큰 사랑과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소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어떠한 순간에도 '다정함이 승리의 전략'이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독자들은 조금 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질 것이다.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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