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아이디어 낸 참모 잘라라"
[이충재의 인사이트] 대선 후보 선거운동 방불케 한 지역 방문
<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주변에 따르면 지난주 윤 대통령의 지방 방문 일정은 철저히 지지층과 여론을 의식해 준비됐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호남과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등 남도를 동서로 횡단했습니다. 첫 일정인 지난달 31일의 경남 통영 수산인의 날 기념식 참석은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알려집니다. 이어 전남 순천으로 건너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고, 다시 경남 진해 군항제를 비공개로 방문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접촉을 통해 민심을 얻으려는 의도임이 선명해 보입니다.
지난해 8월 윤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팬카페 건희사랑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방문 사실이 사전에 유포됐는데 '많은 참석과 홍보 부탁드린다'는 글과 함께 '공용주차장으로 오라'며 집결지까지 공지했습니다. 당시 이준석 전 당 대표는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보수정치 하는 사람들이 한번 부스터 받을 때 가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며 "서문시장 방문을 기획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지지율 측면에서 다급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문제는 이번과 같은 지방 방문 일정이 앞으로 더 자주 진행될 거라는 점입니다. 대통령실에선 민심 행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윤 대통령이 지방 행사에 참여하는 계획을 추가로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기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대통령의 지역 순방 형식이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여권에서도 나옵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잦은 지역 방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선 후보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세하는 선거운동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역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까지 여러 일정과 행사를 수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해 "서문시장 방문 같은 아이디어를 낸 참모는 간신"이라며 "잘라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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