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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동관 검증' 제대로 했을까

[이충재의 인사이트] 이동관 아들 학폭 사건 '현미경 검증' 했는지 의구심

등록|2023.06.12 06:43 수정|2023.06.12 07:57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아들 학교폭력이 논란인 가운데 정부의 인사검증은 제대로 이뤄졌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정부의 검증 단계를 거치는 데, 1차적 검증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관할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수행합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이 지난 8일 이 특보의 학폭 논란 입장문을 배포한 점으로 볼 때 이미 검증 통과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이 특보 아들 학폭 사건에 대해 얼마나 '현미경 검증'을 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여권에서도 제기됩니다.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학폭 논란에 조목조목 해명했지만 바로 반박에 부닥쳤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했고 친한 사이"라는 주장은 "피해자가 여러 명인데 한 명과 화해하면 학폭 사실이 없어지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학생 선도위원회'가 아들의 전학을 결정했다는 이 특보의 해명과 달리 선도위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당시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에게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전화했다는 주장도 '징계 조치를 미뤄달라는 요구'였다고 김 이사장이 밝힌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특보 해명이 모순되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 인사관리단 검증은 이 특보의 해명에 기초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사건 관련자들 면담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복수의 피해자들을 만나 폭력 사실과 정도를 확인하고, 문제 제기를 한 교사들의 증언을 듣고,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지 않은 데 대해 교장, 교감과 담임교사를 접촉해 진술을 들었어야 합니다. 김승유 당시 이사장으로부터 이 특보의 전화 내용 확인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무부 인사관리단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검증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되는 인사 실패, 책임지는 사람 없어 

한 장관은 지난 3월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폭 문제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하자 "제가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이 학교폭력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아들의 학폭 사실을 얘기하지 않아 몰랐다는 항변입니다. 그러나 이 특보 경우는 다릅니다. 아들의 학폭 문제는 이미 2015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만약 이 특보 인사청문회가 열려 낙마하게 된다면 한 장관은 검증 실패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법무부가 1차 검증을 하지만 최종 검증은 대통령실에서 이뤄집니다. 문제는 인사시스템을 움직이는 사람이 윤 대통령이 근무했던 '검찰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검증 기관 간 교차검증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인사 추천의 핵심 업무는 검찰 출신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맡고, 1차 검증은 한 장관이, 2차 검증도 검찰 출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특보에 대한 인사 검증이 문제가 된다면 대통령실도 공동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그간 윤 정부에서 수많은 인사 실패 사례가 나왔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인사 추천·검증 라인의 핵심 인물들은 취임 초부터 현재까지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실패한 인사 과정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었습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때 정부는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체의 내용이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인사정보관리단이 몇 명의 후보자를 검증했고 검증 결과는 어떠했는지, 검증 대상자 범위는 어떻게 규정돼 있고, 관리단의 실제 역할과 임무는 무엇인지 모든 게 불투명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윤석열 정부 1년, 퇴행 14장면' 중 하나로 '인사 검증 실패'를 꼽았습니다. 참여연대는 "계속되는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폐지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인사 검증 라인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특보가 방통위원장에 지명되면 아들 학폭 논란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도 같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건 투명하고 떳떳한 인사 검증의 기준과 절차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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