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귤은 여름에 먹어야 합니다
단맛이 보장된 하우스 감귤... 비가림, 노지 감귤과 또 다른 맛
어린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보니, 집에 과일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마트에 가면 으레 계절별 과일 코너를 기웃거리게 된다. 과일 쇼핑에서 가장 신나는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살구, 자두, 복숭아, 수박, 포도 등 다양한 과일이 수확되는 계절이니까. 갈 때마다 이번엔 무얼 살까 행복한 고민을 한다. 물론 만만치 않은 물가를 생각하면 행복하기만 한 고민은 아니지만.
맛이 보장된 여름 귤
제주에 살면서 여름철 과일 구입 목록에 추가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귤'이다. '귤을 여름에?'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여름은 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노지 감귤이야 시월 말이나 돼야 슬슬 눈에 띄지만, 하우스 감귤은 봄부터 출하되기 시작해 여름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하우스 감귤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맛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살다 보니 원주민들은 신맛과 단맛이 고루 섞인 귤을 최고로 친다는 걸 알게 됐다. 노지 귤 수확 시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공짜 귤을 얻어 먹게 되는데, 먹다 보니 원주민들의 입맛을 이해하게 됐다. 신맛이 적절히 포함돼야 더 맛이 알차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단맛이 강한 귤에 더 손이 가는 건 아무래도 본능인 듯하다. 대다수의 육지 소비자들도 단맛을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하우스 감귤은 노지 감귤과는 달리 단맛이 강하다. 아무거나 집어도 실패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 당도가 무척 높다. 아이들은 여름에 맛보는 귤에 그야말로 환장한다. 단맛에 격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더 그렇다.
앉은자리에서 흡입하듯 쏙쏙 입에 넣다 보면 이미 귤은 사라지고 없다. 더 달라고 성화지만 더는 없다. 하우스 감귤인 만큼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민이라 노지 감귤은 종종 얻어먹지만, 하우스 감귤을 얻어먹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산지라고 육지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아이 주먹만 한 귤 9~10알 넣은 게 보통 동네 마트에서 5천 원대다. 오일장에서는 이보다 좀 더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육지는 보통 제주의 두 배다. 귤값이 금값인 것이다. 노지 감귤의 시세를 떠올리면 꺼려지다가도 육지보다 싸다고 생각하면 자꾸 손이 간다.
육지에 사는 한 지인은 아는 농장에 직접 주문해 하우스 감귤을 박스째 받아먹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하면 금액도 현지 수준으로 꽤 괜찮다며, 무척 맛이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나도 주문해 볼까, 싶어 귀가 솔깃하다.
하우스 감귤은 어느 순간 비가림 감귤로 바뀐다. 둘의 차이는 난방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있다. 하우스 감귤은 비닐하우스 안에 난방을 하기 때문에 금액도 비싸고, 출하시기도 훨씬 빠르다. 비가림 감귤은 똑같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지만 난방을 따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출하시기는 하우스 감귤에 비해서는 좀 늦지만 노지보다는 빠르다. 시세는 하우스 감귤보다는 저렴하고 노지보다는 비싼 편이다. 비가림 감귤도 하우스 감귤만큼 맛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아 오곤 한다. 노지 감귤이 나오면 훅 떨어진 가격에 기뻐하며 또 집어 온다.
겨울 딸기처럼, 여름엔 귤 되었으면
요즘은 워낙 다양한 과일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출시되다 보니 제철에도 귤의 인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생산량이 많은 겨울철엔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많다. 차를 타고 귤 농장 주위를 지나가다 보면, 수확하지 않은 귤이 가지에 그대로 매달려 있거나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버려지는 귤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농가들은 자구책으로 하우스나 비가림 감귤 재배로 바꾸기도 하고, 풋귤을 수확해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청귤이라고도 불리는 덜 익은 귤, 풋귤은 8월이 제철이다. 청으로 보통 담가 먹는데, 익은 귤보다 영양소가 많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청귤은 재래귤의 일종이어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풋귤을 정확한 명칭으로 보고 있다).
하우스 감귤은 겨울철 한파를 이겨내야 해서 난방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농가들을 살리기 위해, 꺼져가는 감귤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농가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의 손길을 뻗고 있다.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아직 사람들은 여름철 귤을 생소하게 여긴다. 여름에 웬 귤이냐며 의아해한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해 그 달콤한 맛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한 번 맛보면 자꾸만 또 생각나고 까먹게 되는 여름 귤의 맛을 소수만 알고 있다는 게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쟁쟁한 여름 과일들에 밀리고, 겨울에는 다채로운 해외 과일들에 밀리는 귤의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복숭아나 자두 같은 과일도 금액이 상당한데, 난방까지 해서 키운 하우스 감귤 가격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점점 어려워지는 귤 농가들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아직은 여름 과일 전쟁에서 귤이 승리할 확률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하우스 귤의 당도가 널리 알려지면 언젠가 겨울철 딸기와 같은 위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딸기는 어느새 봄이 아니라 겨울이 제철인 과일이 되어버렸다. 겨울에 나는 딸기가 영양도 맛도 더 좋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서, 공급과 소비가 그만큼 많아진 때문이다. '여름엔 귤이지!' 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맛이 보장된 여름 귤
▲ 껍질 벗긴 귤달달한 하우스 감귤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 pixabay
제주에 살면서 여름철 과일 구입 목록에 추가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귤'이다. '귤을 여름에?'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여름은 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노지 감귤이야 시월 말이나 돼야 슬슬 눈에 띄지만, 하우스 감귤은 봄부터 출하되기 시작해 여름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하우스 감귤을 발견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맛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하우스 감귤은 노지 감귤과는 달리 단맛이 강하다. 아무거나 집어도 실패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 당도가 무척 높다. 아이들은 여름에 맛보는 귤에 그야말로 환장한다. 단맛에 격하게 반응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더 그렇다.
앉은자리에서 흡입하듯 쏙쏙 입에 넣다 보면 이미 귤은 사라지고 없다. 더 달라고 성화지만 더는 없다. 하우스 감귤인 만큼 금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도민이라 노지 감귤은 종종 얻어먹지만, 하우스 감귤을 얻어먹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산지라고 육지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아이 주먹만 한 귤 9~10알 넣은 게 보통 동네 마트에서 5천 원대다. 오일장에서는 이보다 좀 더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육지는 보통 제주의 두 배다. 귤값이 금값인 것이다. 노지 감귤의 시세를 떠올리면 꺼려지다가도 육지보다 싸다고 생각하면 자꾸 손이 간다.
육지에 사는 한 지인은 아는 농장에 직접 주문해 하우스 감귤을 박스째 받아먹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하면 금액도 현지 수준으로 꽤 괜찮다며, 무척 맛이 좋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나도 주문해 볼까, 싶어 귀가 솔깃하다.
하우스 감귤은 어느 순간 비가림 감귤로 바뀐다. 둘의 차이는 난방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있다. 하우스 감귤은 비닐하우스 안에 난방을 하기 때문에 금액도 비싸고, 출하시기도 훨씬 빠르다. 비가림 감귤은 똑같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지만 난방을 따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출하시기는 하우스 감귤에 비해서는 좀 늦지만 노지보다는 빠르다. 시세는 하우스 감귤보다는 저렴하고 노지보다는 비싼 편이다. 비가림 감귤도 하우스 감귤만큼 맛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아 오곤 한다. 노지 감귤이 나오면 훅 떨어진 가격에 기뻐하며 또 집어 온다.
겨울 딸기처럼, 여름엔 귤 되었으면
▲ 귤나무하우스, 비가림, 노지 생산으로 귤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 pixabay
요즘은 워낙 다양한 과일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출시되다 보니 제철에도 귤의 인기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생산량이 많은 겨울철엔 인건비가 나오지 않아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많다. 차를 타고 귤 농장 주위를 지나가다 보면, 수확하지 않은 귤이 가지에 그대로 매달려 있거나 바닥에 잔뜩 떨어져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버려지는 귤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농가들은 자구책으로 하우스나 비가림 감귤 재배로 바꾸기도 하고, 풋귤을 수확해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청귤이라고도 불리는 덜 익은 귤, 풋귤은 8월이 제철이다. 청으로 보통 담가 먹는데, 익은 귤보다 영양소가 많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청귤은 재래귤의 일종이어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풋귤을 정확한 명칭으로 보고 있다).
하우스 감귤은 겨울철 한파를 이겨내야 해서 난방비가 많이 든다고 한다. 농가들을 살리기 위해, 꺼져가는 감귤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농가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의 손길을 뻗고 있다.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아직 사람들은 여름철 귤을 생소하게 여긴다. 여름에 웬 귤이냐며 의아해한다. 소비자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해 그 달콤한 맛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한 번 맛보면 자꾸만 또 생각나고 까먹게 되는 여름 귤의 맛을 소수만 알고 있다는 게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쟁쟁한 여름 과일들에 밀리고, 겨울에는 다채로운 해외 과일들에 밀리는 귤의 신세가 처량하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복숭아나 자두 같은 과일도 금액이 상당한데, 난방까지 해서 키운 하우스 감귤 가격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점점 어려워지는 귤 농가들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 아직은 여름 과일 전쟁에서 귤이 승리할 확률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하우스 귤의 당도가 널리 알려지면 언젠가 겨울철 딸기와 같은 위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딸기는 어느새 봄이 아니라 겨울이 제철인 과일이 되어버렸다. 겨울에 나는 딸기가 영양도 맛도 더 좋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서, 공급과 소비가 그만큼 많아진 때문이다. '여름엔 귤이지!' 하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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