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국가 망신', 책임 물어야 할 사람들
[이충재의 인사이트] 지자체보다 중앙정부, 전 정부보다 현 정부 책임 커
▲ 떠날 준비하는 미국 대원들6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에서 조기 철수를 선언한 미국 대원과 지도자들이 짐을 꾸리고 있다.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대회가 끝난 후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에 미친 유무형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국격 추락과 국제적 위상 악화는 물론 그간 각 분야에서의 성과로 높아진 국민의 자긍심에도 깊은 상처를 입혔습니다. 일각에선 한국의 국제행사 개최역량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잼버리 준비 부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책임론의 화살을 전 정부로 돌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실무 준비는 전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잼버리 종료 후 전임 정부와 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 등을 상대로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자체가 유치한 행사라도 국제적 규모일 경우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감독에 나서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로 잼버리대회의 행사 집행과 책임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잼버리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은 청소년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의원(전북전주갑) 등 2명이 맡고 있었습니다. 김현숙 장관이 준비 업무를 총괄한 셈입니다.
이상민의 자신감, 윤석열의 약속'
▲ 환영사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8월 2일 오후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강한 여가부 폐지 의지로 여가부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정부는 여가부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고 김 장관도 상황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사전 점검 차원에서 열리는 '프레잼버리' 행사는 준비 부족으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번에 드러난 문제가 그대로 지적됐지만 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전북도 등 현장에선 부족한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앙정부에서 거의 반영하지 않은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지난 2월의 공동조직위원장 확대 개편 이후입니다. 중앙정부 지원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조직위 요청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명이 공동조직위원장에 추가 임명됐습니다. 개편의 핵심은 대회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소방 등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행안부 장관을 포함시켰다는 점입니다. 그때부터 이상민 장관이 새만금 현장을 자주 방문해 안전점검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9일 잼버리대회 개막 사흘 전 최종 점검에서 "행안부는 안전한 잼버리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초 윤석열 정부가 잼버리대회를 이전 정부가 유치한데다 전북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지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한국스카우트 명예총재로 추대되면서 적극 지원으로 돌아섰다는 겁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릴 경우 윤석열 정부의 공으로 홍보하기 위해 막판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수락 연설에서 "잼버리대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으로선 잼버리대회 파행의 직간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일 개막식 참석과 관련해서도 당시 온열질환자가 상당수 발생했는데도 개막식을 강행한 데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참석자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에 미루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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