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의 매달 해외순방 떠나고 있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11월과 12월도 순방계획 발표, '외교 대통령' 이미지 구축 의도...민생 외면 비판 나와
▲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8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기 위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2023.9.18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안으로 두 번 더 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잇단 해외순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들 방문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은 취임 1년 반만에 14차례 외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여권에선 '외교 대통령' 이미지 만들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일 관계 복원과 한미일 공조체제 구축을 공고히 해 역사적 평가를 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조한 지지율 끌어올리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현실로부터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 부부가 찰스 3세 영국 국왕 초청에 따라 내달 영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이후 국빈자격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또 12월에는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의 초청에 따라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 달사이 두 차례 유럽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외교·안보 대통령 이미지 강조...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아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외교·안보 대통령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실도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해온 윤 대통령의 경제 외교 행보에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 선언, 캠프데이비드 회담 등 굵직한 정상외교 성과가 나올 때마다 지지율이 올랐던 것도 외교행보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실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의 이유 중에서는 외교가 30%대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잦은 국외방문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제·민생이 어려운데 해외에 너무 자주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국민들 사이에서 제기됩니다. 지난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국내에 큰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권 일각에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총리나 외교부 장관을 내보내고 대통령은 민생에 주력하는 게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야당의 평가는 더 박합니다. 경제위기를 해결할 능력도 없고 국내에 골치아픈 일이 많으니 국가원수로 예우를 받는 외국을 자주 나가는 것 아니냐고 비난합니다. 수출 부진과 세수 부족, 물가 등 민생 위기가 깊어질수록 결단력 있는 외교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더욱 힘을 쏟고 있다는 겁니다. 외교 안보를 역사·이념 전쟁과 연결시켜 야당을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몰아가려 한다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편에선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메시지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윤 대통령이 뉴욕 순방에서 수십 개국과 양자회담을 한 데 대해 "그런 정상은 100년간 외교사에 없을 것"이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기네스북 등재'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 리투아니아 방문 때 김건희 여사 쇼핑에 대해 "호객행위에 당했다"는 해명도 부적절한 사례로 거론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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