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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신당설', 왜 불씨 꺼지지 않을까

[이충재의 인사이트] 김한길 부인에도 '살아있는 카드'... 대통령 주변에 '정계개편 준비팀' 존재 소문

등록|2023.10.26 06:53 수정|2023.10.26 06:53

김한길 '신당 창당은 없다'김한길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 정책제안 부처합동브리핑’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 둘러싸여 ‘신당 창당’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신당 창당은 생각해 본 일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승리 카드로 거론되는 '윤석열 신당'이 현실성이 없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당사자로 알려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거듭된 부인에도 정치권에선 죽은 카드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의 기질로 볼 때 자신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신당 창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권 주변에선 대통령 주변에서 정계 개편의 시나리오를 짜는 그룹이 있다는 말도 돕니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기됐던 '윤석열 신당'이 최근 다시 불거진 것은 김한길 위원장의 위상 부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17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대통령은 느닷없이 김 위원장을 띄웠습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유명무실했던 국민통합위 행사에 내각과 여권 핵심인사들을 총출동시킨 것도 이례적이지만, 김 위원장을 한껏 추켜세우는 발언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치 윤 대통령이 2인자를 선포하는 자리같았다"는 여권 인사의 평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막역한 관계는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입문 과정부터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수시로 독대해 다양한 주제로 두세 시간씩 대화를 나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소문을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보궐선거 패배라는 위기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김 위원장을 띄운 것은 어떤 역할을 예고하려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기현 대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역할론과 관련해 비대위원장설과 신당설 등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설의 경우 벌써부터 보수층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당에서 당 대표까지 했던 인물을 국민의힘 대표로 옹립하는 건 자존심 차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팽배합니다. 오히려 보수진영의 분열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신당설의 경우 사정은 달라 보입니다. 먼저 김 위원장의 역할은 신당 창당시 책임을 맡는 게 아니라 밑그림을 그리는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이 없는 셈입니다. 신당설에 대한 반응도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반발과 부인의 입장이 강하지만 보수지지층에서는 반대 입장이 뚜렷하지 않다는 게 여권 내부의 시각입니다. 보수진영에서는 당이 문제가 아니라 총선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신당 유력한 모델, 중도실용 '가설 정당' 

'윤석열 신당'과 관련된 시나리오도 다양하지만 현재 주로 거론되는 모델은 일종의 가설정당입니다. 이른바 중도실용을 기치로 내걸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문가 집단과 정치지망생,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정당을 만든 뒤 국민의힘을 흡수통합하는 형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도 합류시키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득권 거대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신설 정당에 대한 참신함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신당설의 비현실성으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꼽습니다. 윤 대통령 인기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에서 누가 실패할 정당에 합류하겠느냐는 얘깁니다. 이념적으로도 국민의힘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윤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표방한다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선거공학적인 일종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차라리 국민의힘 당명을 바꾸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여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으로선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판을 형성하고픈 유혹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한 지지자와 통화에서 "분란을 일으키면 당을 완전히 뽀개버리겠다"고 한 발언도 다시 주목을 끕니다. 보궐선거 참패 후 윤 대통령은 주변에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으로 안되겠다 싶으면 윤 대통령은 뭐라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신당설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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