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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드리운 의구심

[이충재의 인사이트] 이종섭 '해외 도피' 사실상 방조...'유병호 감사원' 표적감사 수사도 진척 없어

등록|2024.03.13 06:52 수정|2024.03.13 07:29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 공수처 제공.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석연찮은 수사 태도를 계기로 향후 공수처의 권력비리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집니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의 해외도피를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간의 미온적인 수사 과정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공수처 안팎에선 신임 공수처장이 임명되면 윤석열 정부의 권력형 비리 수사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도 결국 특검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공수처의 이 전 장관 '면죄부 수사'는 예견된 일이란 반응이 많습니다. 이 전 장관 등이 채 상병 사건 조사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공수처에 고발된 것은 지난해 9월입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 여론의 질책이 쏟아지자 지난 1월에야 국방부 감찰단과 김계환 사령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이 전 장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금지도 그때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후 공수처 수사는 뚜렷한 진척이 없었습니다. 이 전 장관 등 주요 피의자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을뿐더러 당시 압수수색에서 이 전 장관의 사무실은 제외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7일 이 전 장관이 조사받으면서 제출한 휴대폰은 채 상병 사건 이후 교체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은 7월 말부터 8월 초에 벌어진 일인데, 핵심 증거인 당시 통화내역을 확인할 길이 없어진 셈입니다.

공수처의 이 전 장관 조사 과정도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합니다. 공수처가 호주대사 임명 직후 "국가를 대표하는 인사로 출국한다는 점은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말한 것부터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할 독립수사기관의 인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수처는 이어 이틀 뒤 이 전 장관을 불러 4시간의 약식조사로 출국의 길을 터줬습니다. 밑에서부터 수사해 윗선으로 올라가는 통상의 수사절차조차 무시했습니다. 공수처는 논란이 일자 12일 이 전 장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미 대사로 부임한 그를 소환조사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채 상병 사건뿐 아니라 공수처가 진행하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도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관련 수사는 지난해 말 유병호 사무총장을 소환한 이후 후속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조사도 기약이 없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공수처에 대한 보복성 감사를 밀어붙이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릅니다.  

윤 정부, 공수처 의도적 무력화... 커지는 '채 상병 특검' 필요성 

법조계에선 신임 공수처장이 임명되면 '정권 눈치보기'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현재 두 명의 공수처장 후보 모두 여권 측에서 추천한 인사로, 자질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특히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과 함께 '우검회'라는 검찰 친목모임 일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임명될 경우 공수처 수장으로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정치권에선 현 정권이 공수처를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킬 거라는 얘기가 무성합니다. 일각에선 존재감이 전혀 없는 여성가족부처럼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 방안으로 특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채 상병 특검법'은 다음달 3일부터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가 가능합니다. 야권에선 총선 직후 표결한다는 방침인데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야당이 승리하면 법안 통과가 유력시되지만, 패하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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