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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향민'이 원하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남북 주민이 함께하는 광주 NK비전센터

등록|2024.06.13 14:46 수정|2024.06.13 15:02
 

▲ NK비전센터 박우철 대표 ⓒ 이혁진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활동을 서울의 큰 교회와 민간단체들도 하지만 변방인 광주에서도 성공적인 지역모델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11일 뉴코리아(NK) 비전센터 박우철(52) 대표는 한반도평화연구원(KPI)이 주관한 남북 출신 주민들이 함께 뿌리내린 성공적인 지역 사회 공동체를 살피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3년 운영을 시작한 NK비전센터는 국내외 북한이탈주민과 2세들의 인권개선 교육과 고려인 등 이주노동자들의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11년째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날 박 대표는 센터를 통해 남북주민이 함께 추진한 활동과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기간 좌충우돌하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남북주민이 함께 모색하며 발전한 것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며 소회를 말했다.

센터는 북한이탈주민을 ' 북향민', 광주시민을 '선주민'이라 각각 호칭하고 있다. 선주민은 '이주민'의 상대적 개념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광주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통용되는 개념이다.

개신교 목사이며 훈련사역을 담당했던 박 대표는 센터를 설립하기 전에는 북향민에 대해 일면식도 지식도 없었다. 뜻한 바 있어 북향민을 섬기기로 했지만 북향민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은 예상보다 훨씬 안 좋았다.

이에 박 대표는 우선 북향민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무조건적 사랑은 되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 대표는 "북향민을 알고 이해하고 수용해야 사랑할 수 있다 "는 걸 센터의 모토로 정했다.

이러한 모토를 적극 반영한 것이 센터 '북한학교' 과정이다. 북향민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이다. 1년에 2회, 13주 과정을 얼마 전 23기를 마쳤다. 수료한 학생이 1천 명에 이른다. 졸업생 중에 북향민 5명을 포함해 30여 명의 센터 자원봉사 간사가 배출됐다.

밥상공동체 '친정집 프로젝트'

센터는 북향민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지원하고 있다. 관이 못하는 걸 찾아 돕는 식이다. 센터는 정부 지원 없이 1~2만 원 등 작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남북하나재단과 통일과나눔 등 관련기관 사업에 응모하기도 한다.

초창기 센터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북향민 '커튼 지원 사업'이다. 커튼이 아파트에 사는 탈북 여성 사생활 보호에 필요하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가지고 다니는 열쇠 대신 번호 키도 만들어 주니 반응이 좋았다.

북향민들은 이처럼 사소하지만 낯선 환경 적응에 필요한 활동을 반가워 한다. 물질적인 지원보다 심리적 소통 공간과 배려를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센터는 생일과 결혼을 축하하고 혼자 사는 탈북 여성들의 상견례를 돕는 등 함께 하는 가족으로서 보살폈다. 그러자 여성이라고 무시하고 막 대하는 지역 사회 풍조도 점차 사라졌다. 센터가 하는 일에 북향민들의 경계도 없어졌다.
 

▲ NK비전센터 박우철 대표가 센터활동과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이혁진


매주 토요일 센터 3층에서 운영되는 '밥상공동체'는 밥을 함께 먹으며 북향민의 삶을 들어보는 시간이다. 일명 ' 친정집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시간은 남북 주민이 공감하며 끈끈한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밥상공동체 효과는 '만나야 통일이다'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한다.

친정집프로젝트는 북한 고향 음식인 두부밥, 언감자 송편을 만들어 나눠 먹고 독거노인 반찬 배달, 어르신을 위한 복날 삼계탕 대접 등 지역 사회 봉사도 전개하고 있다.

센터는 탈북민 자녀 멘토링도 했다. 자녀들은 남쪽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중도 입국한 아이들도 있다. 데려오지 못한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탈북하며 겪는 부모들의 트라우마도 전문 상담사들과 협업해 치료했다. 북향민 재소자를 만나 상담하고 출소 후 사람을 소개하는 일도 진행중이다.

센터는 앞장서기보다는 북향민 각자의 재능을 센터에 말하면 이들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음악, 연극, 토크콘서트, 뮤지컬, 합창단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전문가와 연결해 북향민들이 무대에 오르도록 지원했다.

'남북김장나눔한마당'은 '디아스포라축제'로 거듭나  

북향민들의 원활한 소통 공간으로 자리 잡은 센터는 외연을 넓혀 고려인 동포에게도 손길을 내밀었다. 광주 월곡동에는 현재 7~8천 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3층 센터 건물의 1층을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숲속의 작은도서관으로 내준 것도 이 때문이다.

센터는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교실'도 하루 2회 운영하고 있다. 이주민들이 언어소통과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자조모임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서로 친목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한편 센터 활동의 하이라이트는 매년 개최하는 '남북김장나눔한마당'과 '설전 음식나눔한마당'이다. 3일 동안 천 포기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년 전부터는 고려인도 참가해 '디아스포라축제'로 발전했다.

3년 전 시작한 설전 음식나눔한마당은 고향 못 가는 남북 주민 150명이 1대 1로 음식과 선물을 돌리는 행사이다. 선물은 5만 원으로 제한하고 여기엔 정성 어린 '손편지'가 들어가야 한다.

박 대표는 지난주 여행하기 어려운 북향민 4명을 데리고 개인적으로 4박 5일 조-중접경 지역 역사 유적지를 답사했다. 북향민들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한다.

센터의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보니 동정보다 남북 주민이 동등한 식구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박 대표도 북향민이 원하면 어디든 달려가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동행과 사랑이 광주를 넘어 국내외로 퍼지길 기원해 본다.

끝으로 그는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행복하면 무엇이든 찾아 할 것이며 어떤 게 맞는지 지금도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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