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욕보이는 사람들
[이충재의 인사이트] 자질과 함량 미달 이진숙, 보수에 거부감...김용원-정승윤 행태도 보수에 먹칠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유성호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게 확실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보수세력 전체를 욕보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극우로 편향된 정치관은 물론, 역사성과 도덕성, 전문성 등 모든 면에서 함량 미달이라는 얘기가 보수진영에서도 나옵니다. 황당한 논리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주도한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한국의 인권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킨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서도 같은 비판이 쏟아집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의 가치와 동떨어진 인사들을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기용하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진단합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이진숙 후보자의 정체성은 보수라기보다는 극우에 가깝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해 "좋아요 연좌제가 있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문화예술인들을 좌파·우파로 낙인찍은 데 대해 반성은커녕 "알게 모르게 이념이 체화된다"고 맞섰습니다. MBC 경영진 시절 노조 와해 공작을 시도한 것에 대해선 '위기관리용'이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 정강에 5·18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의 극우적 성향과 왜곡된 노사관은 문제적입니다.
보수와 거리가 먼 인사들 중용하는 윤 대통령이 문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겸허한 태도를 미덕으로 여기는 보수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또다른 인사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인권위원이 된 그의 반인권적 기행은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성노예 타령'으로 폄하하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기레기'로, 인권단체를 '인권장사치'로 매도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급기야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그의 반인권 행태를 우려하는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내는 등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독선과 좌충우돌 행태에 보수진영 내에서도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보수 일각에선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급조된 논리로 면죄부를 준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청탁금지법 주무부서인 권익위는 지난 10일 윤 대통령 부부가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날 보도자료 한 장 없이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외국인이므로 명품백은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억지 논리를 제공한 당사자가 정 부위원장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출신의 정 부위원장은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고, 그간 국민의힘 계열 후보로 여러 차례 출마했으나 낙선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권익위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보수진영에선 지난 4·10 총선 참패로 한국 보수가 길을 잃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보수 이념이 실종되고, 보수 집단의 정체성이 훼손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수 혁신을 위한 자성과 성찰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진숙, 김용원, 정승윤 같은 이들이 변화하지 않는 보수를 대변하고 정통 보수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가장 큰 책임은 이런 인사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임명하는 윤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권위주의적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윤 대통령이 보수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거리낌없이 거론되는 모욕을 당하면서도 권력을 지키기에만 급급해 벌어지는 일입니다. 보수가 다시 길을 찾으려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의 윤 대통령에게는 요원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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