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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채 상병 수사', 올해 안에 안 끝난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관련자 소환 등 수사 일정 기약 없고, 물증 확보도 장담 어려워

등록|2024.08.21 06:34 수정|2024.08.21 07:13

▲ 박성재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할 공수처 수사가 올해 안에 끝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남은 수사 일정과 과제, 수사 속도 등을 감안할 때 몇 개월 내에 수사 결과를 내놓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입니다. 지금까지의 수사 진척 상황으로 볼 때, 국민이 납득할만한 성과를 도출할지도 의문입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연일 공수처를 향해 "빨리 수사 결과를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건 이를 노린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진실 규명을 위해선 공수처 수사에 기대지 말고 정치권에서 특검에 합의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공수처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자들의 통신내역을 확보하면서 활기를 띠는 모습입니다.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 발생 무렵 윤 대통령 등이 누구와 연락을 했는지 확인해 수사 외압과 구명로비 의혹 단서를 찾겠다는 계획입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나타난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통신가입자정보 조회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건은 이들 사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가 오갔는지에 관한 진술과 물증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통신내역에는 전화번호와 연락 기록만 있어서 그 자체로는 정황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결국 통화 당사자들로부터 외압이나 로비를 의심케 하는 대화가 있었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현재 공수처가 확보한 통신내역 대상은 윤 대통령 등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대통령실과 여당, 수사 빨리 끝내라 연일 압박

문제는 이들이 외압이나 로비가 있었더라도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점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관련자들은 일제히 혐의를 부인하거나 입을 닫았습니다. 일부는 증인 선서까지 거부하면서 침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혹의 당사자들이 공수처 조사에서 진실을 털어놓을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자칫 이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수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일정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을 소환하려면 의혹이 어느정도 확인돼야 하는데 그 단계까지 이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공수처도 "아직 사건 관계인들을 부를 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환이 결정된다해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조사를 진행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공수처 주변에선 수십 명에 달하는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데만도 적어도 수 개월은 소요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은 공수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통화내역 확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보일 수 있는 압력 행사는 공수처 수사에 힘을 빼고, 적당히 끝내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이는 여권에서 줄곧 강조해온 '공수처 수사 후 필요하면 특검' 기조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할 때 정치권에서 특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 발의를 여러차례 약속했고, 민주당도 제3자 추천안 수용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습니다. 25일 여야 대표 회담이 열리는만큼 반드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 대표부터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답을 내놓는게 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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