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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고칠 때 화장실에 '이걸' 설치하면 좋습니다

안전사고 예방은 집에서부터 시작... 나이 들수록 '화장실 안전' 특히 중요

등록|2024.08.31 13:50 수정|2024.09.09 13:45
연재 <베이비부머의 집수리>는 오래된 집을 수리하며 느낀 점을 정리한 기록이다. 노후를 위해 집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여러 생각과 시행착오들이, 베이비부머 등 고령자와 그 가족들에게 공감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기자말]

▲ 동네에는 집수리하는 설비업체가 많다. 하지만 믿고 맡길만한 업자를 선정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 이혁진


집을 수리하는 데 있어 가족들이 반대하지 않은 것은 내겐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말이 쉽지, 집 안을 철거하고 이삿짐을 옮기고 집을 비우고 임시 거처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가.

조그만 집기 하나 들어내고 겨울을 대비해 화분을 지하실에 옮기는 것도 힘들고 귀찮아 차일피일 미루는 게 우리 집 일상이었다.

리모델링 하기로 뜻을 모은 자체가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것이다. 이후 5월 중순경 건축업자를 알아보고 공사 일정에 맞춰 보관이사 등 후속조치를 준비했다.

좋은 업자 찾는 것도 일인데... 아버지의 혜안

제일 먼저 할 일은 집수리 할 업자를 찾는 것이다. 다행히 동네에는 리모델링 하는 설비업자들이 많다. 우리 집 근처에도 방수 공사나 인테리어 가게들이 여럿 있다.

집에서 이래저래 관계가 가까운 리모델링 건축업자 김씨를 먼저 만났다. 실은 10여 년 전에 우리집 2층 슬라브 방수공사를 했던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은 집 지하실에 보일러 공사를 했던 업자였다. 그는 공사가 끝났는데도, 겨울철이면 동파를 우려해 배관 점검차 수시로 들르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다.

50년 가까이 된 집이라 그간 크고 작은 보수공사가 있었다. 그때마다 현장을 지키고 담당자들과 소통하던 아버지는 이제 귀와 눈이 어두워졌다. 업자를 상대하는 건 내 몫이 됐다.

▲ 46년 된 집을 대수리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은 외벽 누수부분과 집 내부를 대수선하는 작업이었다. 사진은 수리 진행 중에 방 문짝들을 떼어내 밖에 놔둔 모습. ⓒ 이혁진


리모델링 소식이 업계에 퍼진 건지(?) 아예 얼굴을 잘 모르는 업자까지도 집에 찾아와 90대 아버지가 잘 계신지 안부를 물었다. 공사를 자신들에게 달라는 제스처였지만, 나로선 '누가 하든 공사를 잘 부탁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업자들은 모두 집수리 전반을 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내건 간판에도 인테리어, 방수, 페인트, 신·증축 등 모든 작업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 대부분 일부는 자신이 직접 시공하지만 목수, 타일공 등 기술자와 인부를 불러 인건비를 주고 작업을 시키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과 면식이 전혀 없는 나로선 말로만 듣고 이들의 기술과 신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업체는 예상 외로 빨리 결정됐다. 아버지가 강력 추천하는, 그간 성실하고 예의 바른(?) 김씨를 업자로 선정한 것이다(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에 김씨를 다시 만나 집수리 할 범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공사 견적을 받기로 했다. 공사는 안방과 작은 방 천장을 뜯어내고 누수를 막는 방수 공사와 화장실을 전면 개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어 현장을 그에게 몇 번 더 안내하면서 공사를 시작해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중순까지 완료할 것을 요청했다. 김씨도 5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하면 내가 원하는 일정대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 장마철 때마다 방 천장에서 새는 비를 생각하면 공사는 하루가 시급했다(관련 기사: 46년 된 집 수리한다니 95세 아버지가 보인 반응 https://omn.kr/29vtf ).

건축업자를 만나면서 동시에 집을 비워주기위해 보관이사 업체와 폐기물처리 업체도 수배했다. 공사 중에 임시로 거주할 집도 동네 부동산을 찾아가 알아봤다.

그런데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었는데, 아내가 갑자기 공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서둘러 마쳐야 하는데...' 싶어 난감했다.

하지만 아내 입장은 완강했다. 공사를 하려면 액운이 없는 '좋은 날'을 잡아야 하며 모든 게 때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삿짐도 함부로 빼면 안 된단다. 아내는 점 보는 곳에서 공사 개시 날짜를 6월 24일 소위 '손 없는 날'을 받아왔다.

손 없는 날은 이사와 결혼 등에 상서롭다고 전해지는 길일을 말한다. 중요 행사의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집수리를 흔쾌히 수락한 아내 입장을 생각하면, 손 없는 날에 이사하자는 의견을 아예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하루가 급한 나로선 어이가 없었고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아내가 원하는 공사 일정에 맞춰 추진하기로 했다. 업자 김씨 또한, 실내공사는 장마철이라도 가능하며 외부 공사는 장마가 끝난 후 해도 무리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사 일정이 연기되자 이사 등 다른 일정 모두 다시 조정해야 했다. 이때부터 공사가 늦어지거나 일정 번복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내용은 아내에게 뜻을 물었다.

공사 늦어져 만난 귀인

한편 미끄러진 김에 쉬어 간다고, 공사가 지연되면서 반가운 귀인이 나타났다. 재건축 전문가인 고등학교 친구가 집에 찾아와 이참에 거실과 주방도 함께 수리하길 조언한 것이다. 그는 업자 김씨도 직접 만나 여러 기술적인 문제를 나 대신 상의했다.

주방바닥 아래 온수배관을 화장실 바닥으로 연결해 겨울철 화장실을 따뜻하게 만들고, 방 벽면 누수와 결로방지책의 일환으로 합판에 석고 보드 하나를 더 덧붙이는 작업 등등 친구의 제안들은 시공이 가능하고 추가 공사비도 크게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사실 집수리 하는 업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줄 리 만무하다. 내가 이 분야에 문외한이라는 걸 그들이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이번에 수리하면 '평생 살 집'인데 이번에 제대로 리모델링해야 후회가 없다고 했다. 내가 집수리를 예전 집을 땜질하는 수준 정도로 생각했다면, 친구는 우리 같은 고령자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집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 화장실 안전바는 고령자 낙상사고를 예방하는 기본장치다. ⓒ 이혁진


이를테면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벽에 화장실 안전바(넘어지지 않게 잡고 일어나거나, 바닥이 미끄러울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를 설치하고, 각 방마다 있던 문지방, 즉 문턱을 아예 없애거나 낮추도록 하자는 의견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듣고보니 일리가 있었다.

또한 친구는 "고령자들은 집에서도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동 동선을 단순하게 만드는 게 좋다. 어두우면 더 다칠 수 있으니, 조명을 밝게 해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특히 화장실에 센서 조명을 다는 게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다. 친구는 마치 자기 일처럼 공사 견적서를 꼼꼼히 살피고, 집주인이 알아야 할 주의사항들도 시의적절한 때 내게 귀띔해 주었다. 일정이 미뤄지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말 그대로 '귀인'이었다.

▲ 고령자들이 사는 집 실내 분위기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급적 어둡지 않아야 한단다. 리모델링하면서 대부분 밝은 색으로 교체했다. 사진은 철거 전 주방 천장 모습이다. ⓒ 이혁진


뜻하지 않은 친구의 등장으로 인해 공사비는 두 배로 늘었지만 리모델링 가치는 몇 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 같았다. 이는 친구 덕도 크겠으나, 어쩌면 아내의 지혜로움이 준 행운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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