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은 도대체 왜 부활한 건가
[이충재의 인사이트] 용산 민심 청취 기능 마비 확인된 윤 대통령 기자회견...체코 원전 수주, 제2 부산 엑스포 우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민정수석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이면서 민정수석실을 도대체 왜 부활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의료대란'과 경제 상황 등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민심 청취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사실이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데 따른 비판입니다. 여권에선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에 갇혀있는 것도 민정수석실 등에서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여론 수렴과 민심 청취가 허울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면서 "현장 민심을 수렴하고 청취하는 기능이 시급하고 절실하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사 출신의 김주현 민정수석도 첫 일성으로 "가감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 운영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설된 민정수석실은 과거와 달리 사정 기능보다 현장 민심을 수집·보고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란 예상이 많았습니다. 실제 그동안 각 수석실에서 나눠 맡아왔던 민심 파악 업무는 민정수석실로 일원화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의 '달나라 인식'은 경제 상황에 대한 언급에서도 도드라졌습니다. 물가, 가계부채, 부동산 등 경제의 전 영역에서 현실과 정반대의 안일한 인식을 보이거나 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기에 급급했습니다.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등이 겪는 생활고와 체감 경기에 대한 민심이 윤 대통령 귀에까지 닿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낙관적 태도에도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국 원전기업이 한국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이의를 제기한 데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간단히 풀릴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가 진작부터 재계에서 제기됐다고 합니다. 소송을 제기한 웨스팅하우스 본사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데 이곳이 미 대선 경합주여서 미국으로부터 큰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재계에선 이런 의견이 윤 대통령에게 전달이 안 된 것 아니냐며 자칫 '제2의 부산엑스포 사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민정수석실, 대통령 부부 사법리스크 방어에 급급
민정수석실 부활 이후 기억나는 건 김건희 여사 수사지휘부 전면교체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직후 이뤄진 인사의 배후에는 민정수석실이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민심 청취를 구실로 설치해 놓고 가장 먼저 검찰 장악력 극대화를 위한 인사에 앞장선 셈입니다. 일각에선 현재의 민정수석실이 민심 청취보다는 검찰 내부 동향 파악 등 윤 대통령 부부 사법리스크에 쏠려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검찰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의혹 수사에 열을 올리는 것도 민정수석실 부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민정(民情)은 원래 국민의 형편과 사정을 살핀다는 뜻입니다. 사정기관 장악 등 '정권의 칼날'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부각돼 있지만 본질적 기능은 민심수렴입니다. 대통령의 불통이 민정수석실 부활 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은 제 구실을 못 했다는 방증입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으려는 윤 대통령의 소통력 부재도 문제지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점검해 정확한 민심을 전달해야할 일차적 책임은 민정수석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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