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제목' 고민한다면, 분명 도움 될 겁니다
[서평] 22년 차 편집기자가 알려주는 제목 이야기 <이런 제목 어때요?>
뉴스를 전달하는 주요 매체가 종이에서 화면으로 옮겨 가면서, 중요성이 유독 부각된 건 바로 '제목'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이 기사를 읽을지 말지 결정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매체들도 제목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클릭수 장사'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목에 힘을 주는 것이다.
선을 넘지 않는 제목
제목에 힘을 부여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내용은 없는데 제목만 그럴싸한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경우 누리꾼들은 '제목에 낚시질 당했다'라며 분노를 표한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광고가 더 많이 붙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 비단 기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어당기는 제목을 뽑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퍼런 현실 속에서 직업 윤리를 지키며 도리를 다 한다는 건 얼마나 힘겨운 일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되 선을 넘지 않는 제목을 다는 것, 남들이 저급하게 갈 때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것. 실상 현실과 이상은 거의 매번 어긋나게 마련이니, 현실에 제대로 발 붙이고 있으면서도 이상을 놓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힘겨운 싸움인 것만 같다.
그 싸움을 22년 째 해온 사람이 있다. <오마이뉴스> 최은경 편집기자다. 매너리즘에 잘 빠져 익숙해지면 곧 흥미를 잃고 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22년 한 사람은 거의 동경의 대상에 가깝다. 어떤 동력이 그를 22년 차 편집기자로 만들었을까. 궁금증은 그의 신작 <이런 제목 어때요?>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그는 누구보다 제목 짓기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인다. 직접 공자의 <논어> 중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구절을 인용하며, 여기에 자신이 해당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는 고백을 한다.
그는 더 좋은 제목을 짓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논문과 누리꾼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등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노력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아끼고 즐기는 사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편집기자는 든든한 뒷배
이런 생각 바탕에는 시민기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깔려있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보다 '사는이야기'를 읽고 제목을 다는 게 더 좋았다고 고백한다. 비슷비슷한 형태의 기사보다는 다채로운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더 끌렸다는 것이다.
그런 글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하며, 제목을 이렇게도 달아보고 저렇게도 붙여보는 최은경 기자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절로 그려졌다.
시민기자와 편집기자는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쪽지로 주로 소통을 한다. 나는 민감한 기사일 경우에는 제목에 적극적으로 내 뜻을 어필하지만, 그외 대다수의 경우는 편집기자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편이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내 글을 봐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그런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었다.
'사는이야기'는 <오마이뉴스>만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아직도 '사는이야기'의 취지를 몰라서 '일기는 일기장에 적으라'는 취지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는이야기'는 지면 중심의 뉴스에서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분야다.
딱딱하고 굵직한 기사들만 읽어 내려가다가, 그 와중에 만난 '사는이야기' 기사를 보며 비로소 숨을 내쉬고 공감했던 적은 얼마나 많았던가. 동시에 '나도 써볼 수 있겠다'는 용기까지 덤으로 얻고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번 읽어보라고 제목으로 중개를 하는 게 어쩌면 편집기자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타깃층을 대놓고 공략하기도 하고, 퀴즈를 출제했다가 의성어 의태어로 말의 맛을 살리기도 하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더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
글을 쓰는 입장에서 내 글의 조회수가 너무 적으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너무 많은 조회수는 살짝 겁이 날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받아야 다음 기사를 쓸 힘도 난다. 결국 글의 목적은 '소통과 공감'이니까.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간택되는 시민기자 입장에서, 애쓰고 공들여 제목을 달아주는 편집기자는 든든한 뒷배이자,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동료이다.
나 또한 기사 제목을 볼 때면 '어떻게 이런 제목을 달았지' 하며 기쁨에 놀랄 때도 있고, 때론 '더 나은 대안은 없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감사와 의문을 번갈아 가며 표하다 보면, 글을 쓰는 사람과 제목을 짓는 사람 간의 이해도는 더 높아진다. 편집기자가 글과 글쓴이에 대한 존중이 바탕에 깔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글을 꾸준히 쓰는 시민기자도 늘어나지 않을까.
제목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책은 제목을 말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애정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보면 안다. 22년 차 편집기자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시민기자의 글을 만지는지, 어떤 마음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이끄는지, 써야 하는 단어와 쓰면 안 되는 단어를 얼마나 섬세한 감각으로 걸러내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제목은 독자에게 수신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안테나'이고, 누군가에게 제목은 글쓴이와 독자 모두에게 공감을 사는 '소통'이다. 저자는 여기에 별명을 하나 더 추가한다. 제목은 '쇼윈도'라고.
기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상에 자신의 콘텐츠를 게시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상이든 글이든 첫 얼굴은 단연 '제목'이다.
평소 글을 쓰면서 제목을 짓는 일은 화룡점정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제목이 좋으면 더 끌리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끌리는 제목은 짓기가 참 어렵다. 물론 그 전에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해야겠지만.
한 번쯤 내 글의 제목을 고민해 본 사람에게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에는 22년 동안 제목과 씨름하며 무엇이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고민해 온 한 사람의 분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글은 어떻게 하면 시민기자들의 기사가 더 많이 읽힐까, 그러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을까 고민하는 이의 이야기다.
책은 어쩌면,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의 저급한 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편집기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두가 고민하는 게 바로 '제목'이니 말이다. 우리는 늘 제목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고, 제목이라는 쇼윈도를 보고 세상을 읽고 있으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매체들도 제목에 무척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클릭수 장사'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목에 힘을 주는 것이다.
제목에 힘을 부여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내용은 없는데 제목만 그럴싸한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경우 누리꾼들은 '제목에 낚시질 당했다'라며 분노를 표한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는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광고가 더 많이 붙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 비단 기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어당기는 제목을 뽑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제목만 보고 이 기사를 읽을지 말지 결정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어당기는 제목을 뽑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자료사진). ⓒ uns__nstudio on Unsplash
이런 시퍼런 현실 속에서 직업 윤리를 지키며 도리를 다 한다는 건 얼마나 힘겨운 일일까. 궁금증을 유발하되 선을 넘지 않는 제목을 다는 것, 남들이 저급하게 갈 때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것. 실상 현실과 이상은 거의 매번 어긋나게 마련이니, 현실에 제대로 발 붙이고 있으면서도 이상을 놓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 힘겨운 싸움인 것만 같다.
그 싸움을 22년 째 해온 사람이 있다. <오마이뉴스> 최은경 편집기자다. 매너리즘에 잘 빠져 익숙해지면 곧 흥미를 잃고 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한 직장에서 같은 일을 22년 한 사람은 거의 동경의 대상에 가깝다. 어떤 동력이 그를 22년 차 편집기자로 만들었을까. 궁금증은 그의 신작 <이런 제목 어때요?>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그는 누구보다 제목 짓기를 즐기는 사람으로 보인다. 직접 공자의 <논어> 중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구절을 인용하며, 여기에 자신이 해당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는 고백을 한다.
그는 더 좋은 제목을 짓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논문과 누리꾼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등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노력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을 아끼고 즐기는 사람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편집기자는 든든한 뒷배
제목을 기억해주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고 대부분은 휘발되고 말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까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내가 나를 존중해야 상대방도 나를 존중하듯, 내가 내 일을 존중하고 아껴야 상대방도 내 일을 존중한다는 마음으로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해 문장을 꿰었으리라. 그와 '같은 마음'을 나도 한번 꽉 움켜쥐어보았다.(78쪽)
이런 생각 바탕에는 시민기자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깔려있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보다 '사는이야기'를 읽고 제목을 다는 게 더 좋았다고 고백한다. 비슷비슷한 형태의 기사보다는 다채로운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더 끌렸다는 것이다.
▲ <이런 제목 어때요?> 중 서문. ⓒ 루아크
그런 글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매 순간 고민하며, 제목을 이렇게도 달아보고 저렇게도 붙여보는 최은경 기자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절로 그려졌다.
시민기자와 편집기자는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쪽지로 주로 소통을 한다. 나는 민감한 기사일 경우에는 제목에 적극적으로 내 뜻을 어필하지만, 그외 대다수의 경우는 편집기자를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편이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내 글을 봐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그런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었다.
'사는이야기'는 <오마이뉴스>만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아직도 '사는이야기'의 취지를 몰라서 '일기는 일기장에 적으라'는 취지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사는이야기'는 지면 중심의 뉴스에서도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분야다.
딱딱하고 굵직한 기사들만 읽어 내려가다가, 그 와중에 만난 '사는이야기' 기사를 보며 비로소 숨을 내쉬고 공감했던 적은 얼마나 많았던가. 동시에 '나도 써볼 수 있겠다'는 용기까지 덤으로 얻고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번 읽어보라고 제목으로 중개를 하는 게 어쩌면 편집기자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타깃층을 대놓고 공략하기도 하고, 퀴즈를 출제했다가 의성어 의태어로 말의 맛을 살리기도 하는,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더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
글을 쓰는 입장에서 내 글의 조회수가 너무 적으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너무 많은 조회수는 살짝 겁이 날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받아야 다음 기사를 쓸 힘도 난다. 결국 글의 목적은 '소통과 공감'이니까.
제목으로 독자들에게 간택되는 시민기자 입장에서, 애쓰고 공들여 제목을 달아주는 편집기자는 든든한 뒷배이자,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동료이다.
▲ <이런 제목 어때요?> 최은경 지음, 루아크 출판 ⓒ 박순우
나 또한 기사 제목을 볼 때면 '어떻게 이런 제목을 달았지' 하며 기쁨에 놀랄 때도 있고, 때론 '더 나은 대안은 없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감사와 의문을 번갈아 가며 표하다 보면, 글을 쓰는 사람과 제목을 짓는 사람 간의 이해도는 더 높아진다. 편집기자가 글과 글쓴이에 대한 존중이 바탕에 깔린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글을 꾸준히 쓰는 시민기자도 늘어나지 않을까.
제목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책은 제목을 말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애정과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보면 안다. 22년 차 편집기자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시민기자의 글을 만지는지, 어떤 마음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볼 수 있도록 이끄는지, 써야 하는 단어와 쓰면 안 되는 단어를 얼마나 섬세한 감각으로 걸러내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제목은 독자에게 수신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안테나'이고, 누군가에게 제목은 글쓴이와 독자 모두에게 공감을 사는 '소통'이다. 저자는 여기에 별명을 하나 더 추가한다. 제목은 '쇼윈도'라고.
"나의 경우, 기자들이 공들여 쓴 글을 뉴스 가치에 따라 배치한다. 매장으로 치면 쇼윈도에 내놓을 제품을 선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타깃 소비자에 따라 상품의 진열이 달라지듯, 타깃 독자에 따라 기사 선별을 다양하게 할 수도 있다. 쇼윈도가 손님의 마음을 움직여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처럼, 제목은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 본문에 조금이라도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고자 한다." (159~160쪽)
기사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상에 자신의 콘텐츠를 게시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상이든 글이든 첫 얼굴은 단연 '제목'이다.
평소 글을 쓰면서 제목을 짓는 일은 화룡점정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제목이 좋으면 더 끌리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끌리는 제목은 짓기가 참 어렵다. 물론 그 전에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해야겠지만.
한 번쯤 내 글의 제목을 고민해 본 사람에게 분명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에는 22년 동안 제목과 씨름하며 무엇이 사람을 끌어당기는지 고민해 온 한 사람의 분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글은 어떻게 하면 시민기자들의 기사가 더 많이 읽힐까, 그러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을까 고민하는 이의 이야기다.
책은 어쩌면,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의 저급한 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편집기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모두가 고민하는 게 바로 '제목'이니 말이다. 우리는 늘 제목의 홍수 속에서 방황하고, 제목이라는 쇼윈도를 보고 세상을 읽고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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