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준비설' 나올만한 이유 있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비현실적인 계엄설 진원지는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 국정 운영... 김용현 국방장관 지명 의구심 키워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9 ⓒ 연합뉴스
주목할 것은 지금의 상황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할만큼 불안하다는 점입니다. 그때와 같은 대규모 촛불시위는 없지만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서슴없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인화성이 강한 사건이 터지면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이 잠재돼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간여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수사에서 외압을 행사한 결정적 물증이 나오는 경우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공산이 큽니다.
탄핵이 예견됐던 박근혜 정부에서의 계엄 준비를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대중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정권으로서는 나름의 타개책을 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가운데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우려가 야당의 계엄 준비 의혹 제기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충암고 출신 장성들 군 정보 요직 장악, 예사롭지 않아
▲ [쏙쏙뉴스] 윤석열 정부 '계엄령 준비'? 얘기 나올만한 이유 있다 ⓒ 최주혜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야당의 주장을 정치 공세로만 볼 수 없게 합니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반국가세력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전 국민 항전 의지를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검은 선동 세력에 맞서 우리 국민들이 진실의 힘으로 무장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쓰는 표현이 거칠어진 데다 비판 세력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더 커졌다는 평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기름을 끼얹은 격입니다. 윤 대통령이 휴가 복귀 직후 단행한 안보라인 인사 배경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김 후보자 외에 국군방첩사령관(전 기무사령관), 군 첩보조직인 777사령관 등 충암고 출신 장성들의 군 정보 요직 장악으로 의구심은 커지는 상황입니다. 방첩사가 계엄을 실행, 기획할 수 있는 부서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습니다. 김 후보자가 최근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특전사령관과 방첩사령관 등을 불렀다는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지만 답변을 하지 않은 점도 의심을 키웁니다.
야당의 의혹 제기는 신중해야 하지만 대통령실은 왜 이런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지 근본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상당수 국민은 윤 대통령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에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계엄령 의혹 제기에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 정치"라며 맹비난했는데 오히려 이런 강한 반발이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만듭니다. 대통령실에 지금 필요한 건 비상식적 국정 운영이 비현실적 계엄 논란에까지 이른 건 아닌지 하는 고민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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