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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은 왜 '태극기 광장'에 집착할까

[이충재의 인사이트] 대선 기지개 켠 오세훈, 보수 결집 노린 우클릭 행보 우려

등록|2024.09.11 06:13 수정|2024.09.11 07:40

▲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2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논란이 컸던 '태극기 광화문광장' 재추진 의사를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게양대는 아니지만 태극기를 활용한 상징물을 세우겠다는 건데 보수층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대선 행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오 시장은 최근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 등 보수 결집을 위한 우클릭 행보를 강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판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겨냥한 과도한 보수층 구애는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월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서울시는 최근 형식만 바꾼 국가상징 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태극기를 활용한 상징물을 만들겠다는 뜻은 명확히 했습니다. 재추진 근거로는 시민 의견 수렴에서 찬성 의견이 많았다는 조사 결과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설문부터가 찬성을 유도하는 '답정너' 질문인데다, 접수된 것도 수백 건에 불과해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일부 계정에선 여러차례 응답이 가능한 점도 공정성을 의심케 합니다.

당초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를 둘러싼 논란은 초대형 국기게양대라는 과도함뿐 아니라 국가주의적 설계에 대한 거부감이 컸습니다. 자유롭고 개방된 광장에 국가상징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체주의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계획에 게양대가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애국주의를 강요하는 듯한 구조물이 설치되면 달라질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형식적 여론 수렴을 거쳐 재추진하기로 한 데는 오 시장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나친 우향우 행보, 중도층 이탈 가능성

오 시장이 '태극기 광장'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은 이 사업이 자신의 보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서울시 송현광장 부지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검토 입장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오 시장은 최근 서울시민 여론조사에서 기념관 건립 반대 여론이 높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독교 편향정책에 반발하는 불교계의 반대 운동이 거세지자 "시민들과 불교계에 송구하다"는 사과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선 오 시장의 무리한 보수층 결집 행보가 역풍을 맞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 시장이 '치적쌓기용'으로 추진 중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주변상권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공중보행로 철거는 오 시장의 '박원순 흔적 지우기' 일환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서울시는 통행률이 저조하고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지만 상인들과 시민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별다른 의견 수렴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오 시장은 정치 현안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며 보수층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판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서도 날 선 반응을 나타냅니다. 특히 당 내 경쟁자인 한 대표의 공약인 정당 지구당 부활 의제를 놓고 연일 "정치 퇴행"이라며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오 시장이 최근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보수의 '본류'이자 '적통'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한 대표를 의식해서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지나친 우향우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시 행정을 정치적 의도로 활용하려 한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커지면 대선 행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입니다. 보수층 지지를 이끌기 위한 정치적 행보도 과도할 경우 중도층이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얼마나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합리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오 시장이 마주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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