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석·박사 학위 취소, 시간문제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올해 안에 숙대 석사 논문 표절 결론 내릴 듯...석사 취소되면 국민대 박사학위도 자동 소멸
▲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정관 모습.(자료사진) ⓒ 이정민
숙명여대가 김건희 여사가 쓴 석사논문 표절 의혹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논문 취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간 숙명여대는 조사를 시작한지 2년이 넘도록 아무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데 총장이 바뀌면서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김 여사 논문 표절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충분한 만큼 2~3개월 내에 석사논문 취소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역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숙명여대의 김 여사 석사논문 검증 본격화는 엄정한 진상 규명을 공약으로 내건 문시연 총장 당선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국해 도피 의혹을 받고 있는 전임 장윤금 총장은 학교 안팎에서 김 여사 논문 검증 요구가 빗발치는데도 이를 묵살해왔습니다. 지난 8월 취임한 문 총장은 약속대로 지난달 논문 표절 의혹을 검증할 연구윤리위를 재구성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김 여사 논문을 살펴본 숙대 교수들은 김 여사의 58쪽짜리 석사논문은 표절이 명확하다고 합니다. 몇 개의 논문과 단행본 몇 권을 통째로 베꼈기 때문에 검증이 너무나도 쉬웠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 교수는 "중복된 곳을 색연필로 표시하니 논문이 온통 벌겋더라"고 말했습니다. 무단 인용이나 짜깁기한 부분을 제외하면 논문에서 살아남는 문장이 별로 없다는 얘깁니다. 김 여사 석사 논문과 학위 취소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더 큰 관심은 김 여사가 국민대에서 받은 박사학위입니다. 김 여사는 2008년 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이 논문도 표절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대선 당시 전국 14개 교수·학술단체가 참여한 국민검증단은 이 논문이 교수의 논문 일부를 표절했고, 개인 블로그 글과 기사 일부 등을 그대로 복사해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김준혁 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 박사학위 논문을 검증 프로그램에 돌려보니 표절률이 29%로 국민대가 자체 조사에서 밝힌 표절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국민대는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 행위는 없었다"고 밝혀 비난을 샀습니다. 하지만 국민대의 이런 면죄부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습니다. 김 여사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아 석사학위가 취소되면 국민대 박사학위는 자동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가수 홍진영씨가 거론됩니다. 홍씨는 2009년 '한류를 통한 문화콘텐츠 산업동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조선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12년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조선대 연구윤리위가 석사논문 표절 결론을 내리면서 석박사 학위가 한꺼번에 취소됐습니다. 박사과정 입학을 위해선 석사학위 취득이 필요한데 원인무효가 됐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김 여사 논문과 학위 문제가 이대로 덮인다면 학문윤리에 심각한 오점을 남길뿐 아니라 배움의 길에 있는 학생들의 가치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근 국감 자료에선 표절·위조 의혹을 받는 김 여사의 논문이 최근까지도 다른 논문에 인용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학계의 신뢰도에 먹칠을 한 셈입니다. 숙명여대가 무너진 대학의 양심을 바로세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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