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정당성이 흔들린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명태균발 대선 경선 조작으로 대선 뿌리부터 신뢰 훼손...윤 대통령, 조작 정황 알았는지 규명 필요
▲ 뉴스토마토가 공개한 명태균-강혜경씨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강씨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2% 앞서게 해달라"고 주문한다. ⓒ 뉴스토마토
명태균발 대선 경선 조작 정황이 윤석열 정부의 정통성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조작된 여론조사로 왜곡됐다면 대선의 뿌리부터 정당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비단 국민의힘 후보 경선뿐 아니라 윤 대통령 정치 입문 후 대선 본선 때까지 실시된 명씨의 여론조사 가운데 다수가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정치권에선 명씨의 대선 시기 여론조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의혹이 '공천 개입'에 이어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명씨의 여론조사 의혹은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구분됩니다. 첫 번째는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사퇴 직후부터 국민의힘 입당 때까지입니다. 당시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는 PNR에 의뢰해 10여 차례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모두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윤석열과 이재명의 격차가 다른 조사보다 유난히 큰 여론조사가 종종 나와 논란이 됐습니다.
다른 여론조사와 달랐던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 1년 전부터 실시된 '명태균 여론조사'는 총 50건 정도인 것으로 집계됩니다. 이 가운데 윤 후보는 김건희 여사의 대국민사과 무렵 실시된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갤럽 등 규모가 큰 다른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1위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명씨 여론조사에서 사용된 ARS보다 응답률이 높은 전화면접을 하는 갤럽의 경우 대선 전 1년 동안 25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윤 후보는 10차례, 이 후보는 15차례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핵심은 윤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정황을 알고있었느냐는 점입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명씨가 언론인터뷰에서 '거의 매일 윤 대통령 부부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큽니다. 명씨가 "윤석열이한테 (여론조사를) 매일보고 해줘야 돼"라고 말한 통화도 공개됐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조작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여론조작 행위의 공범으로 실정법에 저촉될 소지가 큽니다. 법조계에선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공직선거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적용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더 구체적 혐의로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도마에 올라있습니다. 명씨는 윤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 3억 6000만원을 사용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명씨가 받지 못한 여론조사 비용은 정치자금으로 간주됩니다. 이 경우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대가 없이 수행한 양쪽 모두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오동운 공수처장도 지난 14일 국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론조작 행위는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합니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런 조작을 알고 불법 행위에 기대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조작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진솔하게 해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온 나라를 헤집고 있는 명태균의 폭로에 충격을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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