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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공수처 고사시킬 셈인가

[이충재의 인사이트] 채 상병 수사 책임자 임기 만료 5일 남았는데 연임 재가 안해...수사 예산도 대폭 삭감

등록|2024.10.22 06:37 수정|2024.10.22 07:10

▲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만료가 임박한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연임 재가를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는 공수처 무력화 시도에 비판이 커집니다. 올초 신임 공수처장 지명 절차를 넉달이나 뭉갠 데 이어 수사 검사들 임명을 재가하지 않는 것이 눈엣가시같은 공수처의 수사 동력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공수처의 내년 수사 예산도 대폭 삭감해 이런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정치권에선 공수처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원을 아직도 재가하지 않았습니다. 임기 만료까지 불과 닷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공수처 검사는 3년마다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연임심사를 통과하면 대통령 재가 후 최장 12년까지 근무할 수 있습니다. 앞서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 8월 심사위를 열고 이들에 대한 연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윤 대통령에게 재가를 요청했는데, 뚜렷한 이유없이 두달 넘게 방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윤 대통령 연임안 뭉개기, 인사권 남용·이해충돌 소지

더 큰 문제는 이들 검사 가운데 두 명의 부장검사와 기획관이 공수처 수사4부 책임자로 윤 대통령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을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최근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고발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기도 합니다. 자신과 배우자에 대한 수사를 못마땅해 하는 윤 대통령이 연임 재가를 의도적으로 지체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연히 뒤따릅니다. 법조계에선 공직자의 채용과 승진, 보상 등의 최종 결정이 대통령의 직무인데, 이를 회피하는 것은 인사권 남용이자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현재 채 상병 수사는 검사와 수사관 등 7, 8명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 내부에선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마당에 리더격인 부장검사와 수사기획관이 빠지면 수사가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지금도 채 상병 수사가 대통령실 앞에서 멈춰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는 물론이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인사들을 소환조사할 단계도 아닌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수처는 이미 올해 초 4개월 넘게 지도부 공백 사태를 겪었습니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지난 1월 퇴임했지만 윤 대통령이 지명 절차를 미루는 바람에 후임 오동운 처장은 5월에야 취임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친윤' 인사로 분류되는 김태규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현 방통위 부위원장)을 공수처장에 앉히기 위해 지명 절차를 뭉갰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 사이 공수처는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 수장을 맡는 기형적인 체제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공수처 압박은 내년도 예산 대폭 삭감에서도 두드러집니다.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공수처의 수사지원 및 수사일반 예산은 14억 3000만원으로, 올해보다 2억 8950만원(16.8%) 줄었습니다. 수사와 관련된 경비와 여비가 주로 깎였습니다. 검찰의 내년도 수사 예산이 수사권 조정으로 기능과 역할이 축소됐는데도 올해보다 3.6% 증액된 것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가 확인됩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부의 수사 관여 행위 등을 막기 위해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위원회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공수처 검사의 최초 임기를 3년에서 7년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공수처가 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 기구로서의 취지에 걸맞게 기능과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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