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오판했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용산 회동에서 수모에 가까운 대접 받아...'3대 요구' 일부 수용할 거란 낙관이 화 자초
▲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대화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 잔디마당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한 대표는 21일 용산 회동에서 수모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한 대표에게 모욕을 주기로 작정한 듯했습니다. 윤 대통령 외교 일정때문이라지만 한 대표를 밖에서 20여분간 서 있게 만든 건 지난 1월 서천 윤한 회동 당시 한 비대위원장을 한동안 추위에 떨게 했던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대통령실 경내 산책 중 윤 대통령이 줄곧 바지에 손을 찔러넣은 것이나, 면담 때 윤 대통령 맞은편에 한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나란히 앉게 자리를 배치한 것은 '상관과 부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한 대표와 친한계는 이번 회동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인데다, 최근 명태균씨 사태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확대되면서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한 대표가 연일 김 여사 활동 자제와 '여사 라인'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의도였습니다. 친한계에선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이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 요구는 수용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대표 측의 계산은 결과적으로 철저히 빗나갔습니다.
이재명 대표와의 2차 당대표 회담 주목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애초부터 한 대표의 3대 요구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한 대표가 회동을 앞두고 미리 얘기한 데 대해 한 대표가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대선 출마를 위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했는데도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하면서 스스로 손발을 묶은 게 실책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한 대표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판단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윤한 회동이 빈손으로 끝나면서 한 대표는 리더십의 시험대에 섰습니다. 물론 시간은 미래권력인 한 대표에게 유리한 쪽으로 흐르겠지만 당장은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당정 화합을 바라는 보수층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당은 물론 한 대표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거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상황에서 친윤계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대표는 원만한 당정 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지,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속도를 낼지 선택의 기로에 몰렸습니다. 한 대표가 대권을 꿈꾸는한 숙명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야할 시점을 맞게 돼있습니다. 이에따라 눈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화답한 한 대표가 2차 당대표 회담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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