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게이트' 수사, 꼬리자르기 보인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검찰, 명씨와 김영선만 구속하고 윤 대통령 부부 수사 뭉갤 가능성... '친윤' 정유미 창원지검장 역할 주목
▲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 연합뉴스
검찰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처럼 꼬리자르기로 끝날 거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던 것처럼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만 구속기소하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 수사는 흐지부지할 거라는 관측입니다. 윤 대통령 임기가 아직 절반이 남은 상황에서 검찰의 눈치보기가 여전히 작동할 거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입니다. 특히 수사를 책임진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대표적인 친윤 성향의 검사라는데 주목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선관위 고발 후 9개월이나 지난 늑장수사라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후에도 석연치 않은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수사 범위부터 의문인 게, 명씨가 받고 있는 가장 큰 의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개입'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현재 집중하는 건 명씨와 김 전 의원의 돈거래 의혹입니다. 김 전 의원의 보수 가운데 절반 정도가 매달 명씨에게 전달된 것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초점을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명태균 게이트'의 실체를 규명할 증거 확보에 소홀한 것도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합니다. 핵심적인 물증인 명씨의 휴대폰은 두 차례의 압수수색에서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9월 첫 번째 압수수색에서 '깡통 휴대폰'인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한달 뒤에나 두 번째 압수수색에 나섰고, 그 사이 명씨 휴대폰은 처남을 거쳐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명씨가 언론에 '휴대전화 3개를 보관하고 있다' '부친 산소에 묻어놨다'며 대놓고 증거인멸을 시도하는데도 본체만체 했습니다. 명씨가 휴대폰을 숨기도록 검찰이 방조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검찰이 명씨를 윤 대통령 기자회견 다음날인 8일 소환키로 한 것도 뒷말이 나옵니다. 명씨가 기자회견을 보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입니다. 통상의 검찰 수사는 피의자가 수사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조건을 만들도록 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김 전 의원과 명씨를 따로 조사한 것도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 방식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출 시간을 벌게 해줄 게 아니라 비슷한 시점에 불러 추궁하고 필요에 따라 대질을 시키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깁니다.
검찰의 수사 지휘체계는 더욱 이상합니다. 검찰은 창원지검에 검사 4명을 추가 투입해 모두 11명으로 늘렸습니다. 현직 대통령 관련 수사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명태균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라는 명칭을 쓸 법도 한데, 검찰은 수사본부가 아니라고 부인하기에 급급합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시민단체가 고발한 명씨의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배당된 상태입니다. 한 갈래의 사건을 서울과 창원 등 두 곳에서 수사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통합할 경우 언론의 취재와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을 꺼린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를 창원지검에 맡겨둔 것이 정유미 창원지검장에 대한 용산의 신뢰와 무관치 않다고 해석합니다. 정 검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검찰개혁을 주장한 인사들을 격렬하게 공격하는 글을 검찰 게시판 등에 올렸습니다. 반면 윤 총장 엄호에는 앞장서 검찰주의자와 '찐윤'검사로 이름을 알린 인물입니다. 용산과 검찰 수뇌부에선 정 검사장이 명씨 사건을 키우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5월 정 검사장이 창원지검장으로 부임한 이래 명씨 사건이 수면 아래 묻혀 있었던 사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법조계에선 이런 점을 근거로 검찰 수사가 명씨와 김 전 의원만 기소하는 선에서 끝날 거라는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명씨에 대해서도 혐의를 축소하는 조건을 제시해 추가 폭로를 막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가 편지에서 "김건희만 빠지고 우리만 처벌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던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명품백과 도이치 사건에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행태를 보면 그럴 개연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결국 특검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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