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솔 다움'이란 고유명사를 만들어내고 싶다
[서평] 양다솔 작가의 <적당한 실례>를 읽고
▲ 책표지적당한 실례 ⓒ 은행나무
무거운 슬픔에서 경쾌한 웃음을 길어 올리는 스탠드업 코미디언·글쓰기 소상공인 양다솔이 신작 에세이 <적당한 실례>로 돌아왔다. 오래전에 양다솔 작가의 첫 책 <가난해 지지 않는 마음>을 읽은 기억이 있다. 2021년 소셜미디어에 남겨 놓은 기록을 찾아보니 이랬었다.
"양다솔 작가는 굉장히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구나. 읽는 내내 굉장히 유쾌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양다솔 작가는 솔직함이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나누는 직설적인 대화는 너무 솔직해서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양다솔 작가의 <적당한 실례> 역시 상당히 다정하고 유쾌하게 독자들의 마음 속에 파고든다. 딱 양다솔 식으로! 이 책을 통해 양다솔 작가는 천부적인 농담꾼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삶을 살아내는 힘은 눈물보다 웃음에서 나온다고 믿으며 사랑을 전제로 한 농담을 짓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양다솔 작가! 독자들이 양다솔 작가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멋진 소통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것을 배제하는 것보다는 포함하는 농담을 하고 싶다는, 때로는 윤리로 인해서 작동하는 농담도 있고 서로 민망하지 않은 정도의 유쾌하면서 적당한 실례가 쌓이면 신뢰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 작가의 태도가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몇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눈을 비벼가면서 빨려 들어가듯 읽게 되는 책이라고 장담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고백했던 내용 중에 북토크에 자신을 보러 와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음이탈이 수없이 나더라도^^;;), 글쓰기 모임에 지각하는 사람에게 내리는 벌칙으로 '성대모사하기'라는 규칙을 정하고,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 <격일간 양다솔>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구독자를 모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의 이런 자신감과 뻔뻔함(?)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삶이 빨리 닳아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느리게 살고 싶다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 역시 양다솔다웠다. '양다솔 다움'이라는 고유 명사를 만들어 내고 싶을 정도로 작가의 개성은 뚜렷하다.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 것 같지만, 우리가 모두 다른 목소리를 가진 것처럼 각자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결국 시간이라는 건 없고 내가 체감하는 만큼의 속도로 흐르는 건가봐. 그럼 우리가 최대한 느리게 살면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빠르게 사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거잖아. 그만큼 삶은 빠르게 닳아버릴 테니까." (294쪽)
양다솔 작가는 글쓰기에 있어서, 본질은 이탈하지 않는 선에서 유머 코드를 넣어 독자들을 웃게 만들고 그 안에서 묵직한 희망을 보게 만드는 탁월성 또한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 작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정서' 중 하나는 글쓰기다.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 내가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몇몇 사람들과의 수다로 휘발시켜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잘 전달만 하면 아주 먼 곳에 있는 전혀 모르는 낯선 누군가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요. 우리의 삶은 각각 다르지만 또 닮았기 때문에 그냥 흘러보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쓰려고 계속 시도할 거에요. 그게 저의 정서입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글쓰기와 삶이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에세이를 읽은 독자들은 유쾌하게 다가와 삶의 본질을 건드려 주는 천재 작가의 적당한 실례에 마음이 크게 동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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