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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후반까지 '보복수사', 낯 뜨겁지 않나

[이충재의 인사이트] 윤 정부, 2년 반 넘도록 전 정권과 정적 겨냥한 칼 휘둘러... 공정성·중립성 팽개친 사정기관

등록|2024.11.21 06:23 수정|2024.11.21 06:58

▲ 윤석열 정부 사정기관의 퇴행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 이정민


윤석열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 정권 수사와 '정적 죽이기'에 몰두해 논란이 커집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6번째 기소와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사드 배치 지연 수사 의뢰 등 사정기관들의 전방위적인 옥죄기가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도 머지않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 부부 수사는 뭉개면서 반대 세력에만 칼을 들이대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검찰의 이 대표 법인카드 유용 혐의 기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찰에서 무혐의 종결된 사안을 다시 꺼내 수사하고 기소했다는 점입니다. 야당 정치인이라고 법 앞에 예외일 수는 없지만 특정 정치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경찰 수사에선 이 대표의 관여 정황을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했는데, 검찰 수사에서도 이 대표가 지시하거나 가담한 구체적 증거, 핵심 증인들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조계에선 물적 증거를 토대로 한 게 아니라 이 대표가 몰랐겠느냐는 가정에 기초한 과잉 기소라는 지적이 대두됩니다.

감사원의 사드 배치 지연 수사 요청도 절차적 논란에 휘말려있습니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려면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통과가 어려울 것 같자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시 사무처에서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적용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사 의뢰된 인물은 정의용 전 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인데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를 근거로 든 것은 꼼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감사원은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통계조작 의혹 등에서도 감사위원회를 패싱해 권한 남용 비판을 받았습니다.

문 전 대통령 부부의 전 사위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도 주목을 끕니다. 검찰이 김정숙 여사에 대해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다음엔 문 전 대통령을 소환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검찰은 7년전 사위가 받은 임금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수 피의자로 규정한 상황입니다. 법조계에선 생활비 지원을 이유로 결혼한 자녀와 그의 부모를 경제공동체로 묶는 검찰 논리는 일반 법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보수단체·국힘' 고발·감사청구→권익위·감사원 수사의뢰→검찰 수사·기소

눈 여겨 볼 것은 반대 세력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와 압박이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수단체와 국민의힘 고발·감사청구→국민권익위·감사원 수사의뢰→검찰 수사·기소로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대표 법인카드 수사는 지난해 권익위가 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검찰로 사건을 넘긴 게 발단이고, 문 전 대통령 사위 특혜의혹 수사는 보수단체와 국민의힘의 네 차례에 걸친 고발로 시작됐습니다. 사드 배치 수사도 보수 성향 군 장성 모임에서 공익감사청구한 것을 감사원 사무처가 받아들이며 시작됐습니다.

이런 행태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 사정기관이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따위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한 데 이어, '명태균 게이트' 수사도 뭉개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권익위 역시 명품백 사건은 무혐의 종결한 반면, 경기도 법인카드 사건은 검찰로 넘겼습니다. 감사원은 전임 정부 뒷조사에만 열을 올리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사정기관의 총공세는 전 정부 인사와 야권에 생채기를 내고, 지지율 하락 등으로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 유죄 판결을 계기로 여권이 똘똘뭉쳐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국민들 가운데는 윤석열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었는데 경제와 민생은 외면하고 언제까지 '보복수사'에만 매달릴 거냐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무능과 무책임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다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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