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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중계의 '영혼의 파트너'를 만나다

[인터뷰] MBC ESPN 신승대 캐스터와 이상윤 해설위원

08.12.15 16:42최종업데이트08.12.1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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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SPN 이상윤 해설위원(왼쪽), 신승대 캐스터 ⓒ 곽진성


축구팬들로부터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리그 중계진이 있다. MBC ESPN의 신승대(34) 캐스터, 이상윤(39) 해설위원이 바로 그들이다. 팬들로부터 '막걸리 해설(이상윤), 애드리브의 황제(신승대)'등의 별칭까지 얻은 이들은 2008 K리그 중계방송을 도맡으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생생한 땀방울을 전해주고 있다.

공학도 출신 캐스터와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

신승대 캐스터는 명지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공학도, 그런 그가 축구 캐스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간직한 방송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행사가 있을 때 교내와 동아리에서 MC와 기획 등을 도맡으며 끼를 주체할 수 없었던 그는 '아나운서'를 지망했고, 결국 몇 번의 낙방을 보약 삼아 스포츠 전문 채널 MBC ESPN의 1기 스포츠 아나운서로 당당히 합격했다.

그 후 유럽 축구 중계를 담당하며 9년차 축구 캐스터라는 경력을 쌓았던 그는 2006년 3월의 어느 날, K리그 개막전 중계라는 중책을 맡게 된다. 하지만 유럽 축구에 익숙했던 그에게 K리그는 생소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K리그가 조금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K리그를 현장에서 직접 대면하니 너무나 빠르게 경기가 진행되고 경기 수준도 수준급이었어요. 결국 팬이 되어서 진정 경기를 즐길 줄 알게 되었죠"

이상윤 해설위원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종횡무진 활약하며 차범근 사단의 '황태자'로 불렸던 국가대표 축구 선수출신. 출중한 개인기로 '팽이'라고도 불렸던 그가 은퇴 후, 축구 해설위원이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수석 코치로 활약하던 그에게 MBC ESPN에서 축구 해설위원을 제안한 것이다.

"선수 시절에는 미디어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스포트라이트도 받아 보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족에게 상처도 컸고요. 그래서 저는 정말 꾸밈없고 진솔하고 구수한 해설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의 내 모습을 발견해서 너무 좋고 저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으면 합니다. 제가 하는 말들이 선수와 감독에게 힘이 되는 즐거움도 너무너무 좋습니다."

'영혼의 파트너' K리그 중계를 맡다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 ⓒ 곽진성


K리그 축구 중계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거(?)를 가진 두 사람은 2006년 3월 12일 MBC ESPN의 K리그 개막전 중계를 함께 진행하며 첫 호흡을 맞췄다. 이날은 프로축구 개막전이자 MBC ESPN의 첫 프로축구 중계방송이었기에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의 첫 방송은 순조롭지 못했다. 중계 방송을 하던 중 갑작스런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사람은 특유의 재치로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당시 어려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들은 말한다.

"대전 경기였구요. 그날 신승대 캐스터를 봤고 호흡을 맞췄어요. 그런데 날씨가 엄청 추웠습니다. 선수시설에도 추우면 실력 발휘를 못 했기 때문에 그날도 축구 선수는 아니지만 추운 관계로 뭘 했는지 모르겠네요. 하하"(이상윤)

"이상윤 위원이 해설 데뷔하는 날이어서 조금 긴장을 했었는데요. 이날은 장지현 해설이 같이 해서 서로 보완하며 중계를 했습니다. 그런데 중계석에는 3명이 있는데 헤드셋은 2개밖에 준비가 되질 못했죠. 그래서 이상윤 위원이 핸드 마이크를 잡았어요. 문제는 날씨가 무척 추워서 핸드 마이크를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는 점이었습니다. 덜덜덜 찬 손을 바꾸어가면서 중계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후반전에는 헤드셋을 내주고 제가 핸드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신승대)

두 사람은 첫 중계에 대해 담담하게 말했지만 축구팬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날씨가 몹시 추웠지만, 그 추위를 녹여버린(?) 신승대 캐스터 특유의 애드리브와 이상윤 해설위원의 열정 가득한 목소리 덕분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은 축구팬들로부터 '영혼의 파트너'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현재까지 K 리그를 인기리에 중계해오고 있다.

두사람의 해설은 인터넷 포털 검색어 순위에도 오를 정도로 팬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영혼의 파트너'라는 별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계 중에는 경기 속으로 영혼을 빼앗겨서 그런가 봅니다. 그것이 서로를 보완해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같이 흥분하는데 한 사람만 조용히 중계를 할 수가 없죠. 경기장 밖에서도 중계 중에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보완점을 찾아 나갑니다. 그리고 정말 편한 형 동생처럼 생각합니다. 때로는 제가 형이 되기도 하죠.(신승대)"

"영혼의 파트너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호형호제하는 사이에요. 둘이 전화할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조금은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빨리 데워지는 냄비보다는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존중해 줄 때 더욱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같이 방송을 오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이상윤)"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승대 캐스터는 이상윤 해설위원의 지치지 않은 체력을, 이상윤 해설위원은 신승대 캐스터의 애드리브와 좋은 목소리를 꼽았다. 그래서일까? 서로의 장점이 합쳐진 중계방송은 200%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듯 보였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지치지 않고 쉴 새 없이 외쳐대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열정이 바로 중계에 묻어납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볼 때 어렵지 않게 해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윤 위원의 해설에서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볼 때 저도 즐겁습니다."(신승대)

"(신승대 캐스터는) 장점이 많아요. 순간순간의 애드리브와 목소리 또한 청량제 역활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짱이에요.(웃음) 그리고 많이 공부하는 모습 날카로운 질문을 보면 머리가 저만큼 똑똑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하하. 축구 캐스터로써 제가 볼 땐 최고의 톱 클레스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제가 있기 때문에.(웃음) 더욱더 빛이 나는 캐스터!"(이상윤)

'영혼의 파트너'와 2008 K리그 돌아보기

경기 시작전, 데얀(FC 서울.왼쪽), 에두(수원 삼성), 아디(FC서울)과 대화중인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 ⓒ 곽진성



2008 K리그는 '수원 삼성'의 우승으로 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축구팬들은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한해 동안 K리그를 열정적으로 중계해온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 두 사람은 2008 K리그에 대해 전문가적 시각으로 평가를 해줬다. 먼저 신승대 캐스터가 입을 열었다.

"(경기적인 면에서) 선수들의 열정이 그 어느 해보다 높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K 리그는 3년째 중계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각구단의 전술과 선수들의 호흡이 어느 정도 녹아드는지를 중점적으로 지켜봤던 중계였습니다. 열정은 높아졌으되 관중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늘 안타깝습니다."(신승대)

이상윤 해설위원은 쓴소리와 함께 내년 시즌 K리그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출전해서 보여주었던 무기력함에 출전했던 감독 코치 선수는 물론 모든 축구인들까지도 욕을 먹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순리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잘할 때가 있으면 못 할 때가 있듯이 그 고비가 올 한해가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그 고비를 잘 넘겼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K리그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와 젊은 선수들의 발전을 보면서 내년이 더 기대됩니다."(이상윤)

2008 K리그의 끝에서 2009 K리그가 기다려지는 것은 어쩌면 축구팬으로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두 사람에게 특별히  좋아하는 프로 축구팀이 있는지 물었다. '모든 팀을 좋아한다'는 뻔한 답이 돌아올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예상 외로 재밌는 답변을 했다. 신승대 캐스터는 내년 시즌 창단될 강원 FC를 이상윤 해설위원은 서울 FC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독특했다.

"강원 FC를 응원할 겁니다. 제 고향이 강원도 삼척인데 그동안 연고 팀이 없었거든요. 내년 시즌은 더욱 기대가 됩니다."(신승대)

"FC 서울을 좋아합니다. 귀네슈 감독님의 전술과 플레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간결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저랑 딱 맞는다고나 할까요?"(이상윤)

내친김에 질문 하나 더, 좋아하는 프로축구 선수에 대해 물었다. 난감한 질문이었지만 두
사람은 곰곰이 고민하더니 대답을 했다.

"저는 조원희 선수를 좋아합니다. 활동량이 상당히 넓고 부지런해요. 프리미어리그급 활동량인 것 같아요."(신승대)

"이청용 선수의 축구 센스를 좋아해요. 어린 선수지만 스타일과 창의력이 뛰어나죠."(이상윤)

하지만 중계 방송에 들어가면, 이들 '영혼의 파트너'에게 좋아하는 팀, 좋아하는 선수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공격을 하는 선수, 멋진 경기를 펼쳐보이는 팀이 곧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의 편이기 때문이다.

열정적인 축구 캐스터와 해설위원으로 사는 법!

▲ '영혼의파트너'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을 만나다 ⓒ 곽진성


K리그 경기 중계를 준비하는 신승대 캐스터, 이상윤 해설위원의 모습에선 열정이 묻어났다. 신승대 캐스터의 중계 방송날 일과를 통해 열정의 깊이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중계 방송 하루 전에 모든 기사를 검색해서 정리해 놓습니다. 당일에는 아침에도 검색을 해야죠. 자고 일어나면 달라진 일들이 있으니까요. 현장에는 적어도 킥오프 2시간 전에 도착해서 담당 PD와 간단히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이후 구단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으로 뱃속을 든든히 채우게 됩니다. 중계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허기진 상황에서는 골 한마디도 약해지겠죠. 주의할 점은 중계 1시간 전에 식사가 이루어져야합니다. 양도 적당히, 충분히 소화를 시켜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중계 중에 잡음(?)이 들어갈 테니까요. 이후 해설자와 함께 선수와 감독 분위기 파악에 나서게 됩니다. 정리해 온 자료와 다른 점은 없는지, 또 전술 구성은 어떻게 될지 알아보고 모든 것이 완료되면 중계석에서 스탠바이에 들어가게 됩니다."(신승대)

차범근 축구교실 수석코치로 있는 이상윤 해설위원은 역시 바쁜 시간을 나누어 해설을 준비한다. 그런 노력 끝에 만들어지는 이들의 뜨거운 중계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남아공 월드컵 메인으로 가는 것이 꿈이에요. 물론 지금의 이상윤도 괜찮습니다.(웃음)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최고의 톱 클레스의 해설가가 되고 싶습니다. 항상 자만하지 않고 선수들과 팬과 같이 공존하고 싶습니다. 많이 시청해 주시고 응원해주세요!"(이상윤)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중계,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중계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중계가 중계로만 끝나는 방송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합니다. 유럽방송을 보게되면 캐스터와 해설은 엔터테이너적인 측면도 강합니다. 이런 부분까지도 같이 접목을 해보고 싶습니다."(신승대)

덧붙이는 글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신승대 이상윤 영혼의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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