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톤의 골방 폐인, 보건소 가다

비만탈출과 건강회복을 위한 보건소 체험기

등록 2008.12.13 16:28수정 2008.12.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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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금연클리닉에서 받을 수 있는 금연보조용품으로 가운데가 체내 일산화탄소 수치표다.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몸속에 일산화탄소가 쌓여 몸을 망친다.

금연클리닉에서 받을 수 있는 금연보조용품으로 가운데가 체내 일산화탄소 수치표다.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몸속에 일산화탄소가 쌓여 몸을 망친다. ⓒ 박상익


내 나이 스물다섯. 20대 중반이다. 아무리 경제가 힘들다 하더라도 학생이란 덕분에 그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보다 힘차게 생활해야 할 그런 나이다.

그러나 2008년 2학기는 담배연기와 함께 날아갔는지 거의 남지 않았고 허송세월은 내게 무거운 지방 덩어리를 안겨주었다. 어느 날 체중계에 올라간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악! 내가 0.1t이라니!

사실 주말마다 야구를 하고 있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남들 못지않게 활동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다. 하지만 적은 수업 때문에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2학기는 내게 규칙적인 생활을 앗아갔고 '주침야활'이 내 몸을 잠식해가기 시작했다. '담배는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말만 하고 끊을 수 없었다. 습관의 무서움이 나를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금연클리닉] 금연을 위해서는 동기가 확실해야

a  건강한 폐와 담배에 찌든 폐. 오른쪽 병에 담긴 것은 담배에서 나오는 타르 찌꺼기로 폐의 기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건강한 폐와 담배에 찌든 폐. 오른쪽 병에 담긴 것은 담배에서 나오는 타르 찌꺼기로 폐의 기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 박상선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걷다가 우연히 '동작보건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면 금연보조제를 준다더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당장 금연을 해낼 자신은 없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더 쉽게 금연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금연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다.

먼저 간단한 개인카드에 흡연경력이나 금연경험과 관련한 내용을 적었다. 금연상담사 박현정(56) 선생님은 조용한 목소리로 "금연을 위해서는 동기가 확실해야 한다. 또한 담배를 끊게 되면 금단증상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처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설명은 이어졌다. "하루에 담배 한 갑(20개비)을 피우는 사람이 하나를 피울 때 10번 정도 빨면, 하루에 담배와 200번 키스하는 셈이죠. 여자친구와도 그만큼 키스를 하나요?" 쩝,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담배를 끊으려고 클리닉을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니코틴 패치와 아로마 파이프, 구강청결제 등이 무상으로 지급된다. 나는 당장 담배를 끊을 자신이 없어 '감연'을 약속하고 아로마 파이프와 구강청결제를 받았다.

하지만 따끔한 주의도 같이 받았다. "담배를 끊었다고 해서 다시 쉽게 끊을 수 있다고 자만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조사지를 보니까 니코틴 의존도가 매우 낮은 편인데 이렇게 습관에 의한 흡연이 더욱 끊기 어렵죠. 흡연과 관련한 생활 습관을 모두 고쳐야 해요."


[영양상담] 다이어트 하려면 식습관 고쳐야

a  영양상담실에서는 몸의 근육량과 지방량 등을 측정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몸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짠다.

영양상담실에서는 몸의 근육량과 지방량 등을 측정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몸을 바꾸기 위한 계획을 짠다. ⓒ 박상익



"담배를 끊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초대사량이 줄어들어 체중이 늘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담배를 피울 수 있으니 영양상담을 같이 받아 보세요."

같은 층에 있는 영양상담실을 찾았다. 평소 늦잠을 자느라 아침을 거르고, 새벽 2~3시까지 컴퓨터를 하다 보면 배가 고파 라면을 먹는 생활의 반복. 이참에 식습관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식습관과 관련한 개인카드를 만들었다. 영양사 박현정(29) 선생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고쳐야 한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지금 많이 먹고 안 먹고가 중요한 게 아니네요. 식습관을 고쳐야 해요."

피자나 햄버거 같은 고열량 음식을 피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말.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혼자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특히 집에서 밥을 잘 먹지 않는데다가 학생식당에는 볶음밥이나 비빔밥류가 많기 때문이다. 영양사 선생님은 미리 집에서 한 공기를 펼쳐보고 그것에 비슷한 양을 먹도록 권했다. 그리고 20대의 식습관에 관해 충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바쁜 것은 알지만 올바른 식습관을 가져야 해요. 세 끼 먹는 버릇을 들여야 균형 잡힌 몸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리고 무조건 한 음식만 먹거나 아예 안 먹는 식으로 하는 것은 위험해요. 무엇이든지 적당한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흔히 유명인의 식습관을 따르려는 경향이 있는데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만의 처방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계기로 나는 식사일기를 쓰고 있다. 라면을 먹으면 안 되지만 일단 먹으면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 있다. 이렇게 습관을 들이면 점차 올바른 식습관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체력측정] 지방 줄이려면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

a  체력측정 종목 중에서 악력을 측정하고 있다. 체력측정실에서는 근력·근지구력·순발력·민첩성 등을 검사하고 몸에 맞는 운동과 운동량을 제시해 준다.

체력측정 종목 중에서 악력을 측정하고 있다. 체력측정실에서는 근력·근지구력·순발력·민첩성 등을 검사하고 몸에 맞는 운동과 운동량을 제시해 준다. ⓒ 박상익



건강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금연과 바른 식습관이라면 그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은 운동일 것이다. 평소 야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운동을 좀 한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던 나는 검사결과 운동부족이란 평가를 받고 말았다.

운동처방사 임은정(31) 선생님은 "근육량과 근력은 충분하나 많은 지방이 몸에 있고 심폐지구력과 유연성이 떨어진다"며 운동을 하는데 체중조절을 가장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을 줄이려면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라는 말을 또 듣게 되었다.

하루에 40분가량 걷기나 조깅을 하면서 몸을 준비시키고 꾸준하게 석달가량 운동하면 분명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새벽운동을 시작했기에 꾸준히만 한다면 충분히 몸을 바꿔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20대여, 골방 폐인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살자

경제도 어렵고 살림살이도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나같이 졸업을 앞둔 학번들은 취업 걱정에 밤을 지새운다.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러다가 나도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병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가 되어 사고 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니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렇지만 방 한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망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이제 보건소는 과거 전염병 예방이나 질병 치료의 차원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곳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동작보건소는 학원이 밀집한 지역 특성에 맞춰,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어려운 20대 고시생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니 고마운 일이다. 취업 걱정에 몸도 마음도 지친 당신. 한 번쯤 보건소를 찾아 활력과 건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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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다이어트 #영양상담 #비만탈출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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