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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축구 잔혹사, 드디어 끝낼 때가 됐다

대진운은 어느 때보다 좋아... 28년 만에 우승 노려볼 만하다

14.09.25 11:10최종업데이트14.09.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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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28년 만의 금메달을 향한 본격적인 진검승부에 나선다. 조별리그를 3전 전승, 조 1위로 통과한 이광종호는 25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홍콩과 16강전을 시작으로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한국에게 아시안게임 조별리그가 컨디션과 조직력 점검의 의미가 컸다면,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외나무다리 승부이다.

▲ 출전 앞서 기념촬영하는 축구대표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7일 오후 안산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축구 A조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홍콩, 이변 연출했지만 객관적 전력은 최약체

상대는 FIFA 랭킹 164위의 약체이다. B조 조별리그에서 2승 1무(승점 7)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조 2위를 기록했다. 홍콩의 전력 자체보다 사령탑이 화제를 모았다. 프로축구 부산의 감독대행을 지낸 한국인 김판곤(45) 감독이 홍콩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2009년 동아시아대회 우승, 2010년 동아시안컵 4위 등의 성과를 이뤄내며 홍콩 최우수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김판곤 감독은 홍콩축구계의 히딩크로 부상했다 이번 조별리그에서도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과 1-1 무승부를 이끌어내는 이변을 연출하며 홍콩을 16강에 올려놨다.

객관적인 전력상 홍콩이 한국의 적수가 될 만한 팀은 아니다. 하지만 이변의 가능성은 언제나 배제할 수 없다. 걱정되는 점은 우리의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광종호는 핵심 공격 자원 윤일록을 이미 부상으로 잃은 상태이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 역시 홍콩전까지는 출장이 어렵다. 라오스와의 3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공격수 이종호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 그야말로 차·포를 모두 뗀 상태여서 공격루트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국은 예선 세 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김승대의 발 끝에 유일하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승대가 호흡을 맞출 최전방 공격수는 현재 이용재만이 남아있다. 하지만 김승대와 이용재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뒤를 받쳐줄 조커가 마땅치 않다. 만일 선제골이 이른 시간에 터지지 않는다면 상당히 어려운 경기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보면 답답한 골 결정력으로 종반까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 했다.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고는 하나, 홍콩의 객관적 전력은 이번 대회 16강 진출팀 중 최약체이다. 한국 입장에서 분명히 행운이다. 홍콩 또한 조별리그에서 경고 누적 선수가 두 명이나 발생하며 어차피 최상의 전력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한국의 수비력을 감안할 때 수비 진영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거나 세트피스 상황을 내주지 않는 이상 실점에 대한 우려는 작다.

더구나 8강 이후의 대진도 낙관적이다. 일본과 팔레스타인 경기의 승자와 만나는데, 전력상 일본이 좀 더 유력하다. 21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일본은 전력상 한 수 아래이다. 최근 연령대별 대표팀이 한일전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자신감도 충만하다.

준결승에서도 태국-중국, 요르단-키르기스스탄 중 한 팀과 맞붙게 된다. 반대편 조에는 최대 빅 매치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하여 북한은 인도네시아, 이라크는 타지키스탄, 아랍에미리트는 베트남과 만난다. 결승까지 부담스러운 우승 후보들을 피할 수 있는 최상의 편성이다.

▲ 작전 지시하는 이광종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 이광종 감독이 17일 오후 안산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축구 A조 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작선을 지시하고 있다. ⓒ 유성호


전력 우위임에도 상대 전략에 번번이 당했던 '잔혹사'

결국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한국축구는 지난 28년 동안 아시안게임에서 매번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번번이 물을 먹었다. 외부 요인보다 자멸의 책임이 더 컸다. 늘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상대를 만나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도 역습 한방에 무너지거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승부차기에서 고배를 마셨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무너진 적은 없다. 하지만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던 대회를 제외하고 1986년 이후로는 4강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이란과의 준결승에서 0-1로 덜미를 잡혔고,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는 우즈벡에 역시 0-1로 무너졌다. 지난 1998년 방콕 대회에서는 8강에서 홈팀 태국에게 당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지금보다 전력이 더 뛰어난 A대표팀이 출전한 대회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생긴 이후에도 징크스는 계속됐다. 2002년 부산 대회 준결승에서는 이란을 만나 연장혈투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각각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에 무너지며 무려 3회 연속 준결승에서 중동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무너지는 레퍼토리를 분석하면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내용이 비슷하다. 늘 상대의 두터운 밀집수비를 깨지 못했다. 아시아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대부분 수비라인을 두텁게 내리고 역습을 노리거나 최소한 지지 않는 승부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와 실력 차가 크게 나는 연령대별 대표팀은 이런 경향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은 늘 비슷한 전략에 알면서도 당했다. 특히 1994년 대회 우즈벡과의 경기는 지금도 한국축구의 AG 최대 흑역사로 회자된다. 당시 유효슈팅수 15대 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기록하고도, 정작 골키퍼의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어이없는 '알까기' 한 방에 무너졌다.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별리그부터 상대는 비슷한 전략을 썼다. 침대 축구같은 비매너 플레이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수비도 전략이다. 늘 똑같은 전술에 당하면서도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한다면 한국은 우승할 자격이 없는 팀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별리그까지는 비교적 일찍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이 먼저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경기 막판에 뒷심을 발휘하여 추가골을 넣은 경기도 두 차례나 된다. 주축들이 빠진 상황에서 좋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괜찮은 결과를 끌어내는 경험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16강까지만 잘 통과하면 8강 이후로 김신욱이 복귀할 수 있다는 부분 역시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다.

승부차기도 한 번은 각오해야한다. 2002년 부산 대회 당시 압박감과 부담감 때문에 선수들은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는 것을 기피했다. 인원을 채우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고참급이었던 이영표가 와일드카드로 나서야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실축으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미 지고 들어간 셈이다.

이번 대회는 골키퍼에 김승규라는 든든한 와일드카드가 있다. 나머지 선수들 역시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경험이 충분한 선수들이다. 어떤 고비든 극복할 수 있다는 당당한 자신감이야말로 28년 만의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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