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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닌 감성을 쓴다" 바이브의 '내려놓음'

[인터뷰] 과하지 않게, 편안하게... 새로워진 바이브

16.04.22 18:54최종업데이트16.04.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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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그들의 이번 7집 앨범은 초심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 더바이브 엔터테인먼트


바이브가 2년 만에 정규 7집 앨범 <리피트(Repeat)>로 컴백했다. 14곡이 담긴 정규앨범이다. 싱글 앨범이 대세인 요즘, 바이브는 언제나처럼 한 곡 한 곡 다양한 노래를 앨범 하나에 눌러담았다. 바이브는 7집 수록곡 중 '1년 365일'과 '비와'를 더블 주제곡으로 삼고 오늘(21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이들의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멤버 류재현과 윤민수는 "이번 앨범에 되게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입을 모아 말하며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준비한 28곡 중 14곡을 추려서 담았다. 음악이든, 보컬이든 너무 과해지지 않도록 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도 심각해지지 말자는 것이다. 앞선 저희 음악이 징징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젠 음악도, 보컬도 더 편하게 하려한다. 원래 내려놓기가 힘들지 않나. 어디까지 내려놔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류재현) 

"그래서 내려놓고 내려놓다가 마지막에 더 내려놓고 다시 만든 곡이 주제곡 '1년 365일'이다." (윤민수)

내려놓다, 더 내려놓다

바이브는 이번 앨범에서 다른 가수들과 피처링 작업을 많이 했다. 그 이유도 더 내려놓기 위해서였다. 류재현이 말했다.

"저희가 지금까지 좀 심각했던 것 같아서 그런 이미지를 내려놓고 싶어 피처링을 많이 했다. 타 가수를 위해 곡을 쓸 때와 저희 음악을 만들 때는 또 다르다. 거미를 위해서 곡을 만들면 거미 노래가 되고, 바이브를 생각하고 만들면 바이브 음악이 된다. 이렇듯 좀 더 편안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피처링이라 생각했다. 힘을 빼보자, 숲을 보자는 생각으로 타가수와 함께 앨범을 꾸며봤다." (류재현)

주제곡 '1년 365일'은 연인 사이의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곡으로 거미가 피처링했다. 이번 앨범은 거미 외에도 엑소의 첸, 씨엔블루의 정용화, 세계적인 아티스트 알 켈리(R.Kelly)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했다. 이들과 함께 작업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첸을 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성사가 됐다. '썸타'는 남녀가 썸을 타는 내용의 곡이라 첸의 목소리 톤과 잘 맞았다." (윤민수)

 첸의 목소리를 들으면 브루노 마스가 떠오른다. 첸의 보컬로만 채워진 이 노래는 바이브 앨범 최초로 타 가수 혼자 부른 곡이 됐다. 함께 부르려 했지만 저희 목소리가 섞이면 풋풋한 썸의 느낌이 깨지는 것 같고, 음악의 전체적인 그림이 깨지는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류재현)

바이브의 멤버 윤민수는 아들 후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잘 지낸다고 답했다. 그는 후의 음악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요즘은 피아노 가르치고 있다. 그 다음에는 드럼을 가르칠 예정이고, 그 후에는 베이스, 기타 순으로 악기를 가르치려 한다"고 말했다. ⓒ 더바이브 엔터테인먼트


"알 켈리와 함께한 작업도 굉장히 놀라웠다. 외국에 연결해주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분 덕분에 성사가 됐다. 실제 알 켈리의 보컬 프로듀서가 와서 함께 논의를 많이 했다. 도중에 알 켈리로부터 전화가 와서 신기했다. 알켈리가 '아이 바우(I Vow)'란 곡을 작사 작곡해서 줬고, 그것을 류재현 씨가 편곡해서 다시 미국으로 보냈더니 알켈리 쪽에서 좋다고 연락을 해왔다. 가문의 영광이다. 계속 외국 아티스트와 작업하고 싶다." (윤민수)

"거미는 피처링 제안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노래도 안 듣고 '알겠어 오빠, 할게'라고 말했다. 너무 감사했다. 거미가 '그럼 오빠 내 앨범도 곧 나오는데 도와줘'라고 해서 무조건 도와준다고 했다." (류재현)

머리쓰지 말자, 이것이 초심이다

류재현과 윤민수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들의 초심은 무엇일까?

"누구든 나이가 들면서 자기를 가리려고 하고 메이크업을 한다. 그런 모습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수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과해지는 것 같다. 그것을 점점 빼가면서 초반 감성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 중에 낸 앨범이 이번 7집이다.

어느 순간 왜 내가 머리를 쓰면서 음악을 하고 앉아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예쁘게 늙어가든, 못생기게 늙어가든 점점 늙어가며 머리를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초심은 '머리 쓰지 말자'는 것이다. 머리를 써서 그런지, 막상 내 곡을 작업할 때 제대로 안 보이는 게 많더라.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 처럼. 앞으로 머리 쓰지 말고 감성을 더 쓰자고 생각했다." (류재현)

"내가 생각하는 초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우리 음악의 색깔이다. 따뜻하면서 슬픈 것. 그게 우리 초심 때의 음악이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윤민수)

바이브의 멤버 류재현은 매우 섬세한 프로듀서로 알려져있다. 윤민수의 말에 따르면 "완벽한 소리를 찾기 위해 외국에 나가서 직접 특정 악기를 사오는 일도 망설이지 않는 열정의 인물"이다. ⓒ 더바이브 엔터테인먼트


류재현은 바이브 뿐 아니라 여러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 유능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기도 하다. 그는 요즘은 '편곡'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세상에 너무 많은 노래가 나와서 포화상태다. 많은 노래가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리 우리가 특별하게 다른 것을 하려고 해도 크게 색다를 게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운드나 편곡을 색다르게 하는 것, 곡 전체에 색깔을 입혀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사실 '멜로디가 예술'이라는 이야기를 대중으로부터 듣는 곡이 요즘 별로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적인 구성을 더 신경 쓰게 된다."

이어서 류재현은 변화하는 음악시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바이브는 아직 싱글 앨범을 낸 적이 없다. 우리가 이렇게 14곡의 정규 앨범을 내는 건 분명 시대역행이라고 생각한다. 소비 형태에서 반대로 가는 건 확실히 맞다. 하지만 김치찌개 잘하는 장인의 집을 보면서 '아직도 그 집 장사해?' 하고 묻는 것처럼, 아직도 대장간이 있는 것처럼, 테이프 마지막 세대인 우리가 정규 앨범의 향수를 지켜가고자 한다. 그렇다고 싱글을 안 내겠단 건 아니고 싱글도 해보긴 할 텐데, 일단 그런 (형식적인) 것보다 중요한 건 머리를 덜 쓰면서 음악을 하자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머리가 아닌 감성으로 음악을 하겠다는 바이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순순해지고 새로워질 그들의 음악이 궁금하다.


바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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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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