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미 비포 유> 제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주철진의 독(讀)한리뷰] 가능성을 가진 삶을 살아가는 것, 그곳에 전하는 위로

16.06.05 17:10최종업데이트16.06.05 17:23
원고료로 응원
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미 비포 유>는 6년 동안 일했던 카페가 폐업하게 되면서 잘리고 새 직장을 구하던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분)가 윌(샘 클라플린 분)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면서 함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사랑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또 식상하게 사랑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왜냐하면 남자친구가 있는 간병인과 손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니 말이다. <미 비포 유>는 6년 동안 일했던 카페가 폐업하게 되면서 잘리고, 새 직장을 구하던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 분)가 윌(샘 클라플린 분)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면서 함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한 가지 질문부터 해보자. 당신이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이 마비되어 손 하나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자. 당신은, 축구를 하는 걸 좋아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등산을 하는 걸 좋아했을 수도 있다. 활동적인 것이 싫었다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을 수도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이제는 축구는커녕 책하나도 혼자 들 수가 없다. 할 수 있는 건 누군가 먹여주는 것을 먹고 씻겨주기를 기다리고 베개도 혼자 어떻게 할 수 없어 소리쳐서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그럴 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이겨내겠는가? 과연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만약, 당신에게 '존엄사'를 택할 권리가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존엄사'가 옳은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기로 하자. 그것은 이 영화에는 맞지 않으니까. 영화가 우리에게 주려는 것은 '존엄사'에 대한 옳고 그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윌과 루이자. 두 사람은 다른 이유지만 둘다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가 먹여주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지만 살 수 있는 삶.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 바라보고 살 수 없는 삶. 두 사람의 삶은 극과 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삶은 닮아있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윌은 촉망받던 유능한 젊은 사업가였다. 그에게는 매력적인 여자친구도 있었다. 그런 그가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한순간에 손가락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잘나가던 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윌은 자주 말한다. "이건 진짜 내가 아니야. 이건 살아있는 게 아니야."

윌의 간병인으로 오게 된 루이자는 어떤가. 그녀는 다행히도 팔도 다리도 온전하다. 하지만, 그녀도 윌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곧 알 수 있다. 그녀에게는 가족의 생계라는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있다. 돈을 벌어야 했기에 그녀는 6년을 카페의 점원으로 일했다. 카페가 폐업하게 되자 그녀는 더욱 절실하게 돈을 벌어야 했고, 자신의 적성이나 희망보다는 돈 되는 일을 찾았다. 그 결과가 전신마비 환자의 간병인이었고.

윌과 루이자. 두 사람은 다른 이유지만 둘 다 자유롭지 못하다. 누군가가 먹여주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야지만 살 수 있는 삶.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 바라보고 살 수 없는 삶. 두 사람의 삶은 극과 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의 삶은 닮아있다.

여기서 한가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음식을 섭취하고, 잠을 자고, 숨을 쉬는 것만 할 수 있다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특별한 일을 해내고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 기여를 하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는 것인가. 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각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제대로 살아가는 것인가. 이 물음에 특별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윌과 루이자는 모두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계속 묻는다.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위로 받은 것은 누구였을까

철없어 보이던 그녀가 패션이 바뀌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바뀌어 간다. 둘의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흐를수록 그녀의 모습 역시 더욱 예뻐진다. 그녀의 패션, 외모의 변화는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고, 그녀의 성장 또한 나타낸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이제 영화 이야기를 더 해보자. <미 비포 유>는 전신마비 환자인 윌과 그를 간병하는 루이자의 이야기다. 윌의 어머니는 루이자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다행히도 루이자는 매우 쾌활하고 유쾌하다.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도 농담을 날릴 정도로 말이다. 윌의 어머니 역시 그녀가 윌을 웃게 해주길 바라며 그녀를 채용한다.

처음으로 윌을 마주한 루이자의 기분은 어땠을까. 첫 만남에서 윌은 이상한 소리를 마구 내기 시작한다. 입을 비틀고 마치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윌을 모습을 보고 루이자는 당황하고 약간 겁을 먹는다. 그녀는 자신의 앞날이 편치 못하리라 예상한다. 그리고 나서 건네지는 두꺼운 매뉴얼. 그 두꺼움만큼이나 윌은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관객과 루이자의 시선은 일치한다. 윌은 잘나가던 자신의 삶을 빼앗겨버린 불쌍한 청년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괴상하게 만들었다. 루이자와 우리에게 윌은 많은 도움과 위로가 절실해 보인다. 윌의 삶에는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가득 들어간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윌이 가장 참지 못하는 것은 바로 동정 어린 시선과, 연민이다. 그것을 느낀 윌이 친절할 리 만무하다. 간병인의 생활도 쉽지는 않다. 루이자는 밝고 명랑하지만 잘하는 것이 많지는 않다. 그녀는 실수투성이에, 살아온 삶도 너무 다르다.

두 사람은 잘 지낼 수 있을까?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루이자의 패션이다. 루이자는 스스로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그녀의 말처럼 패션은 그녀를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루이자의 패션 센스는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등 원색계열의 옷을 자주 입고 컬러 매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패션은 어설프게 화려하고 싶어하는 유치원생의 옷차림을 보는 것만 같다. 특히 다양한 스타킹의 색깔은 화려하다 못해 마치 무지개 같달까.

그러다 루이자의 패션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원색계열에 엉뚱하고 화려하던 그녀의 패션은 점점 차분해지고 성숙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루이자가 윌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시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왜일까. 가족의 생계라는 것에 얽매여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았던 그녀는 윌을 바라보다가 조금씩 자신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녀의 패션이 점점 달라지는 것은 그녀가 점점 자신을 바라보고 성숙해져감을 의미한다. 또한, 윌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둘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뜻한다.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패션은 그녀의 성장과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낸다. 윌이 그녀에게 선물한 것도 범블비 스타킹이다. 그리고 그것은 윌의 한마디를 떠올리게 한다. "당신의 재능은 '가능성'이야" 윌은 단지 스타킹이 아니라 그녀에게 '가능성'이라는 선물을 준다. 

간병인으로서 루이자는 윌을 위해 일하게 되지만, 오히려 윌은 루이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아니, 루이자와 같은 시선으로 윌을 바라보았던 관객들에게 함께 위로를 전한다. 윌의 모습은 절망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그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살고 싶지 않다던, 지금의 자신은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던 그가 역으로 위로를 던진다.

"당신의 가장 큰 재능은 '가능성'이에요. 한 번뿐인 인생, 당신답게 사는 게 삶에 대한 의무에요." 

미비포유 사랑 전신마비 간병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