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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의 귀환, 그가 80분 기자회견 연 사연

[기자회견 현장] '업그레이드' 이효리가 전한 정규 6집 앨범 < BLACK >의 모든 것

17.07.04 18:59최종업데이트17.07.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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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가 4일 오후 서울 화양동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규 6집 앨범 < BLACK > 발매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3년 5집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6집 < BLACK >은 제주 생활을 통해 얻은 영감들을 담아 이효리 본인이 10개의 트랙 중 9곡의 작사와 8곡의 작곡에 참여했다. 팝과 발라드, 힙합, 소울, 일렉트로니카를 넘나드는 곡들을 수록한 앨범이다. ⓒ 이정민


카리스마 담긴 표정과 세련된 블랙 드레스. 가수 이효리가 돌아왔다. 당당하고 섹시한 매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내면의 깊이를 더해 돌아왔다. 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이효리는 편안한 소길댁 의상을 잠시 벗어두고 강렬한 옷을 차려입었다. 의상만이 아니다. 노래도, 노래에 담은 생각들도 색깔이 확실해진 느낌이다. 4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이효리 정규 6집 앨범 < BLACK > 발매기념 기자회견에 다녀왔다. 그는 음악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보였다.

- 인사 및 근황
"그동안 아시다시피 제주도에서 주부생활도 하고 요가도 열심히 하면서 앨범준비 하고 편안하게 지냈다. 앨범이 나오면서 최근 2주 정도 서울에서 지내고 있는데 복잡한 생활을 안 하다가 하니까 정신없기도 하다.

- 앨범소개
"총 10곡이 수록됐는데 제가 9곡 작사, 8곡 작곡했다. 언제 컴백해야 겠다고 정해놓은 게 아니었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생겨야 하는 거니까 이번에 앨범을 내게 됐다. 여러분들 앞에서 노래도 해보고 싶고 후배들과 경쟁해보고 싶고. 멀리뛰기 전에 뒤로 가 있는 느낌이었다."

수록곡 10곡 소개, 노래에 담은 이효리

이효리 ⓒ 이정민


1. Seoul(서울)
"선공개한 곡인데, 기존 저의 노래들보다 우울하고 어둡고 몽환적이라는 반응이 많더라. 제가 이 노래를 작사 작곡했을 당시가 촛불집회 당시였고 서울이 어두웠다. 서울을 떠난 곳에서 서울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니까 내가 살던 고향이 안쓰럽단 느낌이 들더라. 외국에는 도시를 찬양한 곡이 많은데, 도시의 어두운 단면과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우울한 마음도 담아내면 어떨까 싶어서 써봤다. 요즘은 싱글로 곡을 내는 시스템인데, 저는 정규로 앨범을 준비하다보니, 1월 녹음할 땐 사회 분위기가 어두워서 저 자신도 어두웠는데 끝날 때쯤에 는 사회가 밝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싱글로 바로바로 내는 이유를 알겠더라." 

2. Black(블랙)
"저를 설명하는 수식어를 보면 컬러가 많다. 저도 홍보하면서 색깔을 많이 사용했었고. 컬러렌즈도, 머리색도 안 해본 색깔이 없을 정도인데 그런 것들을 다 걷어냈을 때 어떨까 의문이 생겼다. 항상 밝은 모습을 예능 등을 통해 보였는데 사람은 어두운 면도 있는 거잖나. 그런데 항상 나의 한쪽면만 사랑받은 게 서글픈 생각이 들더라. 저의 좋고 밝은 면만 부각시키기 보다는 진짜 저를 내던져보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면이 있지않나.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깊은 그런 게 있는데 그런 걸 음악에 녹여보고자 했다."

3. White Snake(화이트 스네이크) (ft. Los)
"로스라는 신예래퍼가 참여해줬다. 랩을 정말 잘하더라. 한 번 들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 깊었다. 제목은 백사, 희귀하게 생각하면 영적인 대상인데 제가 2차원을 넘어서 여러분을 구원하리라는, 저의 '스웨그'를 담은 노래다. 그루브도 굉장히 섹시하다. 오는 첫 방송에서 '블랙'과 함께 이 노래를 퍼포먼스와 함께 보여드릴 예정이다."

4. Unknown Track(언노운 트랙) (ft. Absint)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곡이 많아서, 같이 만드시는 분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쓰면 좋겠다 하셔서 밝고 편안한 느낌의 곡을 썼다. 이 곡은 제가 작곡은 안 하고 가사만 썼다. (후배들에게 피처링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 너무 잘하는데 기회가 없는 후배를 보면 내가 선배로서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도 예전에 그런 기회를 많이 받았으니까. 제가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번에 제가 더 큰 도움을 받았다."

5. Love Me(러브 미) (ft. Killagramz)
"관계자분들은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할 정도로 밝고 대중적으로 사랑 받을 것 같은 노래다. 남녀 간에 밀당하는, 젊은 친구들도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었다. 제가 대중가수니까 전 연령대에 맞추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예전 이효리 앨범과 비슷한 면이 거의 없는 것 같다는 질문에) 제가 살아가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변화가 있어야하는데 '유고걸'은 8년 전이다. '유고걸'과 똑같은 느낌으로 하면 아티스트로서 도약이 없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효리 ⓒ 이정민


6. 비야 내려
"발라드곡이다. 제가 피아노 한 대에 노래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사실 그렇게 해서 노래를 뽐낼 수 있는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그런 걸 피했는데, 기교는 안 하더라도 담담하게 표현해보자 해서 다른 악기를 배제하고 오직 피아노에 노래했다. 평소에 가사를 메모해놓는데 '세상이 메마른 것 같다'는 생각을 써 놓았고, 기우제 지내는 인디언처럼 그런 마음으로 노래해보고 싶었다. 가사를 10분 만에 쓰고 작곡가 김도현이란 친구가 곡을 10분 만에 썼다. 엄청나게 공들인다고 꼭 좋은 곡이 나온다는 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흐름이 잘 맞으면 좋은 곡이 나오는 것 같다."

7. MUTE(뮤트)
"제가 곡을 썼고 김이나씨가 작사를 해줬다. 앨범 전체를 제가 작사했는데 이 곡 한 곡만 가사가 안 나와서 내가 쓰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 날 때 제가 S.O.S 치는 사람이 김이나씨라서 연락했다."

8. 예쁘다
"제가 곡이랑 가사를 썼다. 바쁘게 살았던, 바쁘지만 외로웠던 20대의 이효리에게 편지를 쓰듯이 썼다. 가사를 쓰면서 저 스스로 굉장히 위로를 받았다. 여러분도 해보시라. 자신의  힘들었던 시기를 써봐라. '저렇게 돈도 많이 벌고 잘 나가는데 뭐가 외롭고 힘드냐'고 말씀하시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기만의 위치에서 힘든 게 있다. 너무 잘나가서 부모님에게도 말 못하던 그런 것들도 있었고. 저 자신을 노래로 위로해보자 해서 썼고, 듣는 이들도 위로받지 않을까 싶어서 썼다. 내가 20대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니까 '예쁘다'였다. 난 왜 이렇게 다리가 짧지, 난 왜 이렇게 피부가 까맣지, 나 자신을 타박만 했다. 다른 사람은 저를 예쁘다고 해줘도 스스로 그랬는데, 지금이라도 저 자신에게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9. 변하지 않는 건 (ft. Los)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나이 드니까 느끼게 된다. 마치 영원한 게 있는 것처럼 저도 살았고. 그렇게 산 게 아이러니하다. 지금 내 괴로움도, 기쁨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데, 인기도 없어지는데 말이다. 제가 TV에 안 나오니까 동네 초등학생들은 저를 모르더라. 아이유가 놀러오니까 동네가 난리났는데 '이모도 연예인이었어' 하니까 '에이' 하면서 시골 아줌마 아니면 요가 선생님으로만 알더라. 눈에 안 보이면 잊히고 사라지는 거구나 싶었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을 매력 있게 말하고 싶어서 요즘 트렌디한 리듬에 얹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모든 게 변한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는 순간 괴로운 것 같다.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없어지도록 저 자신을 있는 대로 인정하자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

10. 다이아몬드 (with. 이적)
"작사 작곡은 제가 했고 김형석씨가 특별히 피아노를 쳐줬다. 제가 데모를 만들었을 때는 어설픈 곡이었는데 형석오빠가 피아노 쳐주니까 확실히 곡이 깊이가 있어지더라. 형석 오빠네 회사에 계약하고 처음 함께한 특별한 곡이다. 이적씨도 함께해줘서 감사하다."

질문과 거침없는 답변

이효리 ⓒ 이정민


- 가장 애착가는 곡은.
"아무래도 '서울'이란 곡이 애착 간다. 이 앨범에서 첫 번째로 썼던 곡이기도 하고, 마음적으로 이쪽에도 저쪽에도 확실하게 넘어가지 못한 중간에 걸쳐진 저의 상황을 표현한 곡이기 때문이다."

- 앨범을 들어보니 과거의 화려함을 많이 덜어낸 것 같다.
"화려한 모습을 덜어냈다기 보다는, 이제는 화려한 걸 걸쳤을 때 내가 그때처럼 예쁘지 않을 거란 직감이 왔다. 그때처럼 화사하지 못할 거면 깊이 있는 모습으로 가자 싶었다. 화려한 앨범이 되지 않더라도 저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옛 것이 있다면.
"그럼에도 섹시한 저의 비주얼은 포기할 수 없었다(웃음). 저는 편하게 입는 걸 좋아하지만 보시는 분들은 심심하실 테니까 비주얼적인 모습은 좀 더 카리스마 있고 깊이 있는 섹시함으로 잡았고, 무대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 4년 만의 컴백에 염려스러운 것은.
"얼마나 팬들이 있을까, 다 시집도 가고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제가 팬미팅을 한 것도 아니고 시골에 확 내려가서 활동도 없었고 팬들에게 무심했다. 또, 여자 연예인이다 보니 외모적으로 후배들이 저렇게 예쁜데 내가 화면에 나가도 될까 얼굴이 괜찮을까 그런 걱정도 했다."

- 대중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음악적 방향을 잡은 것 같다.
"대중분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잡은 게 아니라, 저는 잘 될 것 같아서 한 거다. '서울'도 대중적일 거라 생각해서 했는데 공개 됐을 때 반응보니 밝고 좀 빠른 걸 대중은 원한 것 같더라. '블랙'도 잘 될 것 같아서 한 거다. 저는 제 음악이 마니아적인 음악과 대중적인 음악의 중간쯤이라 생각하는데 판단은 여러분이 하시는 거니까."

- 노래도, 퍼포먼스도 인도 느낌이 난다.
"제가 아무래도 요가를 하다 보니 인도문화에 매력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 '화이트 스네이크' 춤에도 그런 인도느낌이 들어간다. 산스크리트어가 가사에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금의 자신을 표현하는 게 아티스트가 하는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지금 제가 빠져 있는 게 음악에 녹아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핑클 때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의 이효리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지금(효리네 민박)의 제가 원래 저와 맞다. 어릴 때부터 부유한 가정도 아니었고, 부모님이 이발소를 했는데 어릴 땐 너나 구분 없이 평범하게 살았다. 연예계 데뷔하면서 화려해야하고, 나는 독보적인 연예인이란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저를 멀어지게 했다. 지금은 제가 제주도에서 학생들에게 요가도 가르치는데 예전 같으면 일반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어색했는데 요즘은 학생들 어깨도 눌러주고 발도 눌러준다. 나도 똑같이 이런 사람이었지 이런 걸 다시 찾았다. 화려하고 바쁘게 살면서 잠시 잊고 있다가 다시 원래의 나로, 옛날의 나로 돌아간 느낌이다. 핑클 때 저희 팬들은 저희가 화장실도 안 가는 줄 정말 믿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사는 건 똑같잖나."

이효리 ⓒ 이정민


- 동시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저는 인터뷰와 책을 많이 보지만 말로 전달했을 때 와 닿는 게 적은 것 같다. 그때만 와 닿고 까먹고. 그래서 말로 설명하기 보단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바쁘게 살아가지 마세요, 가족과 함께 하세요, 유기견을 입양하세요 하고 직접 말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여주니까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 같다. 나 스스로가 조금씩 변하면 사람들이 보시고 '저런 것도 괜찮겠다' 생각하시는 것 같다."

- 가사 전달에 집중한 것 같다.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운 세상인데 가사는 영원히 남는 것이지않나. 누구를 비난하거나 깎아내리는 가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모두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고 누구나 들어도 위로될 수 있는 걸 만들어보고 싶었다."

- 화려하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하다. 이효리의 진짜 정체성은.
"제 안에 화려한 걸 좋아하는 마음과 소박한 마음이 다 있다. 소길댁, 음악인, 예능인, 제 안에 여러 명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저도 헷갈린다. 한없이 소박한 게 좋다가도 어떨 때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화려한 게 좋다. 진지하게 음악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고, 막 웃는 것도 좋다. 어느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 남편 이상순씨의 외조는 어떤지.
"얼마 전에 개 다섯 마리와 서울에 왔더라. 자기는 답답해서 왔다고 하는데, 제가 얼마전에 전화해서 답답하단 이야기를 해서 응원차 온 것 같다. 본인은 지금 방송(효리네 민박)에 자기가 너무 착하게 나오고 있다며, 이러다 화도 제대로 못 낼 것 같다고, 내 모습이 이게 아닌데 하고 걱정하고 있다."

- 다음 앨범 계획은.
"일단 이번 앨범은 일주일 동안 활동한다. 아이유에게 물었더니 음악방송을 2주 동안 했다더라. 인기 많은 아이유도 2주 밖에 못하는데 나는 그럼 일주일 해야겠다 싶었다. 또 제가 주부다보니 집을 떠나 있는 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 집에 가야 한다. 어릴 땐 정규 앨범만 멋있게 봤는데 요즘 가요계 흐름을 보니까 그게 정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저도 짧게짧게 노래를 낼 것도 같다. 20곡 정도 이번에 녹음해놨고 추려서 6집을 낸 건데, 작업해놓은 곡들은 시기가 맞는 곡부터 하나씩 싱글로 가볍게 활동할 예정이다." 

- 거의 전곡을 직접 쓰는 이유는.
"겉모습이 조금씩 사그러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는데, 그럼 대신에 내면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곡도 써보고 가사도 써보고 한다. 예전에는 예쁜 얼굴로 사랑을 받았다면 이젠 깊이 있고 울림 있는 음악으로, 당장은 아니어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는 머리가 하얘져도 '저런 말을 해도 돼?', '저런 노래를 불러도 돼?' 싶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

- 끝으로 인사.
"기자님들 와주셔서 감사하다. 요즘 매체가 워낙 많아져서 경쟁 때문에 힘드실 것 같다. 자극적인 기사제목, 예전에는 너무 짜증났는데 이제는 이해하려 한다. 나쁜 기사 써도 미워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저도 열심히 사는 사람 중에 한 명이고, 다들 열심히 사는 사람 중에 한 명인데 시간 갖고 저를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이효리 ⓒ 이정민


이효리 ⓒ 이정민



이효리 블랙 서울 효리네민박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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