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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여파 속 지상파 3사 시상식, SBS가 칭찬받을 한 가지

[TV리뷰] 2017년 MBC-KBS-SBS 연예/연기대상 이모저모

18.01.01 15:09최종업데이트18.01.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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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KBS-MBC 공동 파업으로 인해, 양사의 대표 예능프로그램들이 모두 파행을 맞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최승호 대표이사 체제에 돌입한 MBC는 방송연예-연기대상-가요대제전 모두 진행했고, KBS는 연기대상과 가요대축제만 방송했다. 그나마 방송사 파업 없이 지난 한해를 꾸렸던 SBS는 연예대상 수상자 공정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2017년 연말에 열린 공중파 3사 방송사 연예대상, 연기대상의 이모저모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MBC] 사장이 시상자로 나오지 않는 깔끔한 시상식, 트로피 남발은 여전 

지난 해 29일 열린 <2017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현무 ⓒ MBC


지난 수년을 통틀어 가장 잡음이 많았던 공중파 시상식은 늘 MBC 차지였던 편이다. 지난 2010년 열린 < MBC 연기대상 >에서 '주책 진행'과 연이은 말실수로 그 자리에 참석한 배우들은 물론 수많은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만든 김재철 전 MBC 사장을 필두로 매년 연기대상 수상자 선정에 있어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던 MBC. 지난해 대표이사로 새로 취임한 최승호 사장의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듯 어느해와 달리 2017년 연기대상은 깔끔한 진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매년 지적되던 백화점식 나열 시상, 상 나눠먹기식 수상자 남발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지난해 29일 열린 <2017 MBC 방송연예대상>, 지난해 30일 열린 <2017 MBC 연기대상>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한 전현무, 김상중 모두 받을 만한 사람들이 받았다는 평이다. 특히 MBC <연기대상>은 기존 인기투표 형식으로 시청자들이 대상 수상자를 직접 뽑는 방식에서 벗어나 MBC 드라마국 소속 PD들이 대상 수상자를 결정했기에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시상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방송연예대상> <연기대상> 모두 사장이 대상 시상자로 나오지 않았던 것 또한 이례적이다. 최근 몇 년 간 MBC에서 열리는 연말 시상식에서는 대상 시상자로 늘 전년도 대상 수상자와 함께 MBC 사장이 참석했는데, 역대 사장들의 연이은 말실수로 시청자들의 빈축만 샀다. 하지만 지난해는 최승호 사장이 시상자로 나오는 대신, 전년도 대상자인 유재석(방송연예대상), 이종석(연기대상), 그리고 <연기대상> 마지막엔 단역배우 최초로 엔딩신을 장식했던 <역적>의 최교식이 이종석과 함께 대상 시상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방송연예대상>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소감도 주목받았다. MBC 방송연예대상 최초 타사 아나운서 출신이 대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긴 전현무는 "다시 한번 꽃길 걷는 MBC가 되기를, 출연자가 아닌 애청자로 응원하겠다. 아울러 제가 있던 고향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길 바란다"면서 그의 전 직장 KBS의 파업승리 및 방송 정상화를 기원하는 수상소감을 남겨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연기대상>을 수상한 김상중은 대상 시상자로 등장한 최교식을 거론하며, "백성이 주인인 나라, 그 나라에서 백성의 아픔을 뜨겁게 절절하게 연기한, 그리고 비록 한 회였지만 드라마 엔딩의 대미를 장식해준 배우 최교식의 모습이 드라마 <역적>의 모습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뒤, MBC 방송 정상화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반면, 방송사 연기대상의 고질적 논란인 상 퍼주기 분위기 속에서도 드라마 <역적>에서 김상중 못지 않게 인상적인 열연을 했던 윤균상이 수상자 명단에 빠지고, <죽어야 사는 남자>의 최민수가 어떠한 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예년에 비해서 한층 깔끔한 진행으로 눈길을 끈 MBC <방송연예대상> <연기대상>이지만, 이제 막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 MBC 방송국 현실처럼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KBS] 파업여파로 연기대상만 진행, 김영철-천호진 공동 대상 수상

지난 해 31일 열린 <2017 KBS 연기대상>에서 공동 대상을 수상한 김영철과 천호진 ⓒ KBS


MBC와 달리 아직 파업이 끝나지 않은 KBS는 지난해 31일 <연기대상>만 개최했다. 지난해 31일부로 예능, 드라마에 한해서 일시적으로 중단하긴 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예능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을 맞은 분위기 속에서 <연예대상>을 준비하기에는 무리였다. 대신, 예능프로그램과 달리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하는 터라 파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연기대상>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보직간부들 중심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KBS 드라마는 2016년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로 대표되는 화려한 라인업 못지 않게 풍성했다는 평이다.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필두로, <황금빛 내 인생> 버금가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아버지가 이상해>, 월화드라마의 자존심을 지킨 <마녀의 법정>,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쌈 마이웨이> <고백부부>가 있었다. 그리고 2017년 KBS <연기대상>의 시상 명단에는 빠졌지만, 인기리에 방영 중인 <흑기사>까지 합하면 가히 KBS 드라마 전성시대로 불릴 만하다.

<아버지가 이상해> <황금빛 내 인생>의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두 드라마에서 부성애를 연기한 김영철(<아버지가 이상해>), 천호진(<황금빛 내 인생>)이 공동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김영철, 천호진 모두 대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고 두 사람의 공동 수상 예측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동 수상으로 대상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영철, 천호진 모두 각 드라마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명연기를 선사 했기에 두 배우에 대한 공동 대상 시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처럼 보인다.

장기간 지속되는 파업 여파 속에서도 <연기대상> 진행 자체는 무난했지만, 지난해 31일 9시에 시작한 시상식이 다음날 새벽2시까지 이어질 필요까지 있었냐는 것도 의문이다. 한 해 KBS 드라마를 빛낸 배우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뿐만 아니라, 송년행사를 겸한 축제까지 겸한다고 한들, 조금 더 임팩트있고 압축된 진행이 필요해 보인다. 그럴려면 역시 퍼주기식 시상 남발을 줄여야하겠다.

[SBS] 논란의 연예대상 수상과 트로피 줄인 연기대상

지난 해 30일 열린 <2017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미운 우리 새끼> 모벤져스팀 ⓒ SBS


지난 2017년 SBS 예능은 그야말로 풍년이었다. 시청률 20%대에 빛나는 <미운 우리 새끼>, 추자현-우효광을 국민부부로 만든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SBS 예능국의 계륵 <런닝맨>의 부활, 여전히 건재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등이 올 한해 SBS를 기쁘게 했다. 이를 방증하듯이, 지난 30일 열린 <2017 SBS 연예대상>은 어떤 이가 대상의 영광을 차지할지 방송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연예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SBS <연예대상>의 대상은 <미운 우리 새끼> 모벤져스(이선미, 지인숙, 이옥진, 임여순)에게 돌아갔다. <미운 우리 새끼>의 엄청난 인기, 프로그램 내에서의 어머니들의 활약을 고려하면 수상 자체에는 큰 이견은 없다. 하지만 모벤져스 팀이 주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끈 것이 아니기에 대상이 아닌 공로상 정도가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한해 SBS 예능프로그램들의 성적이 좋았고, 대상 후보로 거론된 신동엽, 유재석, 김병만, 김구라 모두 쟁쟁한 예능인이기에 <미운 우리 새끼> 모벤져스 팀의 대상 수상은 두고두고 말이 많을 것 같다.

반면, <피고인> 지성의 대상으로 한 해의 막을 내린 <연기대상>은 별탈 없이 진행되었다. 드라마 <피고인> 완성도의 아쉬움을 떠나 지성의 연기는 대상을 받기 충분했다는 평이다. 오히려 지성 대상 수상이 일찌감치 예상 되었기에 다소 김이 새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대신, 시상 부문을 대폭 줄인 것이 호응도가 컸다. 트로피 남발로 매년 논란이 되었던 10대 스타상과 뉴스타상을 없앤 결과다. 전년도인 <2016 SBS 연기대상>에서 총 54개의 트로피가 주어진 것에 비하면, 지난 31일 열린 <2017 SBS 연기대상>에 돌아간 22개의 트로피는 매년 연말 시상식에서 상 퍼주는 모습에 지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확실히 줄인다. 시상 부문을 세분화하긴 했지만, 공동수상 또한 없었다. 매해 연말 시상식마다 인심쓰듯 트로피를 남발하는 공중파 방송국들의 지배적인 분위기 속에 공동 수상과 시상 내역을 줄인 SBS의 변화는 2018년 시상식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란다.

연예대상 연기대상 SBS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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