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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퍼주기' 연말 시상식, JTBC가 만든다면...

[하성태의 사이드뷰] '해도 해도 너무한' 지상파 시상식, 백상예술대상에 배워라

18.01.01 14:22최종업데이트18.01.0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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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범죄도시> 진선규 ⓒ SBS


<택시운전사>의 유해진과 <더 킹>의 배성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김희원과 <해빙>의 김대명, 그리고 <범죄도시>의 진선규.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들이다. 작년 영평상은 유해진에게, 대종상은 배성우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김희원과 <미생>으로 각광받은 김대명 역시 수상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종종 의외의 선택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청룡상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올 한 해 <특별시민>에 이어 <범죄도시>에서 존재감을 발산한 진선규를 선택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수상에 진선규는 '폭풍 눈물'을 쏟아내며 역대급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MBC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당연한 수순처럼 광고를 찍었다.

영화상 수상이 또 하나의 '스타'를 탄생시킨 좋은 예다. 독립영화 <한공주>로 청룡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승승장구한 천우희도 비등한 케이스다. 황정민의 '밥상' 소감은 또 어떠한가. 상이란 게, 연말 시상식이란 그런 것이다.

권위를 자랑하는 결산과 정리의 의미와 함께 '발굴'의 기쁨까지 더하는. 그러나, 한국 방송의 연말 시상식에서는 그 의미를 찾고 찾아야만 가능한 그런 가치들. 2017년 역시 그러한 우울한 풍경은 그대로였다. 

변화 요원한 방송사 연말 시상식 풍경

배우 김상중이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2017 MBC 연기대상>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결국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2017년에도 변함없는 '나눠먹기', '공동수상', '퍼주기' 대잔치였다. 특정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KBS <연기대상>은 <아버지가 이상해>, <황금빛 내 인생>의 김영철과 천호진에게 나란히 대상을 안겼다. SBS <연예대상>은 <미운오리새끼>의 '모벤져스'인 어머니들 4명에게 대상 트로피를 나눠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나눠먹기와 퍼주기는 극에 달했다. KBS <연기대상>의 경우, 우수 연기상은 일일극, 장편, 미니시리즈, 중편으로 나눴고, 조연상, 연작단막극상, 신인상, 베스트 커플상까지 그 이름을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상 이름과 세세한 차이만 있을 뿐, SBS나 MBC <연기대상> 역시 '도찐개찐'이다.

<역적>과 <피고인>으로 각각 MBC와 SBS <연기대상>에서 김상중과 지성의 대상 수상 결과에 잡음이 따르지 않은 것이, SBS <연기대상>이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10대 스타상'과 '뉴스타상'을 폐지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총파업의 여파로 개최 자체가 무산된 KBS를 제외하고, MBC와 SBS의 <방송연예대상> 역시 '나눠먹기'는 계속됐다. 두 방송사 모두 '유재석이냐, 아니냐'로 관심이 쏠렸고, 그 예상을 피해가기 위한 선택이 작금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자사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 식구들을 치하하기 위해 이 상 저 상 고루고루 나눠주는 풍경은 2017년에도 변함이 없었다.

방송사 입장에선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1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2월 31일 방송된 KBS>연기대상> 1, 2부는 각각 11.8%와 11.9%(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1일 새벽 2시까지 전파를 탔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연기대상> 역시 8.3%, 8.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면에서, 방송사가 연말 시상식을 늘리고 또 늘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군다나, 케이블과 종편이 위상과 시청 점유율을 높여가는 지금, 자사 '식구 챙기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사활을 걸어야 할 '쟁투'가 됐다. 올 한 해 <역적>과 <의문의 일승>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윤균상이 MBC와 SBS로부터 어느 상도 받지 못했다는 점은 이러한 각 방송사별 시상식의 맹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매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비아냥과 피로감의 목소리가 반복되는 것 아니겠는가. 후보 지명만으로도 권위를 인정받는, 지명자나 수상자 모두 기쁨을 누리고 그 권위에 수혜를 받는 방송사 시상식은, 2017년에도 요원했다.

백상예술대상에 배워라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려원. ⓒ KBS


MBC는 정상화를 외치는 중이다. KBS 새노조는 해를 넘겼음에도 총파업을 풀지 않고 있다.  SBS는 <8시 뉴스>와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통해 공영방송과는 분명 다른 색깔을 내고 있다. 공히 '혁신'이 지상과제인 셈이다. 그러나, 시청률과 광고라는 미명하에, 자사 출연자 챙기기라는 경쟁의 역학 속에 연말 시상식은 개선은커녕 답보 상태 그대로다.

바야흐로, 5대 방송사 시대다. 기존 지상파 3사 외에 tvN과 JTBC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 방송가의 중평이다. JTBC는 아직 연말 시상식을 치러낸 적이 없고, tvN의 경우 2016년 <tvN10 어워즈>라는 이름으로 10주년 맞이 시상식을 개최한 바 있다.

충언하자면, JTBC가 지금과 같은 신선한 채널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길 중 하나가 바로 이 연말 시상식의 혁신일 것이다. 어렵지 않다. '나눠먹기', '공동수상', '퍼주기' 대잔치에서만 탈피해도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다.

좋은 예도 있다. 모회사인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백상예술대상을 보라. 대종상 등 영화상의 권위가 떨어지고, 각 방송사의 퍼주기, 나눠먹기가 극에 달하면서, 영화와 TV를 아우르는 백상예술대상은 어부지리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상식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

JTBC가 향후 드라마와 예능을 통합한 '백상' 식의, 나눠먹기와 식구 챙기기에서 탈피한 연말 시상식을 제대로 정착시킨다면, JTBC는 <뉴스룸> 등 보도부문에 이어 예능과 드라마 영역에서도 한국 방송사의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그저 '충언'이나 '예언'이 아닌 '사실'이고 현실'이다. 2018년에도 변함없는, 한국 방송사들의 지리멸렬함이 만들어낸.

마지막으로 하나 더. 그런 시상식 가운데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은 있었다. 바로 <마녀의 법정>으로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려원의 소감은 2017 연말 시상식에서 가장 돋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소감을 더욱 많이 만나게 할 수 있는 작품들과 배우들, 이러한 바탕을 깔아주는 방송사 시상식 환경이 조성되는 2018년이 되기를. 

"감기처럼 만연해있지만 (성폭력) 가해자들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녀의 법정>을 통해서 성범죄 성폭력에 대한 법이 강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범죄 피해자들 중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인데요, 우리 드라마로 좀 더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마녀의 법정> 식구들 열심히 연기하고 만들었습니다."

연기대상 방송연예대상 정려원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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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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