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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지-이기정, 컬링 믹스더블 첫 경기 '완승' 원동력은?

[평창 컬링] 유리했던 빙질적응-파워플레이 '적중'... 한국에 첫 승 안겨

18.02.08 12:07최종업데이트18.02.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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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작전은? 2018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예선 1차전 한국 대 핀란드 경기에서 장혜지와 이기정이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사적인 첫 승리였다. 동계올림픽 사상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컬링 믹스더블 경기에서 장혜지(21)-이기정(23·경북체육회)이 핀란드를 잡고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장혜지-이기정은 8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컬링센터 C시트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예선 1차전 핀란드와 경기에서 9-4로 승리했다. 장혜지-이기정의 경기는 단순한 컬링 예선전이 아니었다. 첫 동계올림픽에서의 첫 경기, 그리고 첫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승리의 원동력은 빙질 적응과  파워플레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장혜지-이기정 경기에서 확연히 눈에 띈 것은 바로 '홈 이점'이었다. 장혜지-이기정은 핀란드 선수들보다 시종일관 스톤 적중률이 높았다. 장혜지-이기정은 1~3엔드까지 3연속 스틸에 성공하며 승부의 추를 완전히 한국 쪽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빙질에 있었다.

강릉 컬링 경기장은 다른 곳에 비해 아이스가 비교적 매끄러워 스위핑 없이도 스톤이 빠르게 이동했다. 장혜지-이기정에 비해 빙질적응이 떨어졌던 핀란드는 초반 연거푸 실수를 범했다. 어이없게 하우스를 지나쳐 스톤을 날려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장혜지-이기정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수를 차곡차곡 쌓으며 5점차까지 달아났다.

물론 장혜지-이기정의 실수도 간혹 눈에 띄었다. 두 선수는 5,6엔드 초반에 투구 도중 힘조절에서 실패해 스톤을 그대로 날려버렸다. 반면 핀란드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빙질에 대한 감을 잡았고 5,6엔드에 들면서 급격하게 상승세를 탔다. 핀란드는 이 때 한 점차까지 좁혀오며 장혜지-이기정을 위협했다.

동계스포츠는 얼음과 눈 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빙질과 설질에 대한 적응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창에서도 이 점은 '불변의 법칙'이었다. 이날 핀란드 대표로 나섰던 오오나 카우스테(30)-토미 란다마키(50)는 컬링의 '베테랑'이다. 특히 토미 란다마키는 평창 동계올림픽 전체 참가 선수 중 후보 선수를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았다. 그만큼 세계의 다양한 경기장에 익숙하고 빙질 또한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처음으로 접해보는 평창 경기장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아직 예선 첫 경기가 끝났을 뿐이지만, 장혜지-이기정은 먼저 승기를 들어 올리면서 심리적인 안정까지도 얻을 수 있게 됐다. 남은 경기에서도 빙질은 경기 승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워플레이, 완벽해 '대조' 이뤘다

▲ '티를 향해!' 2018 평창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예선 1차전 한국 대 핀란드 경기에서 한국 이기정 투구한 스톤을 티라인에 접근시키고 있다. 오른쪽은 장혜지. ⓒ 연합뉴스


한국과 핀란드는 각각 파워플레이를 한 번씩 사용했다. 먼저 사용한 것은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3엔드까지 한국에 연속으로 스틸을 허용하며 5-0으로 밀리자 4세트에서 파워플레이를 신청했다. 파워플레이는 점수 차이가 많이 나거나 경기 흐름에서 반전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찬스카드'와 같은 것이다. 그만큼 현재 경기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핀란드는 4엔드에서 대량 득점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1점을 내는데 그쳤다. 반면 장혜지-이기정은 달랐다. 이들은 6엔드가 끝난 직후 1점차로 쫓기자 7엔드에 파워플레이를 신청했다. 그 결과는 완벽히 적중했다.

이기정은 침착하게 스톤을 던지며 먼저 하우스를 선점하고 있던 핀란드의 스톤을 쳐내고 한국 것으로 바꿔 놨다. 한국은 파워플레이로 스톤 두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인 하우스 외곽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이기정의 스톤이 핀란드 것을 밖으로 쳐낸데 이어, 장혜지의 마지막 스톤이 정중앙에 안착하면서 4득점에 성공했다.

핀란드는 결정적인 순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 이날 스위핑에서 내내 불안정했던 오오나 카우스테가 자신들이 세워놓은 가드 스톤을 그대로 쳐내고 만 것이다. 한국은 동요하지 않고 마지막 스톤을 침착하게 준비했다. 장혜지의 마지막 투구는 이기정의 스위핑과 함께 그대로 하우스 정중앙에 위치하며 그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장혜지-이기정은 이번 컬링 믹스더블 경기에 나온 8개국 대표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감은 넘쳤다. 장혜지-이기정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스포츠조선> 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부담보다는 경기를 즐겼다"며 "아직 70%정도만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의 패기가 과연 8일 오후 8시에 맞붙는 중국전에서 어떤 영향을 줄까. 중국 대표로 나서는 왕루이(23)-바더신(28)이 나서는데 이들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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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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