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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피겨 단체전, 한국은 출전만으로도 이미 '성공'

[평창 미리보기] 단체전, 캐나다-OAR-미국 3파전... 한국 '빙질 적응' 기회로 삼아야

18.02.08 15:42최종업데이트18.02.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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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겨 최다빈 '평창의 꿈'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의 최다빈이 8일 오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은반 위의 가장 뜨거운 경쟁', 피겨스케이팅이 본격적으로 평창에서의 일정을 시작한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경기가 열린다. 이번 올림픽 피겨 첫 경기인 단체전은 개인전에 앞서 열리며 전 세계 피겨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단체전에는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이 참가한다.

한국의 올림픽 피겨 단체전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좀처럼 팀으로 나서지 못했다. '피겨여왕' 김연아(28)는 소치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출국할 당시 "예전에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팀으로 나가는 부러웠는데, 후배들과 함께 나가게 돼 너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홀로 출전하는 것과 '팀'으로 나가는 것은 여러모로 다른 느낌을 준다. 한국 피겨의 역사적인 순간이 될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을 미리 만나 본다.

단체전, 선수 교체 두 번 가능... 강대국들의 무대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경기방식은 남녀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등 4개 종목의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치른 후, 1위부터 10위까지 10점부터 내림차순으로 포인트를 부여해 상위 5개 국가가 메달 결정전인 프리스케이팅에 나서게 된다.

단체전은 각 나라에서 전 종목에 걸쳐 2번 선수교체를 할 수 있다. 선수들은 단체전 이후 충분한 휴식 없이 개인전에 참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선수 교체는 개인전에 나서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급 선수들은 대부분 쇼트프로그램 경기에 참가하는데, 이는 단체전의 성적이 개인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번 올림픽에 여자싱글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 모두 한 명 혹은 한 팀씩만 출전하기 때문에, 여자싱글에서만 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단체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올림픽 단체전에 나서기 위해서는 국제빙상연맹(ISU) 공인대회 개인전 종목 가운데 세 종목 이상에서 자력으로 포인트를 획득해야 하고 그 중 상위 10개 국가만이 참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체전엔 피겨에 대해 어느 정도 저력이 있는 강대국들만이 참가할 수 있다. 실제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금, 은, 동메달을 획득했던 러시아, 캐나다, 미국이 이번에도 그대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만큼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경기이기도 하다.

캐나다 vs. OAR vs. 미국 3파전 속 남은 두 자리는?

차준환 남자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 연합뉴스


이번 단체전은 캐나다와 러시아에서 온 선수(OAR), 그리고 미국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캐나다가 가장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는 4개 종목에서 모두 뚜렷한 강세를 보여 단체전 금메달 획득이 가장 유력한 국가다. 특히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싱글 은메달리스트 패트릭 챈은 이번 올림픽 목표를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는 남자싱글에 패트릭 챈, 페어 경기에는 메간 두하멜-에릭 레드포드를 앞세운다. 메간 두하멜-에릭 레드포드는 개인전에서도 동메달권 후보로 꼽히는 저력 있는 팀이다.

OAR은 여자싱글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페어와 남자싱글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OAR 대표로 남자싱글 쇼트경기에 나올 선수는 미하일 콜야다다. 콜야다는 올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에서 각각 3위와 1위를 차지해 파이널까지 진출하며 차세대 간판선수로 떠올랐다. 여기에 페어 쇼트 경기에는 현재 세계 페어 톱3를 구축하고 있는 예브게니아 타라소바-블라드미르 모르조프가 나선다.

미국은 '점프천재'로 각광받고 있는 네이선 첸을 남자 쇼트 대표로 내세웠다. 첸은 개인전 경기에 앞서 열리는 단체전에서 확실하게 몸을 풀겠다는 각오가. 또 이번 대회를 자신의 점수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미국은 페어에서는 다소 약세를 보이지만, 남자싱글을 비롯해 새로운 신예 브레디 테넬이 이끄는 여자싱글, 시부타니 남매를 내세우고 있는 아이스댄스 등 세 종목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편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할 수 있는 티켓 두 장을 놓고는 중국, 일본, 이탈리아가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강했던 남자싱글과 페어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각오다. 명품 트리플악셀점프를 보여주는 얀 한, 페어 강자 유 시아오-장 하오를 앞세워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오다.

일본은 부상여파로 단체전 출전을 포기한 하뉴 유즈루 대신, 2인자인 우노 쇼마가 남자 쇼트경기에 나선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페어와 아이스댄스 종목이 약세인 만큼 남자싱글과 함께 11일에 있는 여자싱글 경기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첫 단체전, 참가만으로 이미 '성공'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 피겨는 이번 단체전에서 상위 5개국에 들어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나서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나라들과 실력 격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체전 참가만으로도 이미 금메달 이상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선수들은 개인전에 출전하기에 앞서 단체전을 치르면서 링크의 분위기와 빙질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한 단체전을 통해 개인전에서 자신들의 점수와 순위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피겨스케이팅 개인전 점수는 대부분 단체전을 바탕으로 상향 조정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한국 선수들이 이번 단체전에서 클린연기를 펼칠 경우, 자신의 개인 기록과 엇비슷한 점수를 받고 개인전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9일 남자싱글 경기에 나서는 차준환(17 휘문고)은 1그룹 1번으로 출전해, 가장 처음으로 링크에 발을 디디는 영광도 누리게 됐다. 이어서 페어 쇼트프로그램 경기에는 김규은(19)-감강찬(23)이 차준환과 마찬가지로 1그룹 1번으로 나선다. 11일에 열리는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는 최다빈(18·수리고)이 출전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최다빈이 김하늘(16·평촌중)보다 높은 성적을 얻었기 때문에 이 같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스댄스에는 민유라(23)-알렉산더 겜린(25)이 최다빈에 앞서 경기를 펼친다.

강대국이 모두 모여 있는 단체전 키스앤크라이존에 태극기가 붙어있는 좌석이 생기고 네 종목의 한국 피겨 선수들이 한데 모여 앉아 있다는 것만 해도 우리에게는 훗날 큰 발자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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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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